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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뱀’의 존재론[도우리의 미러볼] 유튜버 양예원 씨 진실공방 논란에 대하여
도우리 객원기자 | 승인 2018.06.01 18:15

[미디어스=도우리 객원기자] 유튜버 양예원 씨가 ‘꽃뱀’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한 스튜디오의 비공개 촬영회에서 당한 일로 ‘미투’ 고발을 했다가, 스튜디오 실장 측이 사건 당시 카톡 대화를 공개한 뒤 고발에 대한 진실공방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진실공방 프레임과 맞물리는 꽃뱀 논란은 최근 미투 고발에서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정봉주 전 의원과 프레시안과의 진실공방 이슈였다. 이러한 논란은 다소 불가피해 보인다. 파급력이 큰 미투 고발이 피해자의 폭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적지만 무고죄로 홍역을 치른 사건도 존재한다는 점 때문이다.

커뮤니티의 양예원씨 관련 댓글

미투 진실공방은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무고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면서 시작된다. 정봉주 전 의원도 사건 당일 촬영한 사진 780장 등을 제시했었다. 그리고 여기에 미투 진실공방 프레임의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미투 고발의 대부분은 경찰 신고는 물론 제대로 된 대처가 어려웠던 오래 전 사건이라는 점에서 ‘물적 증거’가 적다. 그래서 미투 고발자들은 사건 관련 간접 증거들을 끊임없이 제시하지만, 아무리 증언에 일관성과 정합성이 있어도 ‘물적 증거’가 아니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의심을 받는다.

무엇보다 고발자는 자신이 순수하고 선량하다는 ‘꽃뱀의 증명’까지 해 내야 한다. 진실공방에 윤리적 공방까지 가세하는 것이다. ‘윤리’에 대한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완전무결한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입증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대중들은 고발자의 평소 행실에 대한 판관을 자처하며 ‘2차 가해’를 저지른다. 그 사이 사건의 본질과 명백한 정황들은 ‘물타기’ 된다.

이번 양예원 씨 사건에서도 담당 경찰관이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을 할 정도로 실장 측이 제시한 카톡 대화 자체는 무고를 입증할 증거가 못 된다. 양예원 씨의 진술 일부가 틀렸지만 폭로가 거짓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중들은 양예원 씨를 자발적인 촬영을 성추행으로 꾸며낸 꽃뱀으로 낙인 찍고, 성추행 고발도 믿을 수 없다는 증거로 삼고 있다. 반면 실장이 성범죄 혐의로 2번이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점, 양 씨와 유사한 피해자가 6명이라는 점, 촬영 계약서에는 사진 유출이나 수위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는 점은 거의 묻히고 있다.

유튜버 양예원 씨가 성폭력 사건을 고발했다(양예원 씨 유튜브)

꽃뱀의 존재론은 분명하다. 성폭력 고발 당사자를 공격하고 폄훼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자 면죄부다. 사건의 본질이 아닌 선인과 악인을 가르는 데 주의를 돌릴 수 있다. 게다가 꽃뱀이면 실제 성폭력을 겪었더라도 자처한 일이 되므로 ‘당해도 싼’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또 꽃뱀에 대한 잣대는 여성에 대한 전통적 이분법인 창녀와 성녀, 자발과 비자발, 합리와 감성, 이기성과 이타성의 구별과 상통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 이분법으로 뚜렷이 나뉘지 않는다. 한 번도 실수하지 않거나 돈을 밝히지 않는 사람은 없다. 성폭력 고발자들이 꽃뱀으로 손쉽게 몰리게 되는 이유다.

꽃뱀은 성을 자원삼아 이득을 얻는 여성을 뜻한다. 그런데 애초에 성이 자원이 되는 것은 남성의 수요 때문이다. 거대 성매매 시장과 몰카 카르텔이 그것이다. 여성에 관한 많은 멸칭이 성과 관련된 이유이기도 하다. 꽃뱀은 섹스를 무기로 사기치는 여자, X년은 다른 남자랑 섹스하는 여자, 창녀는 돈 받고 섹스하는 여자다. 그래서 여성에게는 성이 수치심이 된다. 양예원 씨가 성추행에도 불구하고 계속 촬영한 것은 이미 사진이 찍혔다는 데서 온 ‘자포자기 심정’ 때문이었다고 말한 이유다. 과거에 강간 피해자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가해자와 결혼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포르노사이트 검색ㅇ에 오른 양예원 씨 이름

양예원 씨 꽃뱀 논란에서 가장 기이한 점은 ‘표정’에 대한 이중잣대다. 유출 사진 속 웃음은 같이 즐겼음을 증명하는 ‘진짜’지만, 피해 폭로 때의 울음은 ‘가짜’라는 것이다. 이들은 유출 사진을 소비한 공범임을 증명 중이라는 자기 객관화조차 안 되고 있다. 갑 앞에서 억지 웃음을 잘 짓는 것이 을의 일상이라는 상식도 잊고 있다. 꽃뱀 공포? 여성들이 ‘그저 꽃이기를 바라는’ 욕망 아닌가. 분노하고 아파하는, 살아 움직이는 인간임을 바라지 않는 것 아닌가. 그래야 성적 소비가 온전히 쾌락적일 수 있으므로.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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