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가 현실에서 제3의 길은 없다고 인정했다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다. 사실이라면 다당제를 주창했던 안 후보의 정치적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으로 지방선거 이후 야권발 정계 개편과 그에 따른 혼란이 예상된다.

김문수 후보는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 후보가 주장하는 '제3의 길'에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안철수 후보는 지금 제3의 길을 가려고 하는 거 아니냐. 그럼 제3의 길이 있느냐. 머리 속에는 있지만, 한국 정치 현실에는 제3의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없으면 빨리 양자택일 해야 한다. 흑이든 백이든, 민주당이든 자유한국당이든, 자꾸 제3의 길을 고집해봤자, 생각은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표는 안 온다. 이게 현실 아니냐"고 강조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김문수 후보는 이 점을 안철수 후보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 점에 대해서는 자기(안 후보)도 동의했다. '나도 해보니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벌써 다 해봤다. 그러니까 빨리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라'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후보가 안 후보에게 사실상 한국당을 선택하라고 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안철수 후보도 김문수 후보의 '제3의 길이 없다'는 생각에 동조했다는 점이다. 안 후보는 새정치연합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정치무대에 나선 시점부터 '중도 개혁', '제3의 길', '다당제' 등을 주장해온 정치인이다. 안 후보가 제3의 길이 없다는 것에 인식을 함께 했다면 지금까지 안 후보가 정치권에 입문해 보여준 명분이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안철수 후보는 한국방송기자클럽 서울시장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자신과 함께했던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에 대해 "편하게 1당이나 2당에 있었으면 주위 사람들이 떠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제3당, 그리고 다당제를 지키기 위해서 힘든 고비마다 선택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손가락 세 개를 펼쳐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합당을 통한 양당제로의 회귀는 물밑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김문수 후보의 측근인 차명진 전 의원과 안철수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합당까지 논의한 것이 아니냔 의혹에 제기되기도 했다.

김근식 교수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차명진 전 의원에게 "지선 이후. 야권재편이 바람직하게 돼야 2년 뒤 총선에서 문 정부 심판할 수 있다"면서 "김문수 후보가 홍과 공존을 도모해서 당권을 염두에 두는 것보다 찰스(안철수)와 함께 향후 중도보수 혁신의 야권개편의 주역이 되는 게 정치적으로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고 제안했다. 이어 "찰스(안철수) 밀어주고 홍(홍준표) 제끼고 야권재편주도하는게? 답답해서 적어보았네요"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차 전 의원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임마"라고 답했고, 김 교수는 "에잇 말 좀 순화시키소"라고 답했다.

이에 차명진 전 의원은 김근식 교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철수 측의 단일화 논의가 틀린 점. 1. 일방적으로 김문수한테 양보하란다. 안철수가 김문수보다 앞서고 있다는 전제인데 근거도 없고 정치원칙을 벗어났다. 단일화의 대의를 제시하고 백지상태에서 출발을 제의해야. 참고로 최근 공개된 KBS 여론조사에서 김문수가 안철수보다 앞섰음. 김문수는 국민들이 단일화 대의를 납득하기 위해서는 당통합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역제의 했음. 2. 시장후보 둘만 단일화하면 된다는 생각은 정치현실을 모르는 생각임. 서울시장 후보 밑에 100명의 식구가 딸려 있는데 그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음. 그래서 진짜 단일화하려면 합당이라도 해야 후유증이 최소화됨. 김문수 후보는 당 소속 기초후보 한 명도 소중히 생각함"

▲김근식 교수와 차명진 전 의원이 나눈 문자메시지 일부. (사진=김근식 교수 페이스북)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5일 차명진 전 의원은 "평소 알고 있던 안철수 후보의 참모가 '안철수가 2등이니 김문수가 양보하라'는 거였다"며 "며칠 후 안철수가 김문수한테 연락을 해 와서 단 둘이 만났다"고 전했다. 차 전 의원은 "거기서 끝인줄 알았는데 안철수 쪽 사람들이 기사거리에 목마른 기자들한테 단일화 논의에 진전이 있는 것처럼 얘기를 흘리고 있다"며 "그렇게 언론플레이하면 자기들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6일 김근식 교수는 "대학선배인 차명진 전 의원에게 보낸 문자가 언론에 보도돼 단일화 논란에 저들의 입맛대로 악용됐다"며 "역시 한국당은 공작정치의 대가답다"고 비난했다.

김근식 교수는 "선거 기간 저는 단일화 관련해 어떤 논의와 역할을 하는 위치도 아니고 관여한 바도 없다"며 "다만 김문수 후보가 세도 없고 지지도 낮고 여력도 없으니 박원순 당선을 막는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애국의 마음으로 포기하는 게 야권에 도움이 될 것이란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개된 문자에도 있듯이 김문수 후보가 양보를 거부하고 홍준표 대표와 함께 공생을 도모하느니 차라리 깨끗이 양보하고 지방선거 이후 한국당 혁신에 나서 민주당 선대위원장 역할만 하는 홍 대표를 대체하는 게 김 후보에게 나을 거란 저 개인의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김근식 교수는 "김 후보가 거론한 당대당 통합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서 "보수가 홍 대표를 극복하고 지방선거 이후 안철수 대표 중심으로 거듭나서 중도와 보수의 재편이 돼야 향후 총선에서 야권이 제 역할을 할 거라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단일화 논의를 당장 중단하라는 요구가 쏟아져나왔다. 7일 김동철 원내대표는 "안철수 후보는 합당이나 이런 것(단일화)을 추진할 어떠한 자격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권은희 의원도 "한국당과 후보 단일화는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한국당과 서울시장 단일화를 넘어 당대당 통합이 거론되는 것에 경악하고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8일 박주선 공동대표는 "묵인할 수 없는 해당행위"라면서 "두 후보는 말꼬리 흐리지 말고 명확하게 단일화 논의를 종결하라"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자유한국당은 일찌감치 서울시장 당선을 포기하고 2위 득표만 노린다"며 "지방선거 이후 소멸 내지 혼란에 대비한 추악한 정치 굿판의 꾀에 안철수가 끼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김관영 의원은 "당 내외에서 자유한국당과의 합당 운운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면서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을 주장하는 것을 가장 모욕적인 해당행위로 간주하고 응당의 대가를 받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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