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가 초장시간 노동에 따른 소속 직원의 과로사로 노동환경을 개선 중인 넷마블에 '구로 등대'를 다시 켜라는 주장을 내놨다.

조형래 조선일보 산업2부장은 31일 조선일보 오피니언 지면 <'구로 등대' 넷마블의 1년>기사에서 넷마블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후 신작 없이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다며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도 회사가 쇠락하기 시작하면 빈둥거리는 시간만 늘어날 뿐"이라고 주장했다.

<'구로 등대' 넷마블의 1년>. 조선일보 5월 31일 오피니언 A31면.

조 부장은 "근로시간 단축은 직원 처지에서는 더없이 좋은 이야기다. 문제는 일을 적게 하면서도 높은 성과를 내는 기적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준비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자칫 성공적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인 한국 기업들의 최대 장점, 즉 스피디한 시장 대응력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조 부장은 "근로시간을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새로운 도전자의 탄생을 막을 수도 있다"며 "자본과 기술력이 뒤지는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를 따라잡는 데는 사람이 유일한 자산이고, 천재적 창의성이 없다면 농업적 근면성이라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후발 주자가 1등처럼 일해서는 절대로 1등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직원의 과로사로 인해 노동환경을 개선중인 넷마블이 준비없이 워라벨을 시작한 탓에 경쟁력이 떨어졌고, 때문에 선발주자인 넥슨이나 엔씨소프트를 앞지르기 위해서는 '농업적 근면성'을 갖춰야 한다, 즉 '구로 등대'를 다시 켜라는 얘기다.

넷마블은 지난해 2월 '장시간 근로개선안'을 발표해 야근과 주말근무를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넷마블의 발표 직후 일각에서는 넷마블의 야근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넷마블 사무실로 추정되는 공간에 불을 꺼진 채 컴퓨터에만 불이 켜진 사진이 올라왔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문제가 언급됐는데 당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열흘간 매일 밤 11~12시 사이 넷마블 건물을 촬영했는데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비즈한국 기사에서도 넷마블의 야근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비즈한국은 1월 24일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넷마블 본사를 찾아 저녁 11시가 가까운 시간에도 불이 켜져 있는 실태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시간까지 넷마블 본사의 불은 9층부터 17층까지 켜져있었다. 당시 넷마블의 몇몇 직원들은 11시가 돼서야 회사 문을 나섰다. 넷마블이 근로개선안을 발표한 지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문제가 지속된 셈이다.

일부 직원들이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발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자 넷마블은 지난 3월 직원들이 스스로 주당 52시간 내에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로 본격적인 근무시간 개선이 시작된지 불과 두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은 2016년 11월 넷마블에서 개임개발 업무를 담당하다 급성심근경색으로 돌연 사망한 노동자 A씨에 대해 '크런치 모드'에 따른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크런치모드’는 소프트웨어 개발 마감 시한을 맞추기 위해 수면, 영양 섭취, 위생, 기타 사회활동 등을 포기하고 연장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 넷마블 직원의 사례는 게임개발자의 일상적인 장시간 노동, 특히 빌드시기(게임 테스트 기간)에 이루어지는 '초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가 처음으로 산재로 인정된 사례다. 초장시간 근무로 노동자가 사망해도 업계 '1위'가 되기 위해 근로시간을 함부로 줄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많은 의문을 낳는다.

한편, 지난달 30일 JTBC는 넷마블을 상대로 고발에 나선 직원 일부에 대해 회사가 해당 직원들을 찾아다녔다고 보도했다. 리포트에서 해당 직원들은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민주노총 이름으로 회사를 고발했는데 "회사 직원이 직접 찾아와 노동부에 제출한 증거들이 무효라는 확인서를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JTBC 보도와 관련해 넷마블측은 "일부 직원들의 집을 찾아가 연장근로신청자료의 무효화를 요청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일부 퇴직자들의 초과근로수당 미지급분에 대한 지급을 완료하라는 노동청의 통보를 받았고 연락을 취해 미지급금 지급을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넷마블 직원이 자택을 방문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