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중앙일보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반대 논리로 '방탄소년단'을 언급하며 한류산업 축소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중앙일보는 4일 지면에 <거래처와 식사, 사내워크숍은 근무시간? 헷갈리는 기업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인력부족 현상과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특히 300인 미만 중소기업 대부분의 부담을 지게될 것이라는 한국경제연구원 연구 결과를 전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일보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위기에 놓일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들을 나열했다. 이 가운데 인기 연예인을 챙겨야 하는 매니저ㆍ코디들도 밤낮없는 일정을 소화할 수 밖에 없다면서 "합숙생활을 하는 연습생ㆍ신인들은 근무시간을 정하는 것이 어렵다.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한류 산업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는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의 의견을 전했다. 해당 기사는 중앙일보 온라인판에 3일 게재되었는데 기사 제목은 <한달 뒤 '주52시간 시대'...방탄소년단도 법 어긴다>이다. 중앙일보 온라인 사이트에는 두 기사가 제목만 달리한 채 게재되어 있다.

박영범 교수는 지난 4월 17일 중앙일보는 <일본보다 경직된 한국의 근로시간 규제>라는 시론을 실었는데 4일 기사는 이 시론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론에서 박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한류 산업도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서술했다.

박 교수는 "합숙 생활을 하는 연습생·신인들은 근무시간을 정하는 것이 어렵다. 제작여건과 시스템이 판이한 상황에서 사전제작제 등 구미 방식을 당장 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연예인들은 일이 없으면 몇 주, 몇 달씩 쉬는데 오히려 상당수 연예인과 종사자들이 기간제 근로자(계약직)나 독립사업자(프리랜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달 뒤 '주52시간 시대'...방탄소년단도 법 어긴다> 중앙일보 6월 3일 온라인판 기사

이 같은 중앙일보의 기사와 칼럼은 도넘은 노동시간 단축 흔들기라고 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우선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려면 근로자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연예인의 근로자성 인정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현재 아이돌 연예인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연예인의 경우,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속계약'은 위약금을 동반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 금지)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때문에 연예인과 기획사간의 전속계약은 근로기준법 위반의 소지가 있고, 이는 연예인의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논란을 야기한다.

이처럼 민사계약에 가까운 전속계약의 경우 근로시간과 휴무에 대한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 68시간의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시키는 것인데 연예인의 경우 '주 68시간'이라는 기준이 부재하는 셈이다.

아이돌의 경우 어린나이에 데뷔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역시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5세 이상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근로 시간을 1일 7시간, 1주일에 4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당사자 사이 합의에 따라 근로시간을 1일에 1시간, 1주일에 6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합하여도 주 46시간 이상을 근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15세 미만은 근로자로 사용하지 못한다.

또한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가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또는 휴일에 근로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이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는 조건 하에서만 근로지시가 가능하다. 게다가 근로기준법에는 야간·휴일근로와 관련 '여성'에 관한 조항도 있다. 이에 따르면 사용자는 18세 이상의 여성을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또는 휴일에 근로시키려면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연습생 기간이 계약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일종의 관행도 문제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배우 장자연 씨의 사망 이후 '연예인 표준전속계약서'를 공시했다. 해당 표준계약서는 '전속계약'의 기간을 최장 7년으로 제한하고, 연예기획사는 소속 연예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관행적으로 7년이라는 계약기간에 연습생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데뷔를 기점으로 7년 계약을 맺는다. '아이돌 7년차 징크스'라는 표현은 이같은 계약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종합하면 연예인의 경우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는 아니지만 '전속계약'을 맺은 '7년 계약직'으로 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연예인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은 상당부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한류 산업의 위축을 우려하는 것은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고, 당위로서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연예인의 근로계약 실태를 근로기준법에 맞게 바로잡고, 제작 시스템의 개선이 이뤄진 이후에야 생각해 볼 수 있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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