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반 년 간의 시즌 동안 매일 경기가 열립니다. 그만큼 어제 경기가 오늘 크게 영향을 미치는 스포츠도 드뭅니다. 납득할 수 없는 투수 교체로 역전패당한 어제 경기의 여파가 오늘 고스란히 미치며 오늘도 LG가 패할 것임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예상은 1회부터 정확히 적중했습니다.

LG는 1회초 2사 1루에서 이택근의 안타성 타구를 두산 우익수 정수빈이 다이빙 캐치해 선취 득점에 실패했는데, 진루타 부재가 원인입니다. 만일 1사 1루에서 박용택이 진루타를 쳐서 2사 2루가 되었다면, 짧은 안타에 2루 주자의 득점을 막기 위해 두산 외야수들은 전진했을 것이고, 이택근의 타구는 확실히 우익수 옆을 꿰뚫고 뒤로 빠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용택은 포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나며 진루타를 기록하지 못했고, LG도 선취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섬세함이 부족한 LG 야구의 한계가 여실히 노출되는 장면입니다.

1회 말부터 김광삼은 난조를 거듭했습니다. 2스트라이크를 잡아 놓고도 결정구로 던진 공이 높고 밋밋하게 제구되면서 통타 당했습니다. 1회 말 허용한 4안타 중 3개가 2스트라이크 이후에 허용한 안타입니다. 2회 말 선두 타자 고영민에게 볼넷을 허용했을 때, 이종욱, 정수빈, 김현수로 이어지는 좌타자들에 맞춰 서승화를 올리는 것이 적기였습니다. 그러나 김광삼이 이종욱까지 상대하도록 방치한 것이 초구 우전 안타로 이어져 무사 1, 3루가 되면서 4:0까지 벌어지는 빌미가 되었습니다. 어제는 투수 교체가 지나치게 빨라서 문제였다면, 오늘은 늦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 2.2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한 서승화 ⓒLG트윈스
어차피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전반기 2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선발을 길게 끌고 갈 이유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서승화를 선발로 올리고 상황에 따라 김광삼을 롱 릴리프로 올리는 것이 어땠을까 싶습니다. 김광삼은 1이닝 5피안타 2볼넷 4실점에 그쳤지만, 서승화는 2.2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그나마 나았기 때문입니다. 선발 등판이 가능한 두 투수의 컨디션에 대해 감독과 투수 코치가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습니다.

투수들이 1회 말부터 3회 말까지 매회 실점하며 5:0으로 벌어졌으니 야수들이 맥이 빠질 듯도 합니다. 하지만 실점 과정에서 작은 이병규의 실책성 플레이 2번과 오지환의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 각각 1번 씩 겹쳐졌음을 감안하면 야수들도 할 말이 없습니다.

6회 초 이대형의 스퀴즈 실패는 가장 아쉬운 장면이었습니다. 타선이 폭발하며 5:0을 5:4까지 만들었지만, 1사 1, 3루에서 이대형이 초구에 스퀴즈에 실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강한 직구나 바운드 볼이 아닌 변화구에 번트 헛스윙으로 3루 주자를 횡사시킨 것입니다.

이대형에게 스퀴즈를 지시한 것은 7월 18일 삼성전 3회 초 무사 만루에서 이대형이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 완봉패의 빌미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대형은 기습 번트에는 능해도 희생 번트나 스퀴즈에는 약하며, 결정적으로 포수가 3루 주자의 움직임을 간파할 수 있는 좌타자입니다. 이대형이 외야 플라이를 좀처럼 치지 못한다는 약점 때문에 박종훈 감독이 고심 끝에 스퀴즈를 지시했겠지만, 결과는 최악이었습니다. 스퀴즈 실패로 자신감을 상실한 이대형은, 평소 강했던 정재훈을 상대로 2사 2루의 동점 기회에서 삼진으로 물러났고, 동점에 실패한 후 6회 말 작은 이병규의 엉성한 수비가 겹치며 쐐기점을 내준 것으로 사실상 승부는 끝났습니다. 아무리 4득점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여세를 몰아 동점 혹은 역전에 성공하지 못하면, 결국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야구의 보편적인 흐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경기 관전평에서도 지적했지만, 이대형에게 맡겨 땅볼을 치게 하는 편이 가장 나았을 듯 합니다. 앞서 오지환의 타구에 손시헌이 실책을 범하는 등 두산 내야진도 당황하고 있었기에 발 빠른 이대형을 상대로 깔끔한 병살 플레이를 연결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어제 역전패로 오늘 패배는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LG는 2연승 뒤에 단 한 번도 스윕에 성공하지 못하는 등, 나쁜 분위기는 길게 끌고 가고, 좋은 분위기는 지속하지 못하는 이상한 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야구의 좋은 속설은 절대 적용되지 않지만, 나쁜 속설은 기가 막히게 LG에 들어맞습니다. 롯데가 사실상 5연패에 빠졌지만, LG 역시 4연패로 승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고, 도리어 오늘 승리한 6위 기아에 쫓기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3위와 10경기 이상 벌어진 4위라는 형편없는 전력으로 가을 야구를 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감독과 선수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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