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호의 강제하차로 인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던 등록유초 사건은 오윤 만이 아니라 남인과 장옥정까지도 일거에 궁지로 몰아넣고 말았다. 등록유초를 놓고 벌어진 동이 대 장옥정의 머리싸움은 당연히 동이의 승리로 돌아갔다. 모든 것이 동이와 심운택이 짜놓은 덫에 장옥정이 빠져들고만 것이었다.

그러나 남인들로서 최후의 보루인 장옥정만은 중전자리에서 버티게 하기 위해서 숙종에게 인의 장막을 친다. 쉽게 말해서 장희재, 오윤 선에서 마무리 짓는 꼬리 잘라내기를 시도한 것이다. 형제애가 뜨거운 장옥정은 어떻게든 오라비 장희재를 구명하려고 하지만 친정 어미의 간청과 아들 세자를 위한 마음에서 꼬리자르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데 마음 다잡고 있는 장옥정에게 동이는 청천벽력의 선언을 했다.

이미 꼬리자르기를 결심한 장옥정이기에 자신 있게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자 했으나 동이는 담담한 어조로 폭탄발언을 했다. 장옥정이 대비 음독사건의 배후로 굳어질 뻔한 사건을 약초의 색변 특성을 통해서 모함을 벗어나게 해준 것을 기억한다면 이후 예고편의 몇 장면을 통해서 동이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금방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이가 장옥정에게 찾아가기 전에 정상궁은 동이의 처소를 침범했던 유상궁을 체포하고, 정임은 세답방에 가서 유상궁의 옷가지를 압수한다. 그 장면과 함께 예고편에서 동이처서 문지방에 뭔가 바르는 장면을 연결 지으면 해답은 쉽게 나온다. 그때 약초의 특성에 따라 식초 등의 색을 변하게 하는 것처럼 문지방을 오간 유상궁의 옷을 검사하면 등록유초를 가져간 장본인을 색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이 말처럼 그 수사로 인해 장옥정이 당장 폐위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역사적인 진행도 그렇거니와 오윤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인해 생략된 콘텐츠를 매우기 위해서라도 장옥정은 좀 더 동이와 실랑이를 벌이며 시간을 끌어줄 새로운 임무를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동이의 사건처리방식이 그 추적과 수사과정이 화려한 것에 비해 용두사미 꼴로 싱겁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동이는 조선CSI니 명탐정 동이니 등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헛갈리는 칭호를 들을 정도로 많은 사건들을 해결해왔다. 그러나 사건의 종결은 거의 대부분 덮어두는 형식으로 끝맺었다. 언젠가는 해결될까 알 수 없지만 동이가 최초로 해결하고 숙종과의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음변사건도 범인을 알면서도 덮어두기로 했다.

유상궁 임성민의 마지막 발연기와 그 뒤의 무표정한 단역출연자의 얼굴이 겹쳐 배꼽을 잡게 했다.
이후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대비 음독사건도 장옥정이 아니라는 것만 증명했지만 범인 색출은 유야무야 얼버무리고 말았다. 진짜 범인을 잡았다가는 드라마를 끝내야 할 판인 탓이다.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너무 많아 표로 정리해보니 정말 미해결 사건이 많았다.

검계사건 - 동이의 신분까지 알게 된 현재까지 진범이 잡히지 않음
음변사건 - 장옥정의 누명은 풀었으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사건을 덮어두기로 함
장옥정 대비 탕약 누명 사건 -장옥정 누명만 풀고 진범은 오리무중
인현왕후 폐위 - 동이가 죽음을 무릅쓰고 내수사 증거를 빼왔으나 사용하지 못함
주석, 구리 매점매석 사건 - 숙종이 직접 조사할 정도로 중대한 사건지만 결과는 모름
친잠례 자해사건 - 동이가 장옥정 나인의 옷에서 녹두를 발견했으나 이후 진행 없음
괴질 사건 - 괴질이 아니라 납중독이라는 원인은 밝혔으나 범인 색출은 없음
동이 출신조사 - 최철호의 하차로 추적할 인물이 마땅치 않아 등록유초 사건으로 건너뜀

이렇듯 동이는 화려한 수사능력에 비견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모든 사건이 용두사미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드라마 진행을 위해서거나 동이의 출신조사의 경우처럼 배우의 하차로 인한 불가피한 경우 등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갖고 있지만 하나하나 따지다보면 참 허무한 결과들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아직 장옥정이 신당을 꾸며 인현을 저주하는 <무고의 옥>사건이 벌어지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동이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장옥정은 아직은 무사할 것이다. 그러니까 동이가 장옥정의 죄를 밝혀내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밝혀지기만 할 뿐 그것이 장옥정을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겉으로는 화려한 수사력이지만 실제로는 별소득 없는 동이 CSI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과 상관없이 동이가 장옥정에게 죄를 밝히겠다는 말만 하고 그 방법에 대한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예고의 몇 장면과 함께 다음 주에 대한 궁금증이 더 클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보통은 낚시성 예고편이 많기는 하지만 동이의 말로 인해서 장옥정의 죄를 밝혀낼 방법을 너무 쉽게 풀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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