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
이 주의 Best: 박서준은 왜 맨날 멋있을까? <김비서가 왜 그럴까> (6월 6일 방송)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박준화 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남자 주인공 박서준 캐스팅에 대해 “이 작품은 로코이고, 완벽한 나르시시스트가 주인공이고, 유머와 코믹도 있다. 코믹과 진중함과 멋짐을 같이 표현하는 게 어려운데, 박서준은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높다. 박서준이 아니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말 그랬다. 정말, 박서준이 아니면 어땠을까 라는 아찔한 생각마저 들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이영준은 언뜻 보면 잘생기고 능력도 좋고 수트빨도 훌륭하며 자기애로 똘똘 뭉친, 그야말로 로코물의 전형적인 재벌3세처럼 보인다.
그러나 ‘넘치는 자기애’를 표현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이영준의 자기애는 본인을 너무나 사랑해서 여자와 연애를 못할 정도로 철철 넘치는 수준이다. 자칫 오버하면 드라마에서 혼자 붕 뜨는 캐릭터가 될 수도 있고, 너무 자제해서 표현하면 이영준만의 매력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박서준은 그 줄타기를 너무나 얄밉게 잘하고 있다.
“눈부시지 않나? 나한테서 나오는 아우라” 같은 오글거리는 대사, “사람이 어떻게 무능할 수가 있지? 노력하고 쟁취한다. 대체 왜 못하는 거지?” 같은 오만한 대사, 무언가에 홀린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해 가는 목적지가 예쁜 여자들이 아닌, 자신을 비추는 거울인 어이없는 상황마저 수긍하게 만든 건, 박서준의 기가 막힌 연기력이다.
특히, 비서 김미소(박민영)의 퇴사를 막기 위한 몸부림이 너무 진지해서 웃기다. 처음엔 “그러든지 그럼”, “알아서 해”라며 김비서의 퇴사에 쿨하게 대처하는가 싶더니, 나중엔 “나 이영준이 결혼해주지”라는 황당한 프러포즈까지 감행하면서 김비서의 퇴사를 막는 데 목숨을 건다. 중요한 건, 남들이 보기엔 너무나 웃긴데 혼자 진지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영준이 이 녀석”이라고 본인을 3인칭으로 부르는 것마저 귀여워 보인다. 대체 이 남자, 어떤 마법을 부려 놓았길래 모든 닭살스러운 대사와 오글거리는 제스처마저 매력적으로 소화하는 것일까.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가 비서의 퇴사 저지에 목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영준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그 와중에 과거의 상처마저 언뜻 내비치면서 보호본능까지 자극한다. 덕분에 첫 회 만에 이영준 캐릭터는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대체, 박서준은 왜 맨날 멋있을까.
이 주의 Worst: 결국 또 하나의 부부예능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 (6월 5일 방송)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횟수가 일주일에 겨우 2.7회. ‘함께 밥 먹으며 몰랐던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TV조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이하 <아내의 맛>)의 기획 의도다. 그 밥을 만드는 주체를 ‘아내’로 설정한 점, 결국은 또 하나의 부부 예능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다.
굳이 프로그램 제목을 <아내의 맛>으로 정했다면, 그에 걸맞은 그림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이하정-정준하 부부와 함소원-진화 부부 편에서는 남편이 요리를, 홍혜걸-여에스더 부부 편에서는 편의점이 그들의 식사를 준비한 셈이었다.
첫 회를 본 느낌은 ‘SBS <동상이몽>이 화제가 되자, 그와 비슷한 류의 부부예능을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처럼 보였다. 18살 차이나는 국제 커플인 함소원-진화 부부는 시도 때도 없이 애정행각을 벌이고, 연하 남편 진화는 아내를 위해 어설픈 한국말로 길을 물어가며 수산시장까지 가서 붕어를 사와서 붕어튀김과 영양밥, 돼지고기 야채볶음을 요리했다. 다정한 외국인 남편 진화를 통해 추자현-우효광 커플의 ‘우블리’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함소원-진화 부부는 국제커플이자 연상연하 신혼부부의 달달한 모습을, 자사 아나운서 이하정-정준하 부부가 40대 부부의 완숙미를 보여준다면, 홍혜걸-여에스더 부부는 갱년기 부부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하정-정준호, 홍혜걸-여에스더 부부의 경우, 지나치게 갈등을 부각시키려는 면도 있었다. 정준호는 아이와 함께 베트남까지 직접 온 아내에게 자신이 원하는 양념 재료가 없자 “한국에서 뭐 가져왔느냐”는 타박을 시작으로, “한국에서 식자재만 갖다 줬지 요리는 내가 했다”고 자화자찬하며 아내의 수고를 과소평가했다. 홍혜걸은 의학 웹드라마 준비로 미용실을 가겠다는 여에스더에게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미용실 갈 필요가 있어? 당신이 연예인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다.
각 부부별로 연령대도 다르고, 결혼 연차도 다르다. 덕분에 각기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아내의 맛>만의 차별화된 포인트는 없는 평범한 부부예능이었다. 함소원-진화 커플의 이슈에만 기댄 듯한 인상이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