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과 달리 흑인음악이 강세다. 힙합이 그 증거이다. 대체적으로 힙합은 저항적인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다. 그러나 한국 힙합 뮤지션들의 현주소는 그런 저항과는 거리감을 준다. 현재 한국 예능은 크게 개그맨 출신과 힙합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힙합 뮤지션들의 예능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들도 힙합만 해서는 먹고 살 수 없어 예능으로 돈을 벌어 그것으로 음악을 한다는 변명은 있을 것이다. 1박2일의 은지원, MC몽, 무한도전의 길, 하하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은지원을 빼놓고는 비호감 케릭터들이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 MC몽은 병역비리에 대한 의혹, 하하와 길은 병역 문제와 예능 속 캐릭터로 인해 밉상이 되었다.

대중에게 미움을 사는 것도 힙합정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 길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늘려가면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길이 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숫자는 예능 1년차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한도전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길은 놀러와에 이어 야행성 등 계속해서 출연을 늘려가고 있다. 기왕 나섰다면 잘 해야 하는데 문제는 길이 부족한 예능감과 에피소드를 거짓으로 꾸며낸다는 데 있다.

그것을 혹자는 길의 캐릭터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예능 아니라 어디서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예능이라 할지라도 방송은 거짓을 전달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모든 방송의 대전제이다. 특히 놀러와에서 길은 매번 거짓 에피소드를 지어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유재석이나 김원희가 그것을 지적해서 웃음으로 바꿔놓고 있지만, 그것은 정말 웃겨서가 아니라 억지스러운 상황에 대한 허탈한 실소일 뿐이다.

김수로, 황정음, 지연이 출연한 26일 놀러와도 마찬가지다. 평소처럼 길은 자기 경험이라면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길을 최대한 이해하는 태도로 이것을 바라보면 ‘중학생이 여대생과 어울릴 정도로 조숙했다’는 것이 이미 들키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항상 길의 거짓 에피소드는 들키거나 혹은 중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들키기 위한(?) 거짓말도 거짓말이다.

차라리 남에게 들었다고 하면 모를까 항상 자기 과시적인 태도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더는 참아내기 어려워진다. 그런 길을 잘 포장해주는 유재석도 이제는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길 자신이 유재석에 기대는 것도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 그것이 유재석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놀러와 제작진 역시도 마찬가지다. 길의 거짓말을 마치 예능코드인 양 방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태도다.

유재석과 김원희의 호흡은 나무랄 데 없는 대단히 훌륭하다. 두 사람이 만담 스타일로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항상 재미있고, 게스트들의 말을 순간적으로 캐치해서 받아치는 순발력 역시 감각적이다. 그러다가 길에게 어떤 의무감처럼 시선을 돌렸을 때에 상황이 매우 어색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언젠가 유재석, 김원희도 모를 거짓말을 하게 된다면 놀러와는 불필요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또한 길의 거짓말에 '찰진 구성'이란 자막을 썼는데, 거짓말을 그런 식으로 포장하는 태도는 분명 재고해야 할 것이다.

거짓말도 모자라 김나영의 여자로서, 연예인으로서 밝혀지면 부끄러울 신체 비밀까지도 서스럼없이 폭로하는 모습은 대단히 폭력적인 태도다. 김나영은 물론 모든 예능에서 멸시받는 소위 싼티 캐릭터이긴 하지만 눈썹이 없다는 길의 말에 일순간 차가워지는 표정이 얼마나 당황했나를 말해주었다. 유재석이나 김원희에게는 말도 더듬을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김나영에게 만만히 대하는 태도는 정말 밉상이었다. 그런 길을 보면서 잠깐의 출연을 위해 침대 밑에서 2시간을 웅크리고 있었던 개그갬 김경진에게 연민이 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