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방송된 <구미호여우누이뎐> 6회는, 한마디로 '충격과 공포'로 요약할 수 있다. 엄청난 반전이 있었기 때문에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었고, 섬뜩한 장면으로 인해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 것도 아니었다. 바로 이 드라마가 가진 '힘'에서 느낀, 충격 그리고 공포였다.

잠시도 틈을 주지 않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 화면과 OST의 궁합, 캐릭터에 빙의된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 등이 기대이상의 몰입도를 담보하고 있다. 총 16부작 미니시리즈가 6회 정도 진행되면 느슨해질 만도 한데, 오히려 능수능란하게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내용이 늘어지면 화면으로 조인다. 5회의 숨가쁜 추격신이 그랬듯이, 6회엔 초옥(서신애)의 미친(?) 연기와 더불어 순간순간 움찔하게 만든 죽은 큰아버지와 그녀의 눈에 비친 윤두수(장현성)를 비롯한 귀신 된 가족이 그러했다. 등장할 때마다 서늘함을 안겨 주는 박수무당 만신(천호진)은 두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후반부에 들어서면 <추노>가 안 부러울 정도로,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마침표를 찍는 센스를 보인다. 무엇보다 굵직한 서브플롯이 단순하고 확실하기 때문에, 몰입이 용이하다. 위기에 빠진 '연이가 죽을까?'. 시청자는 연이(김유정)를 죽이기 위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쫓아가면 된다.

연이의 죽음이 미뤄진 이유?

현재 <구미호여우누이뎐>에 최대 이슈는 '연이가 죽을까?'에 있다. <추노>의 초반 이야기의 중심이 이대길(장혁)과 언년이(이다해)가 과연 '언제 만날 것인가?'에 있었듯이 말이다. 그리고 연이는 죽는 게 확실하다. 연이가 죽어야 다음 서브플롯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구미호 구산댁(한은정)의 복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쯤 연이가 죽게 될까? 연이가 죽어야 진행에 더 박차를 가하지 않겠는가란 질문을 하게 된다. 단순히 비방일이 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또한 비방일에 죽는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8회의 마지막 혹은 9회에는 비극의 씨앗을 뿌리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한다. 16부의 하프라인. <추노>의 이대길과 언년이가 24부에 절반인 12회에 재회했듯이 말이다.

연이가 순간순간 위기를 넘어가긴 했지만, 그동안의 모든 극적 장치는 연이의 죽음을 위해 쓰여진 것이다. 윤두수와 구산댁, 양부인(김정난)뿐 아니라, 정규도령(이민호), 만신, 퇴마사 등 인물간의 갈등을 극대화시키고, 연이의 억울하고 슬픈 죽음은 또 다른 이야기의 재료가 된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연이의 죽음이 늦춰지고 진행이 더딘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연이의 죽음이 미뤄진다해도, 극적 재미가 반감되진 않았다. 특히 연이의 '정체'가 탄로 나는 상황들이 그러하다. 연이가 반인반수의 모습을 드러낸 2회부터 시작해서, 6회 정규도령에게 여우의 본 모습을 들킨 에피소드들이 드라마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이었다.

아직 반인반수 연이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윤두수를 비롯, 그녀를 죽이려는 양부인, 천우, 조현감 등 주요인물들이 그렇다. 현재 구산댁이 구미호란 사실보다 연이의 정체가 그들 한명 한명에게 드러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연이의 정체가 먼저 드러나야, 윤두수를 필두로, 인간의 모습을 한 구산댁을 바라보는 혼란도 폭발력을 안고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연이가 죽어도 <구미호여우누이뎐>이 할 얘기가, 단순히 구산댁의 복수에만 치우치지 않음을 예상케 하고, 연이의 죽음 이후를 충분히 끌고 갈 만한 힘을 담보한다. 바로 인물들의 '정체'다. 연이 뿐 아니라 만신을 비롯해, 베일에 가려진 인물들의 정체와 욕망이 드러남으로써 빚게 될, 극적인 오해와 혼란 그리고 갈등이 풍성해진다.

<구미호여우누이뎐>은 단순히 구미호의 '모성애'와 '복수'를 그리는 데 있지 않다. 바로 인간의 내재된 본능뿐 아니라,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엇갈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시선과 대처다. 그것은 각각의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직업적인 부분, 신분상에 접근, 개인적인 욕망 등 다양하게 분출된다. 그리고 모든 건 드라마가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안에 모아진다. 그 시작이 바로 연이의 죽음이고, 미뤄지고 늦춰진 것이 아니라 정확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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