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지부(지부장 전대식, 이하 부산일보지부)가 정수장학회에 안병길 부산일보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안 사장의 배우자 박문자 씨가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부산시의원 후보로 확정되면서 공정보도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부산일보지부는 1일 서울 중구 정수장학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안병길 사장의 사퇴와 부산일보 유일 주주인 정수장학회의 역할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부산일보지부와 더불어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 한대광 전국신문노조협의회의장, 배성재 서울신문통신노조협의회의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부산일보지부는 1일 서울 중구 정수장학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안병길 사장의 사퇴와 부산일보 유일 주주인 정수장학회의 역할을 촉구했다.(미디어스)

이날 부산일보지부는 안병길 사장과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한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함께 골프를 치고 있는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2017년 6월 16일자 부산일보 1면에 실린 사진기사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김삼천 이사장과 안병길 사장의 골프 사진이 부산일보 1면에 실렸다. 안병길 사장은 사회의 공기인 부산일보 지면을 사유화 했다"며 "이는 부산일보와 부산 시민을 모독하는 일이다. 그런 안병길 사장이 또다시 배우자 출마로 부산일보의 신뢰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할 안 사장은 '공정보도 잘 하면 될 거 아니냐'는 식의 오리발을 내밀었다"면서 "주주로서 부산일보를 관리·감독하고 안 사장을 선임한 정수장학회에 책임이 없지 않다. 정수장학회는 공익적 목적에 맞게 안 사장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내야 한다. 그 길은 '안병길 사장 해임' 하나 뿐"이라고 강조했다.

<부산 아마 골퍼 최강자는>. 부산일보 2017년 6월 16일자 1면 사진기사. 왼쪽부터 안병길 부산일보 사장,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 박용수 골든블루 회장, 백종헌 부산시의회 의장, 김영환 부산시 경제부시장.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사장과 이사장이 참석한 골프대회가 신문 1면에 실릴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정말 놀랍다"며 "이런 상황에서 배우자의 특정정당 출마가 더 많은 우려를 불러 일으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근본적으로 정수장학회의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수장학회는 지금도 박정희·박근혜의 잔재로 자리잡고 있다. 하필이면 부산일보와 MBC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반드시 우리사회 공익적 취지가 반영되는 공영재단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대식 부산일보지부장은 "부산일보는 과거 공화당 시절부터 칼럼 등에서 편향성 논란이 끊임없이 일었다. 이번에는 사장 배우자가 직접 라이센스를 따 조끼를 입고 정치 그라운드에 나서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법과 저널리즘 정의를 떠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기자화견 종료 후 부산일보지부는 정수장학회를 찾아 안병길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부산일보 공정보도 위한 정수재단 입장 촉구'의견서를 전달했다. 언론노조와 부산일보지부는 김삼천 이사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부산일보지부는 정수장학회를 찾아 안병길 사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부산일보 공정보도 위한 정수재단 입장 촉구'의견서를 전달했다.(미디어스)

한편, 안 사장은 배우자 박문자씨의 지방선거 출마로 논란이 일자 사내게시판에 "부산일보는 그 어떤 언론사보다 공정보도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다"며 "그 어떤 정당도, 후보도 잘못이 있다면 사정없이 보도하시면 된다. 현실화되지 않은 걱정과 우려만으로 대외 투쟁이나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상태다.

이와관련해 부산일보지부와 부산일보 기자협회는 '공정보도 훼손 및 편집권 침해'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부산일보지부는 일요일까지 조사를 마친 뒤 다음주 중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부산일보지부는 기자회견문에서 "부산일보의 공정보도 훼손 및 편집권 침해 논란은 안 사장이 2015년 2월 부임한 이후 계속돼 왔다. 안 사장과 재단 그리고 안 사장 부인 사진이 거리낌없이 신문 지면을 채웠다"고 밝혔다. 이번 실태조사로 안 사장의 '지면 사유화' 사례가 드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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