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사퇴를 시사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중 2개를 제외하고 모두 패배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를 받아들었다. 아직 개표가 진행돼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자유한국당의 분위기는 침울한 상태다.

▲1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사진=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캡처)

13일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이란 메시지를 남겼다. 이 표현은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 적어놨던 문구로 자신의 행동에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홍 대표가 사실상 지방선거의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대표는 6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여러차례 밝혔다. 홍 대표는 지난 4월 "야당으로서는 새 정부 집권 1년차 선거에서 현상 유지만 해도 승리하는 것"이라며 "현행 6개 지역을 사수하지 못하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 기간 중에는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홍준표 대표의 지원유세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후보자들이 당 대표의 선거운동 지원을 거부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일부 후보들은 홍 대표가 지원유세를 왔음에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기도 했다. 홍 대표가 거친 발언으로 인한 '막말 논란'으로 주민들의 민심을 잃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지난 3일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 유세를 중단한 것은 이번 선거를 지역 후보들 대결 구도로 몰고 가기 위해서다"라며 "내가 나서면 문·홍 구도로 가기 때문에 후보들을 앞세우기 위해 유세를 중단한 것"이라고 밝히고 유세를 중단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홍준표 대표는 선거기간 중 수차례 여론조사가 편향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김경수 민주당 후보가 출마한 경남지사 선거 여론조사를 문제 삼았다. 홍 대표는 김태호 후보가 김경수 후보에게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자, "경남 MBC-리얼미터의 최근 조사에서 800샘플 조사를 했는데 로데이터를 보니 문재인 지지자가 400명이 응답하고 홍준표 지지자는 그 절반인 200명이 응답했다"며 최소한 20% 이상 편향된 여론조사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남지사 선거 출구조사에서 김경수 후보가 56.8%의 지지를 얻어 40.1%의 김태호 후보를 앞설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홍준표 대표의 발언에 대해 최요한 평론가는 "홍 대표가 여론조사 추이를 얘기하지 않고 1년 전 얘기를 한다"며 "1년 전에 자기를 찍었다고 지금도 한국당을 찍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당 역사상 이렇게 참담한 결과를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탄핵과 대선의 국민적 분노가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보수 혁신과 변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여실 없이 오늘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말이 필요 없이 모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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