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새 수장으로 나선 조광래 감독.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룬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로 전면에 나서게 됩니다. 전임 허정무 감독이 이뤄낸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소신 있고 차별화된 리더십을 앞세워 더 강해진 한국 축구의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모험'을 좋아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는 비교적 '안정'을 추구했던 허정무 감독은 한국 축구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면서 2년 반동안 맡았던 대표팀 감독직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한때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한 시대를 함께 했던 조광래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고 새로운 '모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험을 즐기는 면에서는 허정무 감독과 같지만 큰 경기에서 안정보다 과감한 도전을 좋아하는 조광래 감독이 한국 축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됩니다.

여기에 대해 조 감독은 모 스포츠신문 해설을 통해 나름대로의 해법을 내놓은 바 있었습니다. 그는 '선수 개인의 능력이 안 된다면 조직적으로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수비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면서 팀플레이를 통한 수비 안정화를 강조했습니다. 현재 맡고 있는 경남에서도 경험 부족한 김주영, 전준형, 이용기 등 플랫 3들이 상대 공격진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실전형 맞춤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극대화하면서 K-리그에서 올 시즌 가장 적은 실점(12경기 9실점)을 낼 수 있었는데요. 선수 개인의 능력과 팀에 맞는 맞춤식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비를 갖춘 팀으로 성장시킨 조광래 감독이 한국 축구의 해묵은 과제라 할 수 있는 수비 문제를 정말로 조리있게 잘 해결해낼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박주영을 제외하고 공격수들이 필드골 하나 넣지 못했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해낼지도 문제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박주영을 고정으로 세우고, 이동국, 이근호, 염기훈 등을 파트너로 내세웠지만 이렇다 할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미드필더와 달리 전술적인 움직임에서 공격수 파트너 간에 호흡이 잘 맞지 않았던 점, 골결정력 같은 마무리가 부족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됐습니다. 짧은 패스워크를 통해 공격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을 중시하고 한 방을 갖춘 선수를 좋아하는 조광래 감독이 기존 카드를 그대로 살릴 지 아니면 새로운 자원을 발굴해 대형 스트라이커를 키우는 수완을 발휘할 지도 관심 있게 봐야 하겠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져야 할 세대교체가 얼마만큼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지도 관심사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기성용, 이청용, 김보경, 이승렬 등을 대표팀에 과감하게 넣어 한국 축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똑같이 능력 위주로 선수 선발을 하는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 전력 안정을 위해 초기부터 젊은 선수를 키워낼 지 아니면 점진적으로 세대 교체를 꾀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아시안컵에도 과감한 신진급 선수 기용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하고 키워나갈 것인지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광래 감독은 안양 LG, 경남 FC 등을 맡으면서 단기적인 성과보다 점진적으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패스워크를 중시하는 짜임새 있는 조직 축구를 구사하고, 멀티플레이를 잘 하는 선수를 키워내 보다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기본기가 탄탄한 국가대표 선수, 그리고 올림픽팀, 청소년팀 선수들이 그야말로 줄을 잇고 있는 요즘입니다. 과연 조광래 감독이 선수들의 출중한 능력을 잘 살리고 그가 추구하는 '스페인식 축구'를 구사해 내면서 한국 축구의 해묵은 과제를 화끈하게 풀어내고 허정무 감독 이상의 '명장'다운 지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되고 또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