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이 혹서기 실전 캠프 방영 이후 멤버들의 무식논란과 은지원의 흡연논란으로 뭇매를 얻어맞고 있는데요. 1박2일도 이렇게 점점 나락으로 빠져드나 싶을 정도로, 현재 1박2일이 안고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모르는 KBS를 보면 참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1박2일 멤버들의 무식논란, 제작진이 유도했다

저번주에 이어 이번주는 혹서기 실전 캠프의 남은 분량이 방영되었는데요. 이번 혹서기 실전 캠프는 현재 1박2일의 나영석 PD를 비롯한 제작진 다수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어, KBS에서는 이명한 PD를 긴급투입하여 촬영을 진행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혹서기 실전 캠프는 1박2일만의 장점과 재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연출된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요. 나영석 PD의 파업 참여로 급하게 이명한 PD가 투입되는 바람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티가 많이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준비도 제대로 안 되어 있는데다가 혹서기 실전 캠프로 생각했던 것이, 촬영내내 비가 계속 쏟아지는 등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다보니 뭘 어떻게 해야할지 어정쩡해져 버렸죠.

숙소에 도착한 당일 제작진이 준비한 것은 경북 의성 마늘로 만든 사료를 먹인 돼지의 삼겹살을 건 저녁식사 복불복과 저녁잠자리 복불복이었습니다. 날씨가 덥지도 않고 비가 쏟아질랑 말랑하다보니 어느새 혹서기 실전 캠프의 취지는 사라진채, 궁여지책으로 급히 준비된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그래서인지 역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제작진이 준비한 첫번째 저녁식사 복불복은 이름만 복불복이지 사실 퀴즈 프로그램에서나 할만한 속담 이어 말하기와 사자성어 뒷글자를 맞추는 게임이었는데요. 쉬워보이는 속담과 사자성어를 자꾸 틀리며 실패하는 1박2일 멤버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답답함으로 느끼고, 결국 그들에 대해 무식논란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1박2일 멤버들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애초에 게임의 선택부터 잘못한 제작진의 잘못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1박2일의 장점인 복불복 형식이 아닌 퀴즈 형식의 게임을 준비함으로서, 웃음을 줘야 하는 1박2일 멤버들로서는 무식해지는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모르는 척을 하며 애드립으로 웃음을 주려했던 것이죠. 결국 그렇게 제작진은 1박2일 멤버들에게 무식함을 강요했고, 눈치빠른 1박2일 멤버들은 그 의도를 충실히 수행하다가 무식하다고 욕만 들어먹고 있습니다.

물론 운도 없었는데요. 속담 이어 말하기에서는 그렇게 적당히 애드립을 치고 마지막 6라운드에서 극적으로 맞추었어야 하는데, 5명이 다 맞추고 마지막 은지원이 진짜로 실수해버린 것이죠. 그렇게 실패로 끝난 게임은 제작진과 멤버 간의 호흡도 맞지 않아 발생한 결과이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서로 답답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 역시 답답함을 느끼고 재미는 재미대로 반감되고 말았습니다.

돈이면 다 될거라는 무식한 KBS의 착각이 1박2일을 사지로 몰고 있다

그렇게 이번 혹서기 실전 캠프편은 재미는 재미대로 없고 멤버들의 무식만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결과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경북 의성까지는 왜 갔는지 1박2일의 취지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는데요. 게다가 형편없는 편집으로 그렇게 고생하며 찍어온 촬영분 역시 재미있게 살리지 못했고, 뺐어야 하는 부분에서 편집을 하지 못해 은지원의 담배논란까지 생겨나고 말았습니다. 저번주에는 이수근이 라면을 들고 트럭 밑으로 들어가 안전불감증 논란이 일기도 했죠.

또한 예능 자막은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시청자를 위해 상황을 설명하거나 귀먹은 사람을 위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편집자가 센스있게 삽입하여 웃음 포인트가 되는 중요한 부분인데 그런 센스 역시 전혀 발휘하지 못했죠.

그렇다면 이런 1박2일의 논란들에 의한 총체적 난국이 제작진의 탓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이명한 PD 역시 급히 투입되어 프로그램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부족했고, 편집 역시 외주를 주어 제작되고 있는데요. 이것은 나영석 PD가 1박2일 대체 인력투입 관련해서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 결국 현실화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늘 현장에서 출연진과 함께 해오던 제작진과 현장에 한번도 안 가본 외부 인력이 제작하는 방송엔 간극이 없을 수 없다. 촬영 과정에서 어느 부분을 넣고 뺄지를 치밀하게 계산하고, 강조하거나 축소할 부분을 늘 생각하면서 제작한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KBS는 이런 점들을 전혀 게의치 않는데요. 제빵왕 김탁구 등의 드라마가 정상적으로 방영되다 보니까 파업에 대한 위압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그냥 니들이 안하면 안 돌아갈 줄 아냐는 식으로 돈을 써서 외주를 맡기면 모두 해결된다는 식입니다. 또한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이명한 PD는 임시방편으로 급하게 투입한 것이고 외부 PD를 써서 계속 제작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앞으로 1박2일을 얼마나 더 망쳐놓을지 심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아마도 KBS는 1박2일의 시청률이 독보적이고, 멤버들의 캐릭터도 이미 자리를 잡아 외부 PD들을 써서 대충 기획하고 촬영만 하면 멤버들이 알아서 웃겨줄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그런 KBS의 무식한 착각이 1박2일을 사지로 몰고 있는 듯 합니다.

아무리 강호동, 이승기, 이수근 등의 멤버들이 오래 함께 하면서 숙련되어 있다고 하나, 그것은 노련한 제작진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의 기획, 그리고 멤버와 제작진간의 호흡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단순히 1박2일이니까 여행지 잡아서 떠나고 복불복 게임만 적절하게 만들어 놓으면 멤버들이 다 알아서 하겠지 하는 것은 참 아마추어적인 발상인데요. 그렇게 다 될 것 같으면, 영화의 경우 좋은 배우와 시나리오만 있으면 감독에 상관없이 다 대박을 치겠지요.

KBS는 연출의 중요성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는 감독이 어떻게 연출하냐에 따라 똑같은 시나리오와 배우들을 가지고도 완성도는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는데요. 방송에서 PD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그런 것들을 무시한 채, 그냥 돈을 써서 외주를 주면 해결될 거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니 참 답답하기만 합니다.

KBS는 1박2일이 왜 인기가 있는지 제대로 알고나 있긴 한 걸까요? 시청자들은 나영석 PD가 연출하는 1박2일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지, 단순히 여행가서 복불복하는 1박2일을 보고 재미를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KBS는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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