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3-1, 2+2+1, 3, 3+4, 2. 무슨 독특한 기호 같아 보이시나요? 아이큐 테스트에 나오는 수열 법칙을 찾아내라는 고약한 문제는 아닙니다. 대중문화에 관심이 있다 해도 특정 그룹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과 기억력이 없다면 쉽게 알아채기 힘든 배열인 이 숫자들은 한 유망했던 여성 그룹이 소속사의 방향성 없는 전략과 함께 서서히 망가져가는, 그 복잡했던 과정을 보여주는 가슴 아픈 숫자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파란만장한, 이상하게 꼬여버린, 그럼에도 아직까지 존속하고 있는 그룹이 또 있었나 싶네요.

네. 제목에 이미 말했듯이 그 주인공은 이젠 김연지, 이보람의 2인조 그룹으로 또 다시 거듭난 씨야입니다. 거듭났다고는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처음부터 그저 제 자리에 서 있었을 뿐이니 그냥 이리저리 떨어져나가고 스쳐 지나갔던 이들이 정리되고 그냥 이들만 남아 버렸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네요.

돌고 돌고 돌아 다시 제 자리에 선 이들의 모습은 기획사의 무능, 혹은 전략 착오, 또는 가혹함에 의한 결과입니다. 에이스였던 멤버는 떠났고, 자주 다른 여성 그룹 전략에 끼워 맞추는 활동을 하기도 했고, 새로운 후발 그룹들의 멤버들이 들렸다 가는 통로가 되기도 했죠. 그 과정 속에서 그룹 씨야의 색깔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이젠 그 존재의 의미조차 불분명해져 버렸어요.

시작은 그룹의 얼굴마담이었던 남규리의 탈퇴였습니다. 남규리의 소속사 계약 해지 요구에서 시작된 이 진흙탕 싸움은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팀을 이루던 이들이 서로 눈물의 손가락질을 하는 기자회견을 할 정도로 추악하게 진행되었고 결국 남규리는 그녀의 뜻대로 소속사를 떠나 연기자로서의 길을 선택했고, 남은 두 사람은 지나치게 관심과 활동이 편중되었던 에이스가 사라진 뒤의 생존을 고심하게 되었죠. 사실 그룹 씨야의 생명력은 이대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뒤의 행보는 차라리 해체가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의 오락가락, 갈팡질팡 이었습니다. 씨야+다비치+티아라 지연이라는,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듀엣 보컬 그룹과 미쳐 그룹도 만들어지지 않은 이름뿐인 그룹의 멤버로 구성되어 미니 앨범 활동을 시작하더니 다비치는 본래의 자신들 활동으로, 마치 씨야의 새 멤버가 될 것처럼 낚시를 던지던 지연은 티아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원래 있던 김연지, 이보람 두 명. 남규리의 활동 재개에 맞춰 씨야는 여전히 존속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씨야는 남들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이름을 붙잡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어요.

그마나 새로운 멤버 수미를 수급하면서 기존의 숫자 3을 회복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활동은 이전 씨야가 가지고 있던, 그녀들만의 보컬 그룹으로서의 특색은 모두 사라진 그저 그런 댄스 걸그룹의 모습일 뿐이였죠. 그나마도 새롭게 가요계를 장악한 아이돌 2기의 걸그룹 후배들에게 밀려 별다른 인상이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밋밋한 복귀였습니다. 씨야로서는 너무나도 뼈아픈 새로운 성과였고 결국 또 한 번의 짬뽕 결합, 씨야&다비치&티아라 라는 3+2+2 숫자로 활동을 재개했지만 이미 씨야의 명성과 영향력은 다비치, 티아라에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젠, 그나마 적응하기 시작한 수미마저 기획사의 후발 그룹인 남녀공학의 멤버로 차출되었으니 또 다시 원년 멤버 둘만이 남아 버렸습니다. 장난도 이런 장난이 또 있을까요? 한때 라이벌구도를 형성했던 브라운아이드걸스는 풋풋한 새내기들과 맞서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건만, 언제나 그녀들보다 앞자리에 서 있던 씨야는 이리저리 부유하다가 결국 초라한 생존만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실력과 개성을 갖춘 보컬 두 사람의 조합이 기대되기는 하지만, 이럴 양이였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뚝심 있게 그 두 사람을 믿고 밀고 나가는 것이 더 좋았을 거예요.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씨야. 그녀들의 발걸음은 지금의 아이돌 산업의 한편에 얼마나 기형적이고 엉망인 전략이 존재하는지를 증명해줍니다. 이래서야 정말 ‘사장님이 미쳤어요’를 연발할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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