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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런닝맨, 뜨거운형제들, 약세들의 뜨거운 격돌[블로그와]하재근의 TV이야기
하재근 문화평론가 | 승인 2010.07.29 05:55

바야흐로 예능계의 최대 격전장인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다시 전면전이 시작됐다. 일요예능 삼국지 2차전이다. 1차전은 KBS와 SBS의 압승, MBC의 참패였다. 이번엔 어떻게 될까? 

 1차전의 영웅은 강호동과 유재석, 그리고 이경규였다. 강호동의 <1박2일>이 압도적인 위세로 군림했고, 유재석의 <패밀리가 떴다>가 호각지세로 맞섰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군단 전체가 궤멸했다. MBC 입장에서 보면 사상 최악의 트레이드로 기억될 만한 이경규와 탁재훈의 자리바꿈 이후, KBS로 건너간 이경규가 <남자의 자격>으로 KBS의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1차전의 결과로 강호동과 유재석은 KBS와 SBS에서 각각 연예대상을 나눠가졌다. <패밀리가 떴다>가 사라진 후 올해 전반기에 전개된 과도기에는 KBS가 경쟁상대 없는 단독 패자로 우뚝 섰다. <패밀리가 떴다2>마저 궤멸하는 바람에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의 독주를 견제할 세력이 사라진 것이다. 전선엔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여름, 새롭게 편성한 군단을 이끌고 MBC와 SBS가 포격을 개시하며 2차전의 막이 오른 것이다. MBC는 <뜨거운 형제들>이고 SBS는 <런닝맨>과 <영웅호걸>이다. 하늘도 이들을 돕는 것일까? 마침 <1박2일>이 내부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그리하여 일요예능 삼국지 2차전은 점입가경의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불안한 KBS 

 <1박2일>에는 원래부터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었다. 바로 포맷의 식상함이다. 6형제가 시골에 가서 복불복하고 밥 먹고 잠을 잔다는 극히 단순한 내용이 매주 반복됐다. 그런 불안요인을 잠재운 건 멤버들이 전해주는 따스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변화가 찾아왔다. <1박2일>의 진솔함을 책임지던 김C가 하차한 것이다. 그러자 <1박2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장 잠복해있던 불안요인이 현실화됐다.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김C를 대신해야 할 김종민이 시청자 원성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더욱 불운하게도 MC몽의 병역기피 의혹까지 터졌다. 심지어 KBS 파업의 타격까지 발생했다. <1박2일>은 위기에 직면했다. 

물론 아직까지 KBS의 위상은 굳건하다. <1박2일>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고 특히 <남자의 자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남자의 자격>은 자극적인 웃음을 주지 않는 대신에 ‘찌질한’ 아저씨들의 우애와 도전을 보여줌으로서 소시민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일요일 저녁 가족예능에 적절한 내용이다. 그리하여 당장 1위의 자리가 흔들리진 않겠지만, 어쨌든 올 전반기 단독질주를 즐길 때보다 불안해진 건 사실이다. 

   
   
도전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백약이 무효로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었다. 그래서 꺼내든 비책이 공익성이다. 하지만 그것마저 먹히지 않았다. 이번에 새롭게 출격시킨 <뜨거운 형제들>이 내세우는 건 공익성 기름기(?)를 완전히 뺀 ‘묻지마 웃음’이다. 형제들이 묻지마 웃음이라는 신병기를 들고 고지를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일단 시선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다. <뜨거운 형제들> 아바타 시리즈는 시청자들을 웃음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박명수는 유재석 없이도 웃기기 시작했고, 탁재훈도 개그본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정말 오랜만에 시청률을 두 자리수대로 끌어올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직 승세를 굳힌 건 아니다. 미래가 불안하다. <뜨거운 형제들>은 주로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다. 그것이 적중했을 때는 가공할 만한 웃음이 터진다. 그렇지 못할 때는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썰렁한 내용이 된다. 즉, 웃음의 강도는 높으나 그것이 일회적이고 재생산의 기반이 취약한 것이다. <1박2일>이나 <남자의 자격>은 그렇게 웃기지는 않지만 일정한 재미를 재생산하는 안정적인 테마와 캐릭터 관계를 보유했었다. <뜨거운 형제들>에는 그런 것이 없다. 

노유민이 불과 두 달 만에 하차한 일도 <뜨거운 형제들>의 그런 한계를 잘 보여준다. 개인기 위주였기 때문에 특정인의 단점이 극단적으로 부각됐고,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던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능력에 의존한 포맷으론 장기전에서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공익성 코너였던 <단비>는 하차가 결정됐다. 그 후속으론 <뜨거운 형제들>과 같이 웃음에 치중하는 버라이어티 포맷이 준비되고 있다. MBC는 당분간 ‘묻지마 웃음’ 코드로 도전할 태세다. 성공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물량의 SBS

SBS에서는 스타들의 물량공세가 돋보인다. <런닝맨>의 경우 유재석과 다섯 명의 남자들 그리고 두 명의 스타 게스트가 밤을 새며 질주한다. <영웅호걸>에는 무려 12명의 여성 출연자들이 등장한다. 주로 외모에 강점이 있는 젊은 여성들이다. 걸그룹은 당연히 빠지지 않는다. 가히 SBS다운 화려한 전술이다. ‘이래도 안 웃겠니?’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SBS의 앞날도 그리 순탄해보이지는 않는다. 추격전과 게임을 섞은 <런닝맨>의 경우, 재미있다는 호평과 어지럽다는 지적이 공존하고 있다. 유재석이 발군의 능력으로 진행을 조율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힘겨워 보인다. 만약 <런닝맨>을 성공시킨다면 유재석은 그야말로 신화가 될 것이다. ‘무한재석교’가 위세를 떨치고 연예대상도 받게 될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영웅호걸>에는 12명이나 나오기 때문에 어지럽다는 지적이 더 크다. 모두 여성 출연진이라는 한계에 중장년층이 잘 모르는 걸그룹이 나온다는 한계까지 겹쳤다. 이런 한계들을 감안하면 <1박2일>급의 성공은 매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적당한 수준의 웃음을 준다면 틈새시장은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종합하면, KBS의 불안한 수성에 MBC와 SBS의 불안한 공세가 교차하는 형국이라고 하겠다. 약세와 약세가 맞붙는 뜨거운(?) 전황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도전자들이 ‘농촌, 우애, 공감, 성취감’ 등을 버리고 ‘도시, 질주, 경쟁, 묻지마 웃음’을 표방한다. <런닝맨>은 도시 랜드마크가 그 무대이고, <뜨거운 형제들>은 아예 MT까지도 스튜디오 안에서 해결했다. <영웅호걸>도 성취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1세대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벗어나 그 다음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KBS의 <1박2일>과 <남자의 자격>만 철저히 기존 방식을 고수한다. 이런 포맷과 포맷의 격돌도 이번 삼국지 2차전에서 흥미롭게 지켜볼 지점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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