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표 금지 기간 직전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들이 공개됐지만 판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여당의 절대 우세 속에 야당은 기를 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6일 공개된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에 광역지자체장 자리를 넘겨줄 위기다. 그나마 대구경북의 경우도 과거처럼 큰 차이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구시장의 경우는 더불어민주당이 ‘혹시…’ 하는 기대를 가져볼 정도까지 됐다.

여러 이유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도 맥 빠진 승부가 되고 있다. 언론은 안철수 김문수 후보의 단일화 성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두 후보는 서로 알아서 사퇴하라며 공을 떠넘기고 있다. 물밑에서 어떤 협상안이 오고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8일 전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이대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혹시 존재할지 모르는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기술적 안들보다 중요한 것은 과연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하면 박원순 후보를 이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는 어떤 후보로 단일화되더라도 박원순 후보가 승리한다는 결론을 보여주고 있다. 선거 초반이라면 현재 여론조사 수치도 나름 의미가 있지만 이미 종반을 향해 가는 시점에선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차이를 뒤집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월등하게 높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도 아니다. 김문수 후보는 애초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고 안철수 후보는 지지자들의 기대에 이르는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두 후보가 단일화 할 의미와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 성남 현충탑을 찾아 헌화하는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다만 다소 비관적인 면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따져보는 경우도 있다. 6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한 정두언 전 의원은 “자기가 갖고 있는 현찰의 액면이 다 드러날까 봐 차라리 그냥 빠지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평했다. 말인즉슨, 안철수 김문수 두 후보 모두 3등을 하게 되면 ‘정치적 치명상’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막판 단일화라는 명분으로 선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가능성은 지금 시점에선 상당히 희박한 걸로 보이는데, 어쨌든 이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두 후보 간의 단일화 전망이 서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도 여당의 ‘싹쓸이’를 예고한다. 자유한국당 출신 무소속 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가 맞붙는 경북 김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울산 북구 정도를 빼면 압도적 승리가 예상된다. 전반적인 쏠림 현상이 명백하다는 얘기다.

자유한국당 소속 인사들은 이런 사태의 원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기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깜깜이 선거’ 양상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정치 환경 덕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문재인 대통령 뒤에 숨을 수 있고 이것이 정권심판론보다는 안정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1차적으로 옳지만 전반적으로 야당이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면도 짚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자유한국당은 색깔론과 정치적 냉소주의에 대한 호소 이외의 것을 선거 전략으로서 내놓지 못했다. 이 점은 홍준표 대표가 자동차 경적 소리에 유세를 잠시 중단하는 수모를 겪으며 ‘2선후퇴’를 선언한 직접적 배경이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태도는 이들을 지지해봐야 과거로 돌아갈 뿐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바른미래당의 경우는 안철수 후보를 필두로 ‘보수’ 컬러를 명확히 하며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과 같은 포지션을 스스로 자처하면서 유의미한 선택지로 어필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만큼 고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들 역시 문재인 정권의 개혁정책 또는 대북정책을 보조할 뿐 유권자들에게 ‘대안적 세력’으로 각인되는 것에는 실패하고 있다. 대다수 유권자들이 갖는 감각은 미래를 더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분명히 주지 못하는 세력을 지지하느니 정권에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다. 이런 조건은 지방선거 이후 현재의 다당제 구도가 양당제로 회귀하는 강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직은 성급한 예측일 수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은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동력 추가 확보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확보된 동력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놓고 여야 간의 관계가 아니라 정권 내부에서부터 이견이 드러날 여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드러난 충돌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필리핀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김현철 경제보좌관(오른쪽)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보고서를 내놓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무회의에 불참한 사태가 가리키는 것은 명백하다. 과거 경제정책을 좌우했던 주류 관료들이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공개적인 비토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90% 발언’의 근거를 제공한 노동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 내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재현되고 있을 것이다.

지방선거 직후 이어지는 일련의 일정은 앞으로도 비슷한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게 한다. 최저임금위원회 내의 논의도 쉽지 않다. 지난해 공익위원들에게 사실상 속아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경영계가 올해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분위기다. 이미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내준 노동계도 2020년 1만원 달성을 위한 대폭 인상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주52시간근로제도 ‘시한폭탄’처럼 될 수 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가 생산성 하락과 인건비 증대를 우려하는 경영계와 소득의 축소를 염려하는 노동계의 이해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본격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는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 역시 8월말이면 결론을 내야 한다. 부동산 시장에 추가적인 충격을 안겨 줄 보유세 등 인상 문제도 지방선거 직후부터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혁의 나침반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방선거에서의 승리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전적으로 정권의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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