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시민단체들이 재판거래, 사법행정권 남용 등 '사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양승태 전 원장 재직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추진을 위한 BH와의 효과적 협상전략 추진'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문건에는 "그동안 사법부가 VIP(대통령)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협조해 온 사례"라며 KTX 승무원 정리해고, 철도노조 파업, 키코, 전교조 시국선언 등의 사건들이 나열돼있었다. 다만 특조단은 해당 문건이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해 관련자 고발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특조단 발표가 '사법농단' 의혹으로 번지면서 김명수 대법원장도 고발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재판거래 의혹의 피해자들이 지난 5일 오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청처 차장 등을 공동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7일 오후 2시 촛불계승연대, 개현연대 민생행동, 무궁화클럽, 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단체들은 "민주주의 대법원이 민주주의와 국민적 법 상식 등에 어긋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다수 비밀문서를 작성하여 관리했다는 사실 자체가 헌법질서와 헌법정신 등을 뒤흔드는 중대한 반민주적 범죄사건"이라며 "지난 5월 25일 대법원은 제3차 자체 조사결과 보고서인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결론은 재판개입이나 문제성 판사 불이익 처분 등을 검토만 했을 뿐 시행하지 않았기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들은 "문제는 비밀문서가 다수 존재했다는 사실 그 자체"라며 "특히 이들 비밀문서는 제목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을 야기했다. 그리하여 들끓는 여론에 못 이겨 그 중 일부가 공개됐다"고 전했다. 이어 "공개된 비밀문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이러한 비밀문서 내용을 모두 검토한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내린 결론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일반국민은 미수죄, 예비음모죄 등으로도 처벌받고 있다"며 "우리는 형법 등에 명시된 직권남용 미수 또는 예비음모 등에 관한 규정으로 이번 사법농단처럼 중대한 반민주적 중대범죄, 헌법을 훼손하는 중대범죄 등과 관련된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면, 그것은 법적 흠결에 불과할 뿐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엄벌해야 마땅하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보고서에 따르자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처장을 중심으로 기획관 등 공직자가 문제성 판사를 선별하여 뒷조사하고 재판거래 등을 검토하는 문서를 대량으로 작성했다"며 "그 자체만으로도 헌법가치와 헌법정신 및 헌법질서 등을 훼손했거나 유린하는 반민주적인 중대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중대한 범죄는 당시 대법원장 양승태가 지시했거나 공모했거나 조장했거나 묵인하지 않았다면, 결코 발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셀프 조사는 헌법질서와 헌법정신 등을 뒤흔드는 중대한 반민주적 범죄사건인 사법농단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요식행위로 의심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결정적이고 핵심적인 문서가 이미 거의 대부분 유실됐거나 파괴돼 복구불능상태에 있다"며 "그리하여 우리는 대법원이 수행한 셀프조사가 범죄혐의자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행위라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검찰은 대법원이 고발하면 그 때 수사하겠다면서 전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법 위에 존재한다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사법부와 사법부 눈치를 보는 검찰은 더 이상 공직자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은 국민명령에 즉각 수사에 착수하여 사법농단을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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