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4일 드루킹 특검 후보 2명을 선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둘 중 한 사람을 특검으로 지명하는 과정이 남았다. 그런 가운데 5일 한겨레신문은 한나라당 내부 고발자와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단독보도를 통해,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부터 이후 새누리당 때까지 매크로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드루킹 특검에 사활을 걸고 당력을 쏟아 부었던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 사이버팀에서 일했던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졌는데, 폭로자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이명박 후보 당선 후 감사장을 받았고 이후 한나라당 디지털정당위원으로 임명되기도 했다는 점에서 인터뷰 내용에 무게가 실린다.

▲5일자 한겨레 1면.

폭로한 이의 주장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이 아니라 그 이전인 2006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캠프 때부터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온라인업무를 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모시던 의원이 불출마선언을 하자 2012년 여의도를 떠났다고 한다. 때문에 그 이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매크로가 계속됐을 거란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사실 자유한국당에 대한 매크로 의심은 드루킹 사전 초기부터 제기돼왔던 사안이다. 아직까지는 폭로한 사람의 일방적 주장이기는 하지만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역풍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폭로자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선거 때마다 매크로를 써왔던 자유한국당이 매크로를 전혀 몰랐던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폭로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폭로자는 당시 “공식 선거운동 사무실이 아닌 여의도 이룸빌딩 1층에 사이버팀 사무실을 차리고, 중앙당에서 제공한 100개 이상의 네이버 아이디로 엠비 연관 검색어를 조작하고, 부정적 기사에 댓글을 다는 일을 하는 데 매크로를 썼다”고 했다.

그 근거로 2011년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시 한 후보의 캠프 상황실장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는데, 거기에는 ‘포탈 검색1순위 작업 시행바람’ ‘야간매크로 셋팅하겠습니다’ 등의 대화내용이 담겨 있었다. 폭로자는 “2006년 이후 내가 참여했던 캠프에서는 매크로를 쓰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도 했다.

5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김 원내총무 등 의원들이 '드루킹' 특검 요구와 정치테러를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쯤 되면 자유한국당이 매크로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오비이락’이라고 드루킹 특검후보가 선정된 직후 터진 또 다른 매크로 폭탄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특검에 부담이다. 게다가 특검의 대상이 드루킹으로 한정되어 수사를 할 수도 없다. 드루킹 사건보다 심각한 매크로 조작에 대해서 수사를 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테니 말이다.

애초에 자유한국당이 드루킹 사건을 물고 늘어질 때 사람들은 의아해 했다. 그쪽이라면 자유한국당이 자유로울 수 없을 텐데 무리수가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결국 한겨레의 단독보도로 의심이 사실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제 드루킹 파문이 과연 누구에게 유리한 것인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심지어 드루킹 사건의 타겟이었던 김경수 전 의원은 논란 이후 오히려 경남에서의 지지가 상승했다. 그래도 최장 90일의 특검의 수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매크로 원조에 대한 폭로까지 나온 이상 자유한국당이 얻고자 했던 정치적 이익은 사실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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