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의 전신 한나라당이 지난 2006년부터 각종 선거운동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국당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빌미로 네이버 등 포털에게 여론조작 책임을 물어왔다. 그러나 한나라당 시절 매크로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국당이 포털을 탓할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5일자 한겨레 1면.

5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을 비롯한 선거운동 기간에 메크로를 이용해 포털에 댓글을 다는 등의 여론을 조작했다.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직원으로 일했던 A씨가 "2006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각종 선거 캠프에 온라인 담당자로 참여했다. 매크로를 활용해 댓글을 달거나 공감 수를 조작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인정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A씨가 지난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당시 한 후보 캠프의 상황실장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상황실장이 A씨에게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검색 1순위 작업 대책 시행 바람"이라고 문자를 보내고, A씨가 "야간 매크로 세팅하겠습니다"라고 답하자, 상황실장이 "매크로 했니?"라고 재차 확인하는 내용이다.

A씨는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의 '사이버팀'에 파견돼 매크로로 여론조작을 했다고 폭로했다. 여론조작은 공식선거운동 사무실이 아닌 여의도 이룸빌딩 1층에 '사이버팀' 사무실을 차리고, 중앙당에서 제공한 100개 이상의 네이버 아이디로 이명박 관련 검색어를 조작하고, 부정적 기사에 댓글을 다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매크로를 이용한 여론조작은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는 심각한 사건이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특검 도입까지 이어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한국당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이유로 포털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묻고있다.

한국당은 포털, 특히 네이버에게 아웃링크 도입 등의 대책마련을 요구해왔다. 언론과 네이버의 관계 정립에 있어 아웃링크 도입은 원칙적으로는 맞지만, 뉴스 수용자 문제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사업의 영역까지 법제화하자는 식의 무리한 주장을 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한나라당 매크로 조작이 폭로되면서 한국당은 머쓱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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