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오는 4일, 5일 양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었던 JTBC 경기지사, 서울시장 TV토론회가 무산됐다. JTBC는 당초 유력 후보만 초청해 토론회를 할 예정이었다. 토론회에 초청받지 못한 후보들이 반발하자, 토론회를 취소했다. 지방선거 TV토론 무산은 유력 정당과 방송이 합작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정의당 김종민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서울특별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JTBC는 당초 4일로 예정된 경기지사 토론회에 이재명 민주당 후보,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 5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토론회에 박원순 시장, 김문수 한국당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를 초청했다. 그러자 TV토론회에 초청받지 못한 후보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30일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JTBC 경기지사 TV토론회의 방송금지를 요구했다. 31일에는 정의당이 JTBC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에 JTBC는 TV토론회를 취소했다. JTBC는 다자토론회를 기존 초청 캠프에 제안했으나, 부정적 답변을 받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JTBC는 "바른미래당 뿐 아니라 정의당 후보 등 모든 후보들이 참석하는 경기지사 후보 다자 토론을 기존에 참여하기로 했던 각 후보 캠프에 제안했다. 대답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서울시장 후보토론의 경우 역시 각 진영에 물어본 결과, 일부 후보측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유력 정당의 후보 측에서 다자 토론회를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선거에서 TV토론은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며 "가능하면 토론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데,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 자체가 너무 적은데다, 지금 소수정당 후보들의 참여에 거대정당 후보들이 토론회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정책을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인데, 2~3명만 초청해 TV토론회를 진행하면 유권자들이 모든 후보의 정책을 비교해보지 못한다. 주요정당 후보들이 토론 자체를 기피한 게 아닌가 싶다"며 "토론은 하지 않고 그냥 자신들의 기존 지지도와 인지도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TV토론회에 유력후보만 초청하는 방송사들의 인식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는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 주장에 대한 JTBC의 반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JTBC는 "5% 이상 지지를 받는 후보자들 간의 토론이, 모든 후보가 참석하는 토론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JTBC는 "김영환 후보는 가장 최근인 5월 29일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 1.9% 지지를 얻는 등, 평균 2.52%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차범위를 감안해 최소 5% 지지는 받아야 한다는 JTBC 토론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언론사의 토론 기준에 대한 관련법 조항과 판례로 비춰볼 때 JTBC의 토론 방송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공직선거법 제82조에 따르면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 후보자를 초청할 수 있다. 하지만 소수정당들은 JTBC의 TV토론회 초청 기준은 KBS TV토론회 초청 기준보다 진입장벽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내부규정을 촛불 이전처럼 답습하면 어떻게 촛불 이후 달라진 언론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JTBC는 훨씬 높은 자체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31일 신지예 후보는 미디어스와 전화통화에서 "정치가 바뀌기 위해서는 정당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에서 방송이 해야 하는 과업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방송의 소명의식에 공정한 선거방송을 하는 것도 포함돼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후보는 "촛불정국 이후의 선거라면 소수자의 목소리도 반영할 수 있도록, 방송에서 소수정당 후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넣어주는 것이 마땅하다"며 "방송사에서 그런 고민이 없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신지예 후보는 "방송사들은 후보자들이 난립하면 방송이 어렵고 차질이 생긴다고 하는데, 해외 사례를 보면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프랑스 대선 때는 10명이 넘는 후보가 토론을 했다"며 "마크롱은 정치신인으로 지지율이 낮았는데, 토론을 통해 정책, 공약, 자신의 얘기를 하며 지지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6년 아이슬란드의 한 후보는 TV토론을 통해 지지율을 1%에서 약 27%까지 올렸다"며 "선거방송에서 TV토론이 하는 역할이 무엇이고,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데, 한국방송사들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지예 후보는 다자토론회 개최를 요청했다는 JTBC의 설명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JTBC에게 어떤 제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답했다. 신 후보는 "지금 TV토론은 올드보이 토론회"라며 "지금 노동자, 여성, 청년 등의 소수자의 목소리는 배제될 수밖에 없게끔 선거법이 만들어져 있다. 방송사 자체 규정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우인철 우리미래 서울시장 후보는 "올림픽에 비유하자면 메달을 딴 적이 없는 나라 선수는 100미터 뒤에서 출발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방송사 TV토론에도 거대정당만 나오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후보는 "너무 불공정한 선거인 것 같고, 선관위가 불공정선거를 지켜보고 조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인철 후보는 "KBS TV토론회에서 군소정당 후보들은 시민들이 많이 보지 않는 2시부터 4시에 한다"며 "똑같이 출마 등록금을 냈고,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줘야 하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시민들은 누가 출마했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 후보는 "이런 조건에서 정치가 바뀌고, 청년 정치인이 등장하고, 젊은 서울을 만들 수 있겠느냐"며 "하던 사람들이 계속하라고 선관위가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인철 후보는 언론이 거대정당 중심의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후보는 "언론이 이런 것을 주목해주지 않으면 제 기능을 다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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