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의 재송신 협상에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직권으로 분쟁 조정을 할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이하 방통위)는 재송신 협상 분쟁이 지속될 시 시청권 보호 측면에서 주무부처가 나설만한 법적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KBS·MBC·SBS 등 지상파3사는 기업 간 이뤄지는 재송신료(CPS) 협상에 정부 기관인 방통위가 개입할 소지가 있고, 이는 부적절하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2012년 1월, 지상파가 케이블에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자, 케이블측은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상파를 끊는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방통위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에서 방송분쟁 조정 제도 개선안을 논의했다. 방송분쟁 발생 시 당사자 신청이 있는 경우에만 조정절차 착수가 가능한 현행 방송법을 시청권의 중대한 침해가 발생하거나 방송 유지·재개 명령이 내려진 분쟁에 한해 방통위 직권으로 조정을 개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방통위는 관련 방송법 개정의 근거 사례로 2016년 스카이라이프와 지상파 방송 분쟁 시 지상파3사가 방송신호 공급 중단을 통보했던 일을 들고 있다. 당시 방통위는 시청권 보호를 위해 방송유지 명령을 부과했는데 현행법상 당사자(스카이라이프) 신청이 있을 때까지 조정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은 "사업자 간 분쟁에 대해 정부 개입은 극히 제한적이고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방통위가 의결하고자 하는 사안은 일반 사업자가 아니다"라고 직권 분쟁조정 권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표 위원은 "지상파 방송은 국가 자원(전파)을 빌려서 운영하는 공익적 목적이 큰 사업"이라며 "이는 바로 시청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직권분쟁조정은)시청권 보호 위한 최소한의 조처"라고 강조했다.

고삼석 상임위원도 "방통위가 이용자 권리를 보호하는 기관으로서 '방송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아무 것도 못한다는 건 의무 방기"라며 "최소한의 조정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석진 상임위원 역시 "돈(CPS)이 걸린 문제로 양 당사자 간 분쟁이 지속됐을 시 중재자가 없으면 해결이 쉽지 않다"며 "시청권 보호라는 가치가 더 크다. 다만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러한 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해당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시켰다. 방통위는 직권분쟁조정에 관한 개정안의 국회 제출 기한 목표를 10월로 두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사의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협회장 양승동)는 1일 성명을 내어 방통위의 결정에 반대를 표했다.

한국방송협회는 "과거 유료방송의 불법적인 재송신으로 인해 분쟁이 있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자율적인 재송신료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며 "분쟁 가능성 자체가 거의 없는 환경이므로 방통위가 사적 사업영역에 개입하려는 직권조정은 정책적으로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방송협회는 "방통위는 방송유지·재개명령권을 신설했고, 재송신 가이드라인까지 발표해 재송신에 대한 규제를 강화시켜 왔다"며 "규제 강화 이후 블랙아웃(방송 중단)과 같은 분쟁은 벌어지지 않았다. 정부가 직권조정을 통해 이미 사적 계약의 영역에서 정해지고 있는 콘텐츠의 가격까지 정하겠다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국방송협회는 "우리 방송은 넷플릭스 진출과 같은 외부적 환경요인 및 시청행태의 급격한 변화라는 내부적 변화요인 등으로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가장 많은 한류콘텐츠를 생상해 온 지상파방송 사업자를 지원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상파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방통위의 직권조정 도입을 논의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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