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홍준표 대표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자유한국당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자유한국당은 당분간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 대표 대행을 맡는다. 그런데 당이 초상집이 된 상황 속에서 정우택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오후 홍준표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홍 대표는 "오늘부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부디 한마음으로 단합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홍준표 대표가 물러난 자유한국당은 김성태 원내대표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김 원내대표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가운데 당 권한대행으로서 당을 수습하고 보수 재건과 당의 혁신,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여러 준비를 지금부터 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이런 상황 속에서 '친박' 정우택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시사해 논란이다. 정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희 자유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 정당 사상 초유의 무겁고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며 "죄스럽고 참담한 심경으로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은 "잘못이 너무나도 많고 컸기에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라며 "보수는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히 반성하고 성찰하겠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하나하나 돌이켜보고 가슴에 새겨 실천하겠다"며 "그 동안 분에 넘치는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저희 국회의원들부터 보답의 길을 찾겠다. 보수의 부활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우택 의원은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타를 가슴에 새기겠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메시지는 당 대표나 원내대표 정도의 지도부 입에서나 나올 정도의 내용이다. 정 의원은 전임 원내대표로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관통하고 있는 야당 심판론과 떼어놓을 수 없다. 김 원내대표 못지 않게 전임 원내대표로서 무수한 딴지의 사례를 남기고 있다.

복수의 언론은 정 의원의 메시지를 사실상의 당 대표 출마 선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13일 정우택 의원은 충북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앙에서 자유한국당을 이끄는 데 앞장서겠다"며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된 뒤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우택 의원의 메시지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준표 전 대표와 함께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가 당 대표 출마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한국당이 뭐 피하려다가 뭐 만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그는 친박이다. 이번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참패는 촛불민심의 힘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2016년 시작된 촛불민심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재인 정부 출범에 이어 지방선거 승리까지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즉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됐던 친박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재기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자유한국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낡은 냉전보수의 틀을 벗어던지고 진정한 합리적 보수의 길을 걸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친박은 이제 그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단 얘기다.

한편 홍준표 대표와의 다툼으로 제명된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패배가 홍 대표의 사당화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류 전 최고위원은 "위기는 기회! 좌절마라, 울지마라. 열두척 배 이끌고 함께 출발! 울 시간 없다! 이순신 장군의 자는 여해. 나는 이순신이다"라는 메시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겨, 자유한국당 복당 추진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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