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의 적폐청산기구인 '정상화위원회'가 조사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의 다수 이사들은 정상화위원회의 활동이 '지지부진'하다며 속도감을 내줄 것을 권고했다.

7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상균, 이하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는 지난 1월 출범한 MBC 정상화위원회의 중간 활동경과 보고가 이뤄졌다. 정상화위는 2008년 2월~2017년 11월까지를 조사대상 기한으로 정해 과거 MBC에서 벌어진 방송 독립성 침해, 공영방송 가치 훼손의 배경과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정상화위는 현재까지 '안철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내용 누설 정황' 등 불공정 보도 의혹이 일었던 총 2건의 자사 보도에 대해 조사 결과를 내놓은 상태다.

MBC 사옥(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그러나 방문진 다수 이사들은 정상화위의 조사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과 함께 사건의 당사자들이 정상화위 조사에 성실히 임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정상화위 발표에 따르면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한 기자는 정상화위 조사에서 취재원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석수 감찰관 감찰 누설 정황' 보도 관련 기자 3명은 진술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정상화위는 '안철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한 기자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인사위에 회부했지만, 이석수 감찰관 보도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증거를 찾지 못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완기 이사는 "정상화위가 출범한 지 5개월인데 지금까지 보고한 건수는 2건이다. 위원회 활동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내용적으로 봐도 비효율적 운영이다. 정상화위라는게 신중하게 조사를 해야하지만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진순 이사도 "출범 5개월이 지났는데 결과 보고라고 나온 것도 2건에 불과하고, 그 중 하나는 조사가 불가해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이라며 "이렇게 조사대상자들이 진술을 거부한다면 사실상 조사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 이런 솜방망이 수준으로 책임을 묻는 것 가지고는 앞으로 위원회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단독] 안철수, 의학박사 논문도 표절 의혹>. MBC뉴스데스크 2012년 10월 2일자 보도화면(위)과 <[단독]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 상황 누설 정황 포착>. MBC 뉴스데스크 2016년 8월 16일자 보도화면 갈무리

이어 이 이사는 "이 상태라로라면 위원회의 조사를 거부하는 게 당연시될 수 있다"며 "위원회 진술 거부 시 강력한 제재를 인사위에 요청할 수 있다거나, 위원회 조사에 성실히 답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상 참작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할 수 있는 당근과 채찍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저했다.

이 같은 지적에 정형일 MBC 정상화위 위원장(MBC 보도본부장)은 조사기관으로서 강제수사권이 없고, 인력난이 심해 조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정 위원장은 "3~4건의 조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국정농단 보도,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서도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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