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궁극의 리얼리티 오피스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5월 29일 방송)

JTBC <미스 함무라비>는 법정 드라마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오히려 오피스 드라마에 가깝다. 초임 판사의 조직 적응기, 원칙주의자 엘리트 판사의 고군분투,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사법부 등.

법정 사건을 소재로 한 법정 드라마는 많았지만, 사법부라는 조직을 파헤치는 법정 드라마는 거의 없었다. <미스 함무라비>가 가능했던 건, 현직 판사 문유석 작가가 집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지난 5월 29일 방송된 4회는 재판보다 조직 내부의 문제에 더 집중한 회차였다. “배석을 쥐 잡듯이 잡으면서 본인은 성공의 길을 가는” 성공충(차순배) 판사는 배석 발령을 받은 홍은지(차수연) 판사에게 “나랑 일하는 동안엔 연애니 결혼이니 신경 쓰지 말고 일해라”고 경고한 것도 모자라, 밤 12시에 전화해서 “지금 어디냐? 사무실에 불 꺼졌던데 벌써 퇴근했냐”고 닦달했다. 임신 사실을 숨겨가며 무리해서 일했던 홍은지 판사는 결국 유산했다. 그러나 성공충 판사는 병원에 입원한 홍 판사를 찾아가 사과하기는커녕, 동료와 선배 판사 방을 순회하면서 변명을 늘어놓기 바빴다.

<미스 함무라비>는 성공충 판사만을 절대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성공충 판사 사건이 극단적으로 묘사됐을 뿐, 사법부 조직 내에는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약자를 배려하는 구성원들을 밀어내는 세력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줬다.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똑똑하고 원칙을 따지며 상사에게도 날카로운 지적을 거침없이 하는 임바른(김명수) 판사는 조직에서 인정받는 수재가 아니라 ‘튀는 돌’일 뿐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로채고 오로지 성공에만 눈 먼 성공충 판사에 대해 수석 부장에게 문제제기를 하자, 수석 부장은 이렇게 얘기한다. “임바른 판사는 열등감, 자격지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며 임바른에 대해 “예외적인 캐릭터”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성공충 판사에 대해 “천재는 아니지만 평생 성실하게 노력하는 성취동기가 강한 사람들”이라고 두둔하고 이것을 “장유유서”라고 포장한다. 조직에서는 바른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또 한 번 보여준 장면이었다.

지하철에서 변태를 제압하고 여성 판사의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모으는 박차오름(고아라) 판사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공격적이다”라는 상사의 지적을 받는다. 홍은지 판사의 유산 소식을 들은 박차오름이 성공충 판사의 징계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계획하자, 부장판사는 “돌출행동 하지 마라”고 말린다. 동료를 위한 연대의식이 ‘돌출행동’으로 왜곡된다.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외부에서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국민들의 분쟁을 조정하는 조정자 역할을 하지만, 정작 조직 안을 들여다보면 튀는 인물을 걸러내고 ‘장유유서’라는 명목 아래 몰상식하고 반윤리적인 상사들이 대접받는 불공정한 사회다. 사소한 장면 하나 하나에 우리나라 조직 특유의 폐쇄성, 경직성, 온정주의 문화를 담아냈다. 버릴 것 없는 귀한 장면들.

이 주의 Worst: 너무 쉽게 만들어진 기획 <해피투게더> (5월 31일 방송)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

KBS2 <해피투게더>는 가정의 달 특집으로 프렌즈 리턴즈 특집을 공들여 준비한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스타들의 친구를 찾는 ‘프렌즈’ 특집은 이미 포맷도 다 정해져있고 “꿀잼과 감동”까지 입증된 가장 쉬운 기획이었다.

두 명의 스타가 친구들을 찾는다. 친구들은 스튜디오에 있고 출연자는 ‘뻐꾸기 리포터’ 박명수와 함께 뻐꾸기의 방에 격리되어 있다. 3~4개의 질문을 통해 친구들의 에피소드를 들어본다. 출연자들이 스튜디오에 나와 직접 친구를 찾고, 못 찾은 친구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찾는다. 기본적인 구성이 너무나도 똑같다. 가정의 달 특집이라고 해서 더 얹어진 ‘양념’도 없었다.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

이날 <해피투게더>에는 박성광과 유민상이 출연했다. 두 사람의 친구들은 유민상의 식탐, 박성광의 여자 욕심, 두 개그맨의 끼와 배려심에 대해 얘기했다. 사실 유민상이 식탐이 많았다는 것, 박성광이 여자에게 관심이 많다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개그콘서트>만 봐도 알 수 있는 캐릭터다. 너무나 예상가능한 질문과 기존 캐릭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에피소드들은 ‘프렌즈 리턴즈’ 기획만큼이나 식상했다.

게다가 친구들이 미리 남긴 메시지 중 “우리 동거했었잖아. 벌써 날 잊은 건 아니지?”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마치 막장 드라마처럼 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메시지였지만, 알고 보니 친구가 이사 날짜를 잘못 맞춰서 박성광 집에 한 달 동안 살았던 훈훈한 미담이었다. 소위 ‘낚시’ 메시지였다. 가장 이해되지 않는 건, 가정의 달과 친구 찾기의 상관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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