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기간 동안의 여론조사는 '과잉'과 '편향'으로 얼룩져 홍보수단으로 전락했으며 보수신문이 정책보도는 외면하고 인물검증을 정치공방으로 치부해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12월 4일자 KBS <뉴스9>.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신태섭·김서중) 신문·방송모니터팀은 한나라당 당내 경선이 시작된 지난 6월11일부터 12월15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와 3개 지상파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를 모니터한 결과를 발표하고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

민언련은 "신문과 방송이 대략 1.3일에 한 건씩 여론조사 실시했으며 특히 중앙일보가 31회, SBS가 17회로 가장 많이 보도했으며 신문과 방송 모두 기본적인 여론조사 정보는 제공했으나 올해 여론조사의 화두였던 응답률은 상대적으로 잘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보도, 경향신문 가장 돋보여"

이들에 따르면 응답률을 제시한 경우는 조선일보는 61.1%, 서울신문은 62.5%로 낮은 비율을 보였으며 중앙일보는 70.9%, 동아일보 88.2%로 비교적 정확하게 적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한겨레는 응답률을 기사에서 적시한 경우가 한 건도 없었다.

또 민언련은 "조선일보는 11월18일 한국갤럽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 관련 질문의 비중을 지나치게 높게 편성했다"며 "이는 노골적인 이명박 편들기"라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이날 여론조사에서 조선은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씨의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범여권 정당들의 주장에 공감합니까?'라고 물었는데 이는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이 '범여권 정당들의 주장’일 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부적절한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여론조사 기법이 아무리 발전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여론조사가 100% 신빙성을 갖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여론조사 보도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여론조사 보도는 대부분 지지도 중심의 보도이며, 그 과정에서 단정적인 구도나 표현 등을 사용해 유력후보나 1, 2위 후보 중심의 대결로만 압축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후보자 지지도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 및 보도를 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해서 1년 이상 지킨 경향신문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12월 10일자 경향신문.
또한 "경향신문은 여론조사를 사회적 낭비 수준으로 수행하고 있는 다른 언론사에 비해 '설원태 선임기자의 미디어돋보기' 등 여러 기사를 통해 여론조사 보도와 기법의 문제점을 짚어보면서 소신있게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민언련은 "언론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유리한 결과만을 부각시키는 등의 꼼수를 부리지 말고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여론조사에 사용된 어휘나 문장에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 대한 선호·비방이나 특정인의 당선·낙선을 유도하는 표현을 포함해서는 안된다'는 중앙선관위의 조항을 지켜서 공정하게 여론조사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일부신문 "특정후보 선거운동원 전락"

민언련은 10월 25일부터 12월 17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을 모니터하고 “보수신문이 특정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조·중·동 등 보수신문들은 마치 '이회창 출마 저지'가 목표인양 사설과 칼럼에서 걸러지지 않은 주장을 막무가내식으로 쏟아내 특정정치세력의 대변인 노릇을 톡톡히 했다"며 "이씨의 정계 복귀가 가지는 다양한 문제를 한국 정치의 현실과 결부시켜 다각도로 살피기보다 '이회창 대선 출마'를 둘러싼 각 정치세력의 움직임을 중계식으로 다뤘다"고 주장했다.

민언련은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2002년 대선잔금' 내역이 담겨있다는 이른바 '최병렬 수첩'을 거론하며 이회창 출마를 공격하고 나선 11월1일 직후인 2일부터 이씨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11월7일까지 신문보도를 집중 모니터한 결과 신문들이 하루에만 적게는 4건, 많게는 15건에 이르는 '이회창 출마' 관련 보도를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특히 동아와 조선은 각각 11월 2일과 5일 하루에만 3건의 사설·칼럼을 '이회창 출마 비판'으로 채워 합리적이고 냉정한 비판의 수준을 넘어 특정 정치세력을 자임하는 당사자의 입장에 섰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BBK 보도에서는 한겨레와 서울이 각각 203건과 206건으로 가장 열심이었고 조·중·동은 BBK를 다루는 데 180건 내외만을 할애하는 데 그쳤다"며 "이명박 후보의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동영상이 대선 직전 발견되는 등 BBK주가조작 의혹이 아직 풀리지 않았으므로 정론임을 자처하는 언론들이 앞장서서 BBK의혹을 추적했어야 했지만 많은 언론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또 "모니터 결과 각 후보별 보도 비중에서도 특정 후보에게 기사량을 집중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명박 후보가 35.4%로 전체의 1/3을 웃돌았으며 이회창 후보의 경우 이렇다 할 정책과 공약없이 당적을 버리고 출마했는데도 전체의 1/5이나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이는 대선후보의 정책을 꼼꼼히 따지는 기사량이 많을 경우 나오기 힘든 수치"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