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형제들(아래 뜨형)이 급속도로 식었다. 그러나 이런 반응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뜨형이 시청률과 무관하게 뜨거운 이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바타 소개팅뿐이었다. 이전에도 상황극을 두 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시청자 반응은 시들해졌다. 식상하다는 욕을 먹더라도 되는 걸 뚝심을 갖고 밀고 가는 독기가 부족했다.

그나마 상황극 처음에 나온 이기광의 마이콜 분장과 끝부분에 나온 한상진의 한진상 정도만 겨우 뜨형을 살려줬을 뿐 상황극의 대가인 박명수조차도 물 맞기를 피하는 등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뜨형 제작진으로서는 아바타 소개팅을 아끼기 위한 고육책일 수도 있지만, 이미 실패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나아진 점이 없다는 점은 아쉬웠다.

쌈디가 예전 상황극 속에서 19금 애드리브로 화제가 된 것처럼 이번에도 자퇴하라는 자극적인 애드리브를 던졌지만 이번에는 상황극에 동원된 MBC 개그맨들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가려졌다. 상황극이 잘되면 뜨형도 살고, 이에 동원되는 개그맨들도 좋은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상황극 속 개그맨들의 생존 본능이 지나칠 경우 산만해진다는 함정이 있고, 이번 쌈디는 그 함정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뜨형의 승부는 겨우 시작일 뿐이다. 본격 상황극으로 들어가기 전 자기 성찰을 할 때에 탁재훈이 이경규와의 트레이드 운운하면서 말한 것처럼 한 회의 반응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어쨌든 간에 일밤의 어떤 코너도 뜨형만큼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스타 의존도 높은 한국 방송 환경에서 소위 2인자 그룹으로 초기에 이 정도의 반응이면 성공을 언급해도 전혀 경솔하지 않다.

재미 없었다고 말이 나오는 것조차 뜨형 이전에는 없던 반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뜨형은 여전히 뜨겁다. 그러나 정말 단단히 준비하지 않고는 상황극은 더 이상은 무리수일 뿐이다. 상황극은 가장 중요한 것이 액션과 리액션의 조화로 무한도전 정도의 예능고수들끼리 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무도 멤버들도 백 퍼센트 성공하는 것도 아닌 것이 상황극이다. 그렇게 어려운 것을 예능초보들에게 던져서 가끔이라도 살려내는 것이 기적적인 일이지만 매번 그럴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도박이지 않은가.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이기광은 큰 변화없이 꾸준히 뜨형의 다크호스로 성장 중인 것처럼 마이콜 분장도 마다 않는 적극적인 자세로 무난하게 상황극의 막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이후 김구라, 박명수, 노유민, 쌈디 누구도 상황극을 살려내진 못했다. 그저 소란스럽고 산만했을 뿐이었다. 막장 상황극이라 해도 단지 막장만을 추구해서는 재미를 주지 못한다.

잠깐 막장드라마의 기본 공식을 살펴보자. 막장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은 막장 설정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일상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결과를 끌어낸다는 점에 있다. 다시 말해서 뜨형의 막장 상황극은 보상이 없다는 점에서 재미가 없다. 아바타 소개팅은 미녀라는 보상 때문에 많은 막장 애드리브를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번 상황극에서 이기광이나 한상진이 그나마 재미 있었던 것은 분장과 연기력으로 커버했기 때문이다. 특히, 박명수가 후배 개그맨이 물을 뿌리지 못하게 막은 것은 실망스러웠다.

이번 상황극의 전제는 요즘 조금 떴다고 너무 들떴다는 것이었다.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근본적으로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그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 과거 일밤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라도 뜨형은 지금보다 더 뜨거워져야 한다. 이제 단비도 일시 종용을 통해서 일밤 2부 자리를 내놓게 된다. 새로운 코너가 어떨지는 몰라도 일단은 뜨형만이 현재로서는 일밤을 책임질 현실적 무기라면 누가 뭐라고 하건 독하게 밀고가야 한다.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위만 아니라면 뭘 해서라도 뜨거워져야 하고, 욕을 먹더라도 그 뜨거움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뜨형 최초로 하차 멤버가 생겼다. 그렇다고 욕 먹는 멤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예능에는 필연적으로 욕먹는 멤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누리꾼의 생리이다. 또한 아무리 잘해도 욕하는 부류는 존재한다.

이래저래 욕 먹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즐기지는 못하더라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관심을 끌어야 할 것이다. 아직 뜨형에 소개팅 외의 대안이 없다면 다음주 상황극 희로애 중 희와 로는 포기하고 애를 극대화하는 것이 살 길일 것이다. 어차피 아바타 소개팅녀로 인기의 절반을 채운 뜨형이기에 현재로서의 갈 길은 그쪽뿐이다. 소개팅 아이템이 없다면, 다음에는 소개팅녀 결승도 해봐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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