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호에 정말 괴물이 살고 있을까? 백두산 천지에도 괴물이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목격자도 존재하고 사진에 찍혔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지형적 특성상 논의되는 괴물이 존재하기는 힘들다는 과학적 접근을 하는 이들이 더 많다.

<JTBC 뉴스룸>은 '앵커브리핑'을 통해 증명할 수 없는 실체에 대해 언급하면서 네스호 괴물과 사법부의 전관예우를 비교했다. 흥미로운 접근이 아닐 수 없다. 두 가지 모두 분명 실재 한다고 믿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물론 네스호 괴물은 주체와 객체가 모두 모호해 반박할 수도 없지만 말이다.

[앵커브리핑] '네스호의 괴물…있다와 없다 사이의 간극'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네스호에 괴물이 산다는 목격담으로 인해 그곳엔 수많은 관광객들이 여전히 찾고 있다. 그리고 그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들과 영화가 생산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미 네스호에는 괴물이 살고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과학적인 증명이 쉽지 않았던 시절 목격된, 혹은 찍힌 사진들은 시간이 흐르며 민망한 장난 정도로 언급되기도 한다.

괴물의 실체와 상관없이 이미 수많은 이들은 스코틀랜드 네스호에는 괴물이 살고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이미 마음속에 네스호 괴물은 살아 숨 쉬고 있으니 말이다. 전현직 판사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전관예우가 시민들 눈에는 보인다고 한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네스호 괴물을 마음 한쪽에 품고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법조인들에게는 전관예우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고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실제 증명하기 어려운 전관예우는 네스호에 괴물이 있는지 없는지 조사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수많은 이들이 그리고 결과로 전관예우는 존재한다고 말하지만 사법부 관계자들은 그런 일은 없다고 주장할 뿐이다. 전관예우만이 아니라 법원이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정권에 순치된 판결을 내려왔다는 의혹들도 쏟아졌다.

[앵커브리핑] '네스호의 괴물…있다와 없다 사이의 간극'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 모든 것이 사실이었음이 증명되었다. 판사 블랙리스트가 작성되었고, 정권 입맛에 맞는 판결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내용까지 감안한다면 사법부는 삼권분립을 스스로 무너트린 셈이다.

법치국가에서 사법부를 믿을 수 없게 만든 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그들 자신이다. 독립된 객체로서 법의 심판을 공정하게 내려 줄 것이라 믿었던 마지막 보루가 철저하게 부패한 집단이라면 법치국가의 근간은 무너져 내린다.

사법부가 정치 집단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리며 많은 노동자들이 억울한 피해자가 되었다.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그들을 사법부 자체 특조위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기가 막히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국민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도 검토하겠다고 물러서기는 했지만, 이미 바닥까지 추락한 사법부의 위상은 쉽게 재정립되기 어려워 보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립된 권력으로 법치국가의 한 축이 되어야 할 사법부가 정치권력의 시녀를 자처하고, 기본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사법 거래까지 해왔다는 점에서 이들은 뼈를 깎는 개혁 없이 다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김기춘이 간첩조작 사건으로 박정희 독재 정권을 비호하던 시절, 양승태는 수많은 간첩조작 사건의 1심 판결을 해왔던 존재다. 그런 자가 이명박 시절 대법원장이 되어 박근혜 정권에서 사법 거래를 해왔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법을 자신의 입맛대로 사용해왔던 자에게 완장을 채워준 것 자체가 문제였다.

지난 촛불 정국에서 개혁 1순위는 '검찰'이었다. 그런 그들보다 더한 집단이 사법부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은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법치국가에서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를 믿을 수 없게 되면 모든 것은 무너진다. 가장 중요한 근간이 무너지면 국가가 존립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법부 사태는 심각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수사만이 아니라, 협력했던 자들 역시 모두 사법 처리가 되어야 한다.

[앵커브리핑] '네스호의 괴물…있다와 없다 사이의 간극'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국제연구팀이 네스호 주변에 DNA 샘플을 채취해 괴물을 실체를 밝혀낼 계획이라고 한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궁금증은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신뢰를 잃은 사법부는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네스호 괴물의 실체를 증명하는 것보다 더 어렵고 복잡한 일이 되어버렸다.

사법부라는 거대한 괴물을 잡는 것은 네스호 괴물을 생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사법부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상태까지 왔지만 그들의 저항은 거셀 것이다. 그리고 괴물들은 정체를 숨긴 채 다시 음험한 괴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 때까지 어딘가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높다.

무너진 사법부의 신뢰는 그들 스스로 다시 세워야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만이 아니라 의혹이 있는 모든 이들을 전수 조사해서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든 사법거래를 해왔던 집단은 스스로 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놓쳤다. 사법부는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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