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한 시즌을 치르며 프로야구단의 감독이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채 10경기도 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감독이 아니라 선수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오늘 LG의 참혹한 역전패의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동점 홈런을 허용한 이상열도, 역전의 빌미가 된 실책을 범한 이택근도, 난타당한 김기표도 아닙니다. 미숙한 교체로 패배를 자초한 박종훈 감독입니다.
상대 좌투수에 맞춰 우타자를 기용하고, 상대 좌타자에 맞춰 좌투수를 등판시키는 소위 ‘좌좌우우 공식’의 기계적인 적용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반복하여 비판한 바 있습니다. 오늘도 박종훈 감독은 ‘좌좌우우’를 기계적으로 적용시키다 경기를 망쳤습니다.
하지만 심수창의 빠른 강판으로 인해 8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상열은 볼넷과 홈런으로 동점을 허용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두산에 넘겨줬습니다. 지난 일요일 삼성전에서 4타자를 상대하며 볼넷 2개와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구위와 제구 모든 면에서 2군에서 휴식을 부여해도 시원치 않을 이상열을 ‘좌좌우우’에 맞춰 다시 올린 것이 패착이 된 것입니다.
7회초 이진영을 제외한 기용도 전혀 납득할 수 없습니다. 5:3으로 앞선 7회초 LG는 단 1점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3점차로 벌리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사 1, 3루 기회에서 상대 투수가 좌완 이현승이라는 이유로 이진영 대신 박경수를 대타로 기용한 것은 ‘좌좌우우’ 공식에 따른 어이없는 교체였습니다. 이진영은 타율 0.341로 전체 타율 3위, 팀 내 1위이고, 좌투수를 상대로도 0.330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오늘도 좌완 왈론드를 상대로 3타수 2안타를 기록 중이었습니다. 팀 내에서 좌우 가릴 것 없이 잘 치는 가장 정교한 타자를, 2군에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인터뷰에서 자인한 1할 대 타자로, 단지 우타자라는 이유로 교체한 것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어이없는 기용입니다. 상대를 돕는 이적행위와 마찬가지입니다. 투수가 이현승에서 정재훈으로 교체되자 박경수 대신 좌타자 손인호를 투입했지만 범타로 물러나며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전임 이순철 감독과 김재박 감독은 ‘좌좌우우’ 고정관념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LG의 7년 동안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오명을 남겼습니다. 처음으로 1군 감독에 오른 박종훈 감독 역시 구태의연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LG의 앞날이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4위 롯데가 최근 4경기에서 1무 4패로 부진하지만, LG 역시 3연패로 승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박종훈 감독의 깨달음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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