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가 이례적으로 가창력을 근거로 아이돌 그룹을 비판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팩트는 틀림없는 것이지만 이 보도를 놓고 찬반 논쟁이 벌어질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5초 가수라는 현상은 취향으로 덮을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래도 아이돌 그룹의 가요계 집권은 계속될 것이다. 가요계를 아이돌 천국을 만든 공모자 방송사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주동자는 기획사다.

뉴스데스크의 보도가 속 시원한 일면도 없지 않지만 비겁한 보도였다는 생각을 들게 한 것은 5초가수를 강요하거나 조장하는 방송현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5초가수라며 비아냥거리면서도 그들을 가장 선호하는 것이 방송사들 아닌가. 방송사의 아이돌 우대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가요계 풍토 또한 바뀌지 않는다. 뉴스데스크의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많이 부족한 보도였다.

사실 이 보도의 배경이 된 것은 지난주 종영된 패떴2에서 김희철과 윤아가 지금까지의 히트곡에서 자신들 파트를 합친 시간을 말하는 자폭성 발언이다. 굳이 왜 그렇게까지 ‘노래하지 않는 가수’라는 부분을 스스로 밝혀야 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지만 그것을 솔직한 모습이라고 칭찬하기 보다는 그런 현실에 대한 우울한 고백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3초밖에 부르지 않더라도 카메라는 열심히 윤아를 잡아준다.

한국은 메이저 음악시장인 영국, 미국과 다르다. 그들의 경우 대중의 인기를 얻은 후에 방송에 출연하지만 한국은 방송을 통해서 인기를 끌어 모은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의 논쟁은 따로 해야 할 문제겠지만 이런 환경이 아이돌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만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작년 인디신의 신화를 이룬 장기하의 경우 말고는 외곽에서 인기를 얻어 거꾸로 방송에 진출한 경우가 없었다.

방송은 가수들의 프로모션의 사활을 건 필수코스이다. 비단 음악 프로만 아니라 각종 예능을 통해서 한 마디라도 알리려고 애쓴다.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것은 개인의 수입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 그룹 자체에게 대단히 큰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우결을 통해서 JYP의 대표 그룹으로 우뚝 선 2AM이다.

올 초 ‘죽어도 못 보내’를 내놓고 공개한 2AM 홈페이지에는 아예 대놓고 예능으로 떴음을 과시(?)할 정도였다. 5초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발라드 그룹이 예능으로 떴음을 자랑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했지만 부인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예능의 비중이 드라마를 위협할 정도로 커진 방송의 현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가요계 환경에서 가요기획사는 솔로가수보다 예능에서 여러 가지 장점을 보일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을 집중 육성할 수밖에 없다. 노래도 못 부르고, 5초밖에 안 부르는 것이 무슨 가수냐는 비난 이전에 이런 배경에 대한 집중적인 문제 제기가 함께 됐어야 했다. 성적매기기를 즐기는 한국인의 특성상 방송사 음악 순위 프로그램마저 없애자면 당장 돌이 날아오겠지만 이도 분명 논의해야 할 이유를 갖고 있다.

순위 프로그램마저도 대부분 아이돌 그룹에게 친절하다. 주 시청층이 그것을 원하는 것도 있겠지만 아이돌 그룹을 키워낼 정도의 능력을 갖춘 기획사가 아니라면 방송문을 두드리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한다. 많은 시청자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신곡을 낸 가수나 그룹이 남들과 다른 세트나 현악팀을 대동하고 출연하는 것이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적으로 기획사 부담이다. 그러니 자연 대형기획사 소속 가수나 그룹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주 남자의 자격을 통해서 뜨거운 화제의 인물이 된 배다해는 <바닐라 루시>라는 크로스 오버그룹의 보컬이다. 그러나 음악방송에서 이들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6월 뮤직뱅크에 한번 얼굴을 비췄고 이후 심야 음악프로인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음악줌심에 한번 나왔을 뿐이다. 뉴스데스크의 기사 논조에 의하면 이들은 모든 음악방송에 일순위로 섭외되어야 할 그룹이다. 성악을 전공한 배다해의 빼어난 보컬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세 멈버 역시 클래식 전공자로 전자 바이올린, 첼로 그리고 섹소폰을 연주하기 때문이다. 질적인 면에서 이들보다 더 낫다고 자부할 가수나 그룹이 얼마나 되겠는가.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것이 아주 많음에도 불구하고 5초가수 부분이 마치 헤드라인 뉴스라도 되는 것처럼 이슈가 된 것은 우리사회의 아이돌에 대한 높은 소비성을 반증하고 있다. 칭찬이나 비난도 아이돌을 대상으로 해야 대중이 관심을 더 갖는다. 이런 현상을 외면한 5초가수 운운의 비난은 겉핥기에 불과한 인상을 주었다.

단순한 사건사고가 아닌 지속적인 사회현상을 보도할 때는 좀 더 진지하고 심층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돌 그룹은 단순한 해프닝이나 일시적인 신드롬이 아닌 세기를 넘겨서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사회 현상이다. 이것이 문제가 있다면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을 했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 전위에 선 아이돌 멤버들의 가창력 논란이나 꼬집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저 잘 나가는 아이돌 흠집 내는 흔한 댓글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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