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 무한도전의 시크릿 바캉스를 왜 시크릿 바캉스라고 하는지 처음에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요. 시크릿 바캉스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출발 당일까지 제작진에게는 비밀에 부친 채, 여행지 선택에서부터 숙식 그리고 바캉스에서 즐기게 될 프로그램까지 모두 즉석에서 정하게 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크릿 즉, 비밀이라는 것보다는 게릴라 즉, 즉석에서 돌발적으로 이루어지고 결정되는 방식이었는데요. 그래서 차라리 게릴라 바캉스라는 이름이 휠씬 더 맞는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크릿 바캉스는 단순히 그런 돌발적인 여행이라는 의미로만 쓰인 것이 아니더군요. 시크릿은 말 그대로 비밀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비밀이라는 것일까요? 바로 이번 이 바캉스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제작진을 주인공으로 제작진을 위해 기획된 바캉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바캉스 특집은 제작진이 5년 동안 무리한 일정 속에서도 잘 따라와 주고 고생한 무한도전 멤버들을 위해 무한도전 멤버들이 원하는 여름휴가를 만들어 주기 위해 기획한 것인데요. 그래서 각자 무한도전 멤버들이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를 직접 선정할 뿐만 아니라, 여름휴가를 가서 하고 싶은 것들을 멤버들이 얘기하면(박명수의 텐트나이트, 유재석의 포크댄스)을 제작진이 준비해주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한도전에서는 시크릿 바캉스의 시작부터 이번 휴가의 주인공인 스태프의 모습이 노골적으로 보여집니다. 길의 돌발적인 집합장소 선정에 그 스태프들은 KBS 앞에서 밤을 새워 기다리다 조는 모습도 보여지고, 기차의 한 칸을 통채로 빌려 스태프들이 기차를 함께 타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죠. 그리고 중간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길을 속이기 위해 장난을 칠 때도, 화면에서 재밌게 보여지는 그 장면 하나 때문에 50여명이 넘는 모든 스태프들이 우르르 모두 따라 내렸다 올라타는 등 뒤에서 고생하는 숨겨진 모습들이 많이 보여졌습니다.
그런 비용적인 것들을 박명수와 유재석의 벌칙, 정준하의 억지기부 형태로 희화시키며 웃음을 선사주긴 했지만, 무한도전 멤버들이 제작진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모든 비용을 계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여행을 할 때 이동 경비, 식비 등 70명분의 액수가 노골적으로 보여지면서,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지도 알 수 있었는데요. 그렇게 무한도전 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이 촬영되는데 있어서, 수많은 인력과 비용, 그리고 그들의 노력이 숨어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다음날 아침, 공식적인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늘 푸른 예술단 어머님들과 함께 유재석이 얘기했던 포크댄스를 추게 되는데요. 여름휴가를 가서 포크댄스를 추고 싶다는 유재석의 다소 황당한 바람을 진지하게(?) 이루어준 제작진의 노력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어머님과 포크댄스를 춘 뒤, 그들은 방송생각은 접고 맘 편하게 바캉스를 즐기기 시작하는데요. 무한도전 제작진은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더 큰 자유를 주기 위해 카메라를 꺼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카메라가 꺼진 상황에서 가장 큰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은 바로 무한도전의 스태프들일텐데요. 그렇게 카메라가 모두 꺼진 그 때, 무한도전 멤버들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까지 그들의 진정한 시크릿 바캉스는 이제 시작된 것이겠지요. 암튼 그렇게 제작진과 무한도전 멤버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잘 드러난 시크릿 바캉스였던 것 같은데요. 그들의 끈끈하면서 깊은 신뢰 속에서 만들어진 관계는, 단순히 제작진와 출연자의 관계가 아닌 둘도 없는 단짝친구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P.S> 시크릿 바캉스의 숨겨진 내용들
이번 시크릿 바캉스는 이외에도 숨겨진 많은 내용들이 있었는데요. 사실 따로 쓸까 하다가 그냥 간단하게 정리를 해봅니다.
먼저 무한도전 시크릿 바캉스에서는 경춘선의 복선화 계획으로 올해 말이면 사라지게 될 경춘선의 추억들을 기차여행을 통해서 떠올리게 만들어주고, 길 속이기를 통해서 중간에 역에 내려 복선화가 이루어지면 사라지거나 바뀌게 될 역들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시작부터 KBS 앞에서 길이 텐트치고 자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날 시작된 KBS의 파업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기도 했는데요.
그리고 이 외에도 유재석이 왜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두 장면이 보여지기도 했는데요. 한가지는 이미 노홍철의 친한 친구 라디오 방송이 나간 7월 1일부터 화제가 되었던 유재석이 말벌에 쏘인 사건입니다. 말벌이 쏘인 이후에 그 아픔을 참으며 끝까지 라디오 생방송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그가 프로인지를 느낄 수 있더군요.
또 한 가지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중도에 도착해서 자유 시간을 보낼 때 보여졌는데요. 다른 멤버들은 자유시간 동안 자전거도 타고 배드민턴도 치고 수영장에서도 놀며 재밌게 논다고 정신이 없는데, 박명수와 있는 유재석은 PD가 아직 자유시간이니까 쉬라고 하는데도 촬영 중에 그런 자유시간을 낯설어 상당히 어색해하더군요. 그냥 쉬면 되는데 말이죠. 우리들이 보기엔 그런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이 그냥 웃고 떠들며 노는 것 같은데, 사실 유재석에게는 쉬는 것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그가 얼마나 노력하고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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