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K-리그 경기가 열릴 때 경기장을 찾아가보면 외국인들을 제법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마치 자신의 고향팀처럼 열렬히 응원하면서 K-리그를 즐기는 듯 했는데요. 다수는 아니지만 몇몇 외국인들은 서포터를 구성해서 응원을 펼치기도 하고, 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들을 줄줄이 꿰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자주는 아니어도 블로거가 가끔 이들과 우연하게 대화를 나눌 때면 '정말 축구는 국경을 초월한다'는 말을 실감하곤 하는데요. 어쨌든 K-리그가 분명히 외국인들에게도 매력적인 요소가 있다는 걸 의미하고, 또 이런 모습들에 오히려 '감사해야겠다'는 생각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역으로 이야기하면 우리가 영국 여행 가서 박지성의 맨유 경기를 보러 올드 트래포드를 가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K-리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설렘을 갖는 외국팬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환영할 만 한 일입니다.
하지만 K-리그는 아직까지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는 덜 돼 있는 듯 합니다. G20이다 뭐다 해서 세계화를 또다시 부르짖고 있는 시대에, 가뜩이나 20년 만에 또 한 번 월드컵을 유치하려는 마당에 아시아 최고 리그라고 자부하고 있는 K-리그의 세계화는 아직까지 생각만큼 높은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팬들이 꾸준하게 찾고 입소문이 퍼져서 더 찾고 싶어 하는 리그를 만들려면 나름대로의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노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은 아쉽게만 느껴집니다.
이는 K-리그 15개 구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실제로 둘러보니 15개 구단 가운데 영문 홈페이지를 구축한 곳은 포항, 수원, 서울, 전북 등 4개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구단들이라도 영문 홈페이지를 구축해놨으니 '연맹보다는 낫다'고 볼 수 있겠지만 여전히 다수의 구단들이 외국팬들을 위한 정보에 관한 배려가 부족해 보인 것은 조금 아쉬운 게 사실입니다.
물론 몇몇 팬들은 '국내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아직 부족한데 무슨 외국팬들까지 챙기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K-리그가 언제까지 '우리들만의 리그'로 머무를 수는 없는 게 사실입니다. 아시아 최고 리그,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별칭을 듣는 한국 축구가 평가 절하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국내 리그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K-리그가 매력적인 요소가 많고, 그 때문에 외국인들이 꾸준하게 찾고 있는 것을 축구계 내부에서 인식해서 들어오는 외국팬들을 더 많이 들어오게끔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엄연히 외국인 감독, 선수도 활약하고 있는 마당에 늘어나고 있는 외국 팬들을 위한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은 좀 더 넓게 말하면 K-리그가 '섬세하게 팬 마케팅을 하는 게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이 그렇게 외국인 유치를 위해 힘쓰고 국가적으로도 외국인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마당에 K-리그도 진정 '아시아 최고 리그'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나아가 평가 절하된 한국 축구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외국팬들을 위한 서비스, 마케팅도 보다 더 활발하고 섬세하게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002년 월드컵으로 해외파들이 국위선양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 축구의 세계화가 이뤄졌다는 '어이없는' 발상을 하고 있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다른 것에 신경 쓰는 것도 좋지만 그 나라의 뿌리와 같은 국내 리그를 어떻게 하면 활성화시키고 또 외부에 어떻게 잘 알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축구계 내부에서 진지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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