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6·13 지방선거가 보수진영의 참패로 끝났다. 보수 정계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사실상 구심점이 사라져 보수진영에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 (연합뉴스)

13일 진행된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광역자치단체 2석 확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바른미래당도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 선거에서 단 한 명의 단체장도 배출하지 못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보다도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3위에 그쳤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됐다. 따라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중 어느 정당이 보수재편의 주도권을 잡느냐가 중요한 관전포인트였다. 자유한국당이 홍준표 대표가 공언했던 광역단체장 6개 수성 성공 여부, 안철수 위원장과 김문수 전 지사 중 누가 2위를 차지할지 등이 주목받았던 이유다.

문제는 보수진영이 그야말로 궤멸되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어느 쪽도 보수재편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필요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보수재편의 주도권의 향방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비상체제로 돌입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은 보수재편의 중심에서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안 위원장도 "이 시대에 제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겠다"며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연합뉴스)

현재로선 자유한국당에서 김무성 의원, 바른미래당에서 유승민 대표가 보수재편의 새 중심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김 의원은 보수진영에서 가장 큰 계파를 거느리고 있고, 유 대표는 형식적으로는 지방선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지만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 정치적 타격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유한국당이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에서 심판의 대상으로 전락한 만큼 새로운 중도보수 성향의 정당의 창당이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합당을 통한 재창당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자유한국당의 참패는 국민들이 한국당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그대로 당을 둔 상태에서 재기를 모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안철수 위원장도 3위에 그치면서 힘을 잃었다"고 봤다. 엄 소장은 "오히려 유승민 대표가 회생의 기회를 잡은 셈이 됐고, 안철수, 손학규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중도보수 이합집산을 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한국당에서는 김무성 의원이나 이완구 전 총리 등을 중심으로 재창당 또는 바른미래당과 합당 등의 보수재편을 생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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