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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불편한 트럼프이지만 "계속 질문 받겠습니다"북미정상회담 기자회견서 57분간 질의응답....."좋은 질문입니다" 엄지 척까지
송창한 기자 | 승인 2018.06.14 11:54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곳에 기자분들과 함께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요, 여기 설 수 있게 되어서 대단히 영광입니다. 물론 기자분들이 많아서 상당히 불편합니다만 어쩔 수 없죠. 그만큼 오늘 이 행사야말로 여러분들과 여러분의 가족들, 또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날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계실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언론관은 언론의 '차가운 시선'이라는 불에 기름을 끼얹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 뉴욕타임스 등 자신에게 비판적인 미국의 일부 매체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시종일관 비난을 이어왔다. 대선 승리 후 첫 기자회견에서 "CNN은 가짜뉴스"라며 질문 기회를 막은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일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태도는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이 많아 불편하다"면서도 총 1시간 5분동안 이어진 기자회견 중 57분을 기자 질의응답에 할애했다. 모든 질의응답이 즉석에서 이뤄진 것은 물론이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계속 질문을 받겠습니다. 집을 좀 늦게 돌아가도 상관이 없겠죠. 질문하십시오"

기자회견 시간이 길어지자 "이 기자회견을 계속 해도 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답변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만큼은 충실하게, 충분한 설명을 내놓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다소 원론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합의문에 대해 충분한 보충설명이 됐다. 

실무진이 합의 내용 전반을 조율하고 정상들은 공식석상에서 도장만 찍는 일반적인 국가 협상과는 달리 현재 북미 협상은 정상들의 의지와 결단이 협상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같은 점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기자들의 반복되는 질문에 대해 진땀을 빼면서도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적어도 자신은 상당부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합의문에 CVID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여론의 의심이 큰만큼 비록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예상되더라도 이를 협상당사자이자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신이 직접 나서 불식시키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인상 뿐만 아니라 미 전사자 유해 발굴 및 송환 논의, 정상회담 직후 이뤄질 북미 고위급 회담 등을 언급하며 북미간 협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함께 설명해 이를 설득의 근거로 두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였다면 의심받지 않았을 긍정적인 협상 분위기로 볼 수 있다.

기자들에 대한 사뭇 정중한 태도 역시 눈에 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57분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기자들을 향해 '감사합니다', '좋은 질문입니다'와 같은 말들을 연신 내뱉었다. "우선 대통령께 축하드립니다"라고 말을 꺼낸 기자를 향해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이제 날카로운 질문이 오겠죠"라고 답하는 장면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기자회견에 임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마지막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한국 기자의 질문을 받아야 겠다"고 말하는 부분도 트럼프 대통령의 능숙함과 진지함이 드러났다. 반복되는 비판적 질문에 다소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면서도 끝까지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이뤄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엄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주류 언론은 북미 정상회담을 70년간 이어진 적대관계 속에서 이뤄진 '세기의 만남'이라고 평하면서도 두 정상간 합의문에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북미 정상의 만남 자체는 역사적이지만 두 사람이 역사적인 그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평을 내놨고,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뒤 진전을 '주장'했다는 제목을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하게 된 속내에 대해서는 '11월 중간선거'와 '노벨평화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러시아 스캔들', 한 포르노 배우의 폭로로 불거진 '섹스 스캔들'로 집권 위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나섰다는 것이다. 거기에 민주당 집권 시기 해내지 못했던 북한과의 관계 진전을 트럼프 행정부가 이뤄내면서 민주당과 진보 매체로 분류되는 미 주류 언론이 다소 정파적으로 보일 수 있기까지 한 차가운 시선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고 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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