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법원이 KBS 이사회의 의사록·속기록·예산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1심 판결을 내린 가운데 KBS가 이에 항소했다.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한 언론인권센터는 KBS가 이와 같은 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5일 언론인권센터가 KBS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청구 행정소송에 대해 KBS 이사회가 의사록·속기록·예산집행내역을 공개하라고 판결내렸다. 그러나 KBS는 같은달 19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언론인권센터는 30일 '한국방송공사 이사회에 묻는다!'는 제목의 공개질의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질의서에서 언론인권센터는 "법원은 KBS 이사회 의사록, 속기록과 예산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KBS는 공개하기는커녕 항소를 제기했다"며 "법원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이사회 의사록, 속기록과 예산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한 언론인권센터는 최근 KBS 탐사보도부가 국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해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대해 연속 보도한 점을 사례로 들며 "직접 국회의원 출장비를 전수조사하여 보도한 KBS가 자신의 문제에 대하여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KBS의 태도는 대단히 이중적이며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

KBS는 지난 24일 ‘국민 알권리 침해한 국회…KBS가 공개’ 보도에서 국회의원의 국외 활동 신고서에 대해 정보공개를 공개를 청구했지만 “한 달여 만에 돌아온 국회사무처의 답변은 ‘비공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원들의 원활한 의정활동을 제약하고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며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의 공적인 출장에 이런 이유가 성립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달았다. 국회가 정보공개에 응하지 않은 이유와 KBS가 언론인권센터의 정보공개 요구를 거부하는 이유는 다르지 않다.

언론인권센터는 2017년 1월부터 KBS를 상대로 이사회 의사록·속기록·예산집행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KBS는 센터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이의신청에도 불구하고 KBS의 답이 오지 않자 센터는 KBS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KBS가 항소절차에 돌입하자 비판에 나선 것이다.

관련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김성순 변호사(언론인권센터 정보공개시민운동본부장)은 30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5월, 국회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KBS이사회가 속기록, 예산집행내역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평가는 속기록, 활동비 사용내역 등을 봐야 가능하다. 그런 부분에 대한 감시를 개인 사생활 침해로 생각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1심에서 KBS는 사생활에 관한 부분을 강하게 주장했었다"며 "'정보공개법상 다른 법에서 규정하고 있으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이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보호법 등 다른 법률 등에서 비공개하고 있는 사유가 아니냐'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저희는 사생활과 개인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 이사의 활동 부분이기 때문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인정돼 법원 판결이 난 것이다. 판례 추세 등을 보면 1심과 다른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한편, KBS는 법원에 항소장만을 제출했을뿐 아직 항소이유서는 제출하지 않았다. KBS 법무팀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항소 이유를 밝힐 수 없다면서도, 항소 경위에 대해 KBS 이사회와 경영진 입장을 수렴해 법률검토를 거쳐 항소에 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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