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7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를 하며 시즌 8승을 올렸다. 최소 올 시즌 두 자리 승수는 충분해 보이고, 잘하면 두 시즌 연속 20승 투수가 될 가능성도 보였다. 원정 경기에서 스윕을 완성한 기아로서는 부산행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향할 수 있게 되었다.

양현종의 8승투와 비교되는, 불안한 불펜 투구

이번 경기는 투수전으로 치러졌다. 타선이 지칠 수 있는 상황에서 양현종과 금민철은 흥미로운 투수전으로 팽팽한 대결을 벌였다. 타격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투수전은 무척이나 귀하게 다가올 정도다.

양현종은 최근 2연패를 당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경기는 중요했다. 팀이 연승을 이어가고 개인 연패를 끊는단 의미에서 중요한 경기였다. 금민철의 경우도 2연패를 당한 후 치르는 경기라는 점에서 간절했다. 두 선발 투수 모두 전 경기 4실점과 6실점을 하며 패했다. 그런 점에서 두 선발은 승리가 간절했다.

kt 선발투수 금민철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경기에서 병살 4개를 기록하며 패했던 kt는 이번 경기에서 병살은 나오지 않았다. 이와 달리, 기아는 1회부터 병살타를 기록하며 맥이 끊기는 경기를 했다. 버나디나가 4구를 얻어 기회를 잡았지만, 김선빈의 병살로 기회는 손쉽게 잃었다.

1회 기회를 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양현종은 2회까지 20개도 안 되는 공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손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더욱 2회 이범호가 솔로 홈런으로 선취점을 뽑고, 3회 쥐어짜듯 추가점을 뽑아내며 조금은 편안한 상태에서 경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3회 기아는 김민식이 4구로 나간 후 2사 상황에서 김선빈의 적시타로 2-0으로 앞서나갔다. 그리고 기아가 올린 모든 점수는 2, 3회 얻은 2점이 전부였다. 전반적으로 기아 타선은 금민철을 공략하기 힘겨워했다. 쉬어가는 것이라면 롯데와 주말 3연전에 다시 타오를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다시 연패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안하기만 하다.

양현종은 이번 경기에서 특별한 위기라고 부를 수 있는 대목은 없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를 풀어갔다. 굳이 위기라고 한다면 7회 1사후 황재균을 실책으로 내보내고 2사 후 박경수에게 안타를 내준 장면이었다. 이해창과 승부에서 적시타를 내주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기라 할 수 있었다.

투구수가 100개에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실점 위기는 분명 kt로서는 기회였다. 하지만 양현종은 우연히 한 시즌 20승을 올린 투수가 아니었다. 이해창과 승부에 집중해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위기를 넘어서는 장면에서 양현종의 진면목은 그대로 드러났다.

KIA 타이거즈 선발 양현종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현종은 7이닝 동안 93개의 투구수로 4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8승을 올렸다. 양현종은 완벽한 투구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지만, 이후 등판한 투수들은 여전히 기아의 불안 요소가 어디인지 드러냈다. 8회 마운드에 오른 김윤동은 실점을 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갑작스럽게 제구 난조가 와 4구를 내주고 폭투를 하는 등 좀처럼 안정적인 느낌을 전해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다. 김윤동의 이런 모습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누구나 갑작스럽게 제구가 안 될 때는 있지만, 반복되면 이는 내재된 문제일 뿐이다.

마무리로 나선 임창용도 믿음직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첫 타자인 황재균을 실책으로 내보낸 후 실점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임창용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내내 불안함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문제다. 마무리는 말 그대로 팀의 승리를 지켜주는 중요한 선수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이 마무리의 역할이다. 과거 임창용은 최고의 선수였다. 하지만 마흔을 훌쩍 넘긴 그에게 전성기 시절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는 있다. 그의 역할은 마지막 셋업맨이 더 어울릴 수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팀 사정상 마무리를 맡고 있다는 점에서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상황이 이해될 수는 없다.

김윤동이나 임창용이나 마무리로 선택하기에 무리가 있다. 김새현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스스로 무너지며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아의 고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승혁을 마무리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최근 선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젊은 투수를 쉽게 보직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여전히 스피드가 올라오지 않은 윤석민을 마무리로 쓸 수도 없다. 본인 스스로 선발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리적으로도 어렵다. 기본적으로 마무리 선수가 절실한 상태에서 아직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KIA 타이거즈 임창용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아는 kt와 원정 3연전이 끝난 후 트레이드 발표를 했다. 오준혁과 이창진을 맞트레이드 했다. 한화에서 온 선수들이 모두 트레이드로 다른 팀으로 가버린 상황이 되었다. 오준혁은 외야 자원으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생각만큼 성장하지는 못했다. 올 시즌 다른 신인 선수들이 주목 받는 활약을 보이는 것과 달리, 오준혁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창진의 경우 내야와 외야 모두 가능한 선수라는 점에서 트레이드를 했다고 했다. 오준혁 역시 그런 역할을 원했지만, 이를 수행하지 못했다. 기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오준혁으로서도 기아보다는 kt가 자신이 성장하기에 더 적합한 팀이 될 수도 있다. 보다 출장 기회가 더 주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아로서는 유틸리티 야수보다는 든든한 마무리가 절실한 상태다. 하지만 팀 마무리를 트레이드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는 점에서 답답한 상태다. 팀 내에서 마무리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고질적인 불펜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kt를 상대로 스윕을 한 기아는 부산으로 가 롯데와 3연전을 갖는다. 기아로서는 놓칠 수 없는 경기다. 전통적인 라이벌 팀이지만, 하위권으로 쳐져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기아와 롯데 주말 3연전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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