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유초를 두고 벌이는 옥정과 동이의 지략대결은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이끌었습니다. 절박한 상황에 몰렸던 옥정은 상황을 일거에 반전을 시킬 수 있는 지략을 내세워 동이와 관련자들을 한 곳에 몰아넣은 후 문제의 등록유초를 손에 넣는 방법은 유효하고 의미 있게 전개되었습니다.

옥정과 동이를 갈라 놓은 중요한 가치 하나

1. 자승자박에 빠진 옥정

등록유초를 차지하기 위해 준비한 옥정의 전략은 단순하지만 명쾌했습니다. 청 사신들을 위한 연회에 동이와 그녀와 관련된 모든 이들을 불러 모은 후 숨겨진 등록유초를 찾아내는 작업들은 예정된 순서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연회를 지킨다는 명분하에 궐에 있는 군사들을 집결시키고 그런 상황에서 당연하게도 내금의 장은 그들에 대항하는 군을 궐로 집결시킵니다.

모든 것들이 연회에 집중되어진 상황에서 옥정의 명을 받고 등록유초를 찾기 시작하는 그들은 가능한 모든 곳들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연회가 끝나가는 무렵까지도 찾지 못한 그들은 어렵게 숨겨둔 문건을 찾아내는 성과를 얻습니다. 모든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낸 옥정으로서는 만족스럽기만 합니다.

자신이 획득한 등록유초를 청에 넘겨주겠다는 옥정과 가장 중요한 군사 기밀을 적에게 넘겨주면 엄청난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음에 망설이는 남인 수장에게 옥정은 한 마디 합니다.

조선의 파국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지며 더불어 오태석이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옥정의 발언에 그들은 마지막까지 한 배를 타기로 합니다. 나라를 파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는 상관없다는 옥정의 위험한 사고는 그녀가 최악의 상황 속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해도 안타까움보다는 후련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대사였습니다.

나라의 가장 중요한 기밀을 팔아서라도 자신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옥정의 사고는 정의를 추구하는 동이와 명확한 선을 그으며 선악의 구분을 명확히 해주며 관계를 무척이나 단순화시켜주고 있습니다. 현실과는 상관없이 언제나 정의가 승리한다는 식상한 공식이 지속적으로 이용되고 사용되는 이유는 씁쓸하지만 절대 현실 속에서는 정의가 항상 승리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진본 등록유초를 입수하게 된 희재는 득의양양하게 청나라 사신을 만납니다. 이미 숙종에게 압박까지 가한 상황에서 그들이 획득하게 될 등록유초는 조선을 압박하는데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문건이었습니다. 희희낙락하며 문건을 받아들던 그들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최악의 상황임을 깨닫게 됩니다.

세자 고명을 받고 뒤집을 수 없는 절대자의 자리를 차지하려 했던 옥정. 숙종이 힘겨운 상황에 처하고 고난의 시간을 가질수록 자신에게 의지하게 되고 그렇게 의지하는 숙종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지배력을 높이려던 옥정의 사심은 모두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증거 앞에 나약해진 희재는 숙종 앞에서 문초를 당하는 상황까지 몰립니다. 오빠에 대한 애정이 지극한 옥정으로서는 자신에게 드리워지는 문제보다는 희재의 안위가 더 염려스러운 옥정은 철저하게 사적인 욕심에만 매달려 모든 이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존재로 타락해버렸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오빠와 자신의 안위에만 매달린 채 급격하게 변하는 흐름을 놓치기 시작한 옥정으로서는 자승자박에 빠진 채 자신들의 최후를 재촉하기만 합니다. 정치인들의 실체가 모두 드러나게 될 남인들의 하소연들은 옥정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것으로 보여 집니다.

2. 옥정을 살렸던 사건은 무엇인가?

빈집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 그들의 전략은 옥정의 머리 위에 올라선 동이에 의해 완벽한 나락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어버렸습니다. 동이가 파놓은 함정에 아무것도 모른 채 사냥꾼을 잡겠다고 뛰어든 곰은 자신이 함정 속에 있는지도 깨닫지 못한 채 꿀단지를 옆에 끼고 꿀만 음미할 뿐이었습니다.

옥정이 안타까운 것은 항상 행위만 있을 뿐 결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문제들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그녀가 얻어낼 수 있는 결과라는 것은 세자를 낳은 시점에서 완전히 멈춘 채 뒤로 힘차게 달리는 일만 하고 있을 뿐이지요. 결과 없는 행위만 반복하도록 만드는 동이의 능력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옥정의 잦은 실패들은 더 지독한 상황들을 만들어가고 그런 악습들은 결국 국가의 명운이 달린 등록유초를 내주는 패를 던지며 종말을 예고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옥정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세자의 어미라는 사실입니다. 현 시점 자신과 비교할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 확실한 증거 없이 자신을 내칠 수 없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기도 합니다.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사건들을 피해가며 살아남은 옥정은 그래서 앞날을 도모하고 기대합니다.

확실하게 엮인 남인들이 자신을 쉽게 내칠 수도 없다는 것과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심증만 가지고 세자의 어미인 자신을 내칠 수는 없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동이가 옥정을 찾아 건넨 말은 의미심장했습니다.

과거 명성대비가 살아있던 시절 자신에게 가해지는 수많은 억압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는데 혁혁한 공헌을 했던 동이가 과거에는 그런 일들이 옥정을 살렸지만 이제 그 일들이 옥정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천민 출신으로 숙종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옥정을 못미더워 하며 내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명성대비의 일들 중 가장 절체절명의 위기를 만들어 냈던 것은 음변 사건이었습니다. 나라의 길흉까지 이야기될 수 있었던 음악은 당연히 장악원에 있던 동이의 활약을 부추겼고 맥가이버를 능가하는 동이의 능력으로 인해 옥정은 최악의 상황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습니다.

동이가 자신하는 것은 증거입니다. 옥정과 무리들에 의해 행동이 있었음이 명확한 상황에서 모든 증거를 지울 수 없는 그들을 옥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은 증거를 찾아내 범행을 자백 받는 것입니다. 과거 소금을 통해 음변 사건을 만들어낸 그들의 계략을 동이가 찾아냈듯 이제는 옥정의 계략을 확실한 증거로 찾아내겠다는 동이는 두려운 존재입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동이로 인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옥정으로서는 그 누구보다 동이의 능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토록 자신하는 동이에게 옥정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은, 동이라면 말한 것처럼 자신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는 증거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살려 이 자리까지 오르도록 했던 동이가 부메랑처럼 다가와 자신을 끄집어 내리려 한다는 상황은 옥정을 더욱 두렵게 만듭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권력을 통해 사욕에만 집중했던 그들은 그렇게 가장 지독한 최후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발 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임성민의 안쓰러울 정도의 연기는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비록 아쉬운 부분들이 드러나며 전개가 되기는 하지만, 사욕이 아닌 정의가 승리한다는 식상한 구도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정의가 죽은 사회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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