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방송된 <우리결혼했어요>에선, 지난주에 이은 에피소드가 진행됐다. 용서커플(정용화-서현)은 운전면허 필기시험에 나란히 합격했고, 아담커플(조권-가인)은 웨딩샵을 찾아 가인의 웨딩드레스 쇼를 연출했다. 그리고 빅쿤커플(닉쿤-빅토리아)은 일탈여행이란 이름아래, '계곡속으로'를 찍었다.

최근 이들 세커플의 행보를 보면, '무난'한 용서커플, '아슬아슬'한 아담커플, '신선'한 빅쿤커플로 요약된다. 서현의 바른생활 캐릭터가 워낙 강해서인지, 용서커플은 결혼홍보방송을 찍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정용화의 리액션도 철저히 서현에게 맞춰져, 늘 교과서같은 그림이 나온다. 별다른 갈등도 없고, 미션이 나오면 밍숭맹숭하게 '잘해봅시다' 느낌이 나지만, 독특한 캐릭터를 유지하기에 우결커플로 손색이 없다.

반면 200일을 맞은(현재는 300일) 아담부부는, 갈등은 있으되 '꼬투리'를 잡아야 성립하는 사소한 것들. 일종에 신혼 티를 내기 위한 사랑싸움용이다. '미안해요', '괜찮아요'로 끝나는 용서커플이나 빅쿤커플에선 상상하기 힘든 갈등. 이것은 '조권-가인'만의 매력이기도 하고, 두사람이 '우결'을 통해, 미운정고운정이 쌓였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우결 조권, 최악의 웨딩퍼포먼스?

그러나 24일 방송분에 아담커플을 보면 실망스럽다. 특히 조권의 태도는 지나치게 예능에 맞춰져, 웨딩드레스를 입은 가인 앞에 두고 혼자 뮤지컬을 연출하며 생쇼를 했다. 뮤지컬이 재미라도 있었다면 모르겠으나, 2AM 동료 임슬옹이 "쟤 혼자 뭐해요?"라며 한심하게 바라볼 정도로, 상황에 맞지 않는 상황극을 펼쳤던 게 아쉽다.

조권 스스로가 '우결'이 예능임을 알면서도, 최근 자꾸만 선을 긋는 듯한 오버센스가 씁쓸하다. 1인 다역을 해가며 혼자서 깝을 떠는 조권을 보면, 마치 우린 예능에서 만난 가상부부일 뿐이라고, 가인뿐 아니라 시청자에게 인증하려고 애쓴다는 모습만 남는다.

조권이 '우결'을 예능으로 생각했다면, 가인이 바라는 프로포즈를 즉석에서 해주진 못하더라도, 조금이나마 신랑다운 진중한 모습이 정답은 아니었을까. 그것은 파트너 가인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지만, 시청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시청자의 기호를 잘 아는 예능돌 조권이, 왜 청개구리같은 행동을 보였는지 안타깝다. '이러다 가인에게 발목 잡히는 건 아닌가?'라며, 가상과 리얼을 혼동하는 조권이 보일 정도다.

늘 가인에게 리액션이 약하다고 꾸짖었던 조권. 반대로 웨딩드레스의 가인을 보면서, '예쁘다'라는 평범하고 일관된 리액션을 한다. 이에 조권에게 뭔가 아쉽다는 속내를 드러낸 가인. 이것을 두고 TV에서 본대로 따라 했다는, 조권의 '우린 가상부부에요'표 멘트는, 박수칠 때 떠나라는 일부 시청자의 요구에 할 말 없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아담커플에게서 잃은 재미를, 결국 '닉쿤-빅토리아'커플에서 만회한다. 그들은 가상부부임에도, 카메라가 돌 때엔 여지없이 신혼부부 포스를 보여 준다. 특히 별다른 갈등 없이도 재미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를 격하게 배려하는 모습은, 리얼을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결'은 예능이고, 그들은 가장 예능에 충실한 닭살부부를 구현중이다.

닉쿤이 시청자에게 호감을 사는 것은, 우월한 비쥬얼에 앞서, 빅토리아를 대하는 진솔한 태도에 있다. 또한 재미를 끌어내기 위해, 오버를 하거나 무리한 연출을 하는 법이 없다. 몸에 배인 그의 생활태도를 엿볼 수 있을 정도로, 솔직한 느낌을 선사한다. 그것이 오히려 재미의 포인트로 살아나고, 웃음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반면 웨딩샵에서 펼친 조권의 뮤지컬 퍼포먼스는 최악이었다. 조권의 예능아이템 '깝'은, 진솔함이 무기인 '우결'에서까지 써먹을 필요가 없었음에도, 스스로를 식상하게 만들고 가인 뿐 아니라 시청자까지 민망하게 만든 꼴이 돼 버렸다.

가상부부에서 예능부부로 전락중인 '조권-가인'. 안타까운 건 가인은 달라진 게 없는데, 조권이 소리없는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과 기름처럼 보이면서, 아담부부가 주는 재미도 반감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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