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모 방송사가 프로그램 출연자 섭외 과정에서 제작비용 일부를 출연자에게 요구한 사실이 당사자를 통해 알려졌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등의 저자로 알려진 김민섭 작가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사실을 알렸다.

게시글에 따르면 모 방송사는 최근 김 작가에 대한 단독 인터뷰 섭외 과정에서 "작가님께서 제작비용을 좀 도와주셔야 한다"며 300~500만 원의 금전을 요구했다. 김 작가가 "제가 왜 그래야 하나요?"라고 묻자 해당 프로그램 담당 PD는 "작가님께도 전국적으로 홍보할 기회가 될 거예요"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지=shutterstock)

김 작가는 "유명 연예인이 진행하는 알 만한 프로그램"이라고 해당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방송사가 자사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빌미로 출연자에게 '돈을 내고' 출연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김 작가는 "일부 '맛집'들이 돈을 지불하고 자발적으로 방송에 나간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 어느 PD의 고발로 알려졌다. 그러나 '적당한 유명인'들이 그런식으로 만들어진다고는 상상해 보지 않았다"면서 "정말 극히 일부겠으나, 여러 채널에 등장하는 전문가들, 그들도 비용을 지불하고 그 자리에 앉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작가는 "(방송사가)맛집이나 제품뿐 아니라 사람도 상품으로 만들어서 판다.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방송에 출연하고 싶은 이들이 정말로 있고, 그렇게 자신의 이력을 한 줄 더해 돈을 버는 이들이 있으니 이런 공모가 벌어지겠다"며 방송 출연을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방송사와 이에 응하는 일부 출연자들을 지적했다.

김 작가는 혹여 이같은 금전요구가 장난전화가 아닐까 싶어 재차 문자메세지로 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담당 PD는 김 작가와 문자메세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스튜디오까지 촬영 포함하여 500만 원 부가세 별도다. 또 다른 프로그램은 300만 원에 스튜디오 제외하고 촬영할 수 있다"며 각 프로그램 명을 언급하는 등 김 작가에게 구체적인 제시를 해왔다.

김민섭 작가는 방송사의 금전 요구가 장난전화가 아닐까 싶어 이를 문자메세지로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담당 PD는 부가세와 구체적인 액수, 프로그램 이름까지 언급하며 김 작가에게 구체적인 제시를 해왔다.(김민섭 작가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작가는 프로그램 담당 PD에게 "화를 내지는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문제가 PD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방송제작 환경의 잘못된 관행, 또는 방송사의 '갑질'에 의해 발생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쓰고 대학에서 나오면서 다짐한 것이 하나 있다. 나를 닮은 사람들에게는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며 "분노는 잘 접어두었다가 제도와 문화를 바꾸어야 할 때, '갑'들과 싸워야 할 때 사용하고 싶다. 그래서 'PD님, 고생 많으십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10일 미디어스에 서면으로 "맛집이나 제품뿐 아니라 사람도 이렇게 상품으로 포장되어 대중 앞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며 "이것이 일부 관행이라고 해도, 바로잡거나 혹은 대중들이 이 사실을 알고 좀 더 경계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게시 경위를 밝혔다.

다만 김 작가는 "어느 개별 방송국인지 사람들이 궁금해하기보다는 이런 관행들이 있고 '고쳐나가야 겠다', '경계해야겠다' 정도로 수렴되면 좋겠다"며 해당 방송사와 프로그램에 대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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