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제2의 조희팔 IDS홀딩스 사건의 해외 은닉자금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IDS홀딩스 사건은 김성훈 IDS 대표가 1만2000여명으로부터 1조980억 원을 빼돌린 다단계 사기사건이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고 김 대표로부터 돈을 받고 가짜 변제안을 만든 웅산홀딩스 회장 한 모 씨를 체포해 재판에 넘겼고, 지난주에는 태국에서 가짜 변제안을 공모한 김 모 씨가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그런데 한 씨가 기존에 제기됐던 70억 원 외에도 김 대표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하고, 자신이 연루된 사기의 합의금을 낸 것으로 확인돼 자금출처에 관심이 모아진다.(관련기사▶IDS홀딩스 가짜변제안 주모자 구속)

▲연합뉴스 자료사진.

복수의 IDS홀딩스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한 씨는 지난 2016년 구치소에서 김성훈 대표를 만났다. 한 씨는 지난 2015년 사기 혐의로 피소돼 2016년 10월 12일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중이었다. 한 씨의 사기 금액은 2억 원이었는데, 1억 원은 기소 후 갚았지만, 나머지 1억 원을 갚지 못해 징역을 선고받았다.(관련기사▶IDS홀딩스 대위변제자 한 씨는 김성훈 '구치소 동기')

그런데 지난해 3월 한 씨는 돌연 1억 원을 사기 피해자에게 갚았고, 벌금 1500만 원 형으로 감형받았다. 출소한 한 씨는 김성훈 대표의 가짜 변제안을 마련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김성훈 대표가 돈을 대신 갚아주고, 한 씨를 풀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 씨는 지난해 8월 피해자들을 상대로 가짜 변제안을 내놨다. 알텀캡이란 회사를 차릴 것이고, 이 회사의 지분을 피해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변제하겠다는 안이었다. 현재 법정구속돼 실형을 살고 있는 IDS홀딩스 지점장들은 당시 유명 회계법인인 A회계법인에서 알텀캡의 가치를 5400억 원으로 평가했다며 피해자들을 현혹했다.(관련기사▶'1조 사기' IDS홀딩스, 이번엔 '가짜 변제안')

그러나 이 변제안은 가짜로 드러났다. A회계법인 고위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법인은 알텀캡이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해준 것 뿐"이라며 "알텀캡의 기업 가치를 산정해준 것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후 한 씨는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해명 없이 잠적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미디어스가 확보한 한 씨의 가족 명의의 증권계좌에는 약 50억 원의 돈이 입금돼 있었고, 한 씨의 누나가 한 씨의 지시를 받고 20억 원을 현금으로 들고 온 사례도 있었다. 한 씨는 경찰조사에서 김성훈 대표로부터 약 30억 원을 받은 부분만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관련기사▶IDS홀딩스 은닉자금, 대위변제자 유흥비로 탕진?)

그런데 한 씨가 김성훈 대표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썼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 씨가 김 대표의 변호사 비용을 입금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김 대표의 변호사 비용은 부인인 안 모 씨가 '현금'으로 납부하고 있었다. 전직 IDS홀딩스 관계자는 "바른이 변호할 당시에는 김 대표의 부인이 현금으로 변호사 비용을 납부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씨가 출소한 이후로는 한 씨가 김 대표의 변호사 비용을 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입금은 한 씨의 이름으로 이뤄졌지만 돈이 한 씨 회사의 임원 명의의 통장에서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한 씨가 운영하는 웅산홀딩스 이사인 강 모 씨, 역시 이사인 강 모 씨의 부인 이 모 씨, 감사로 등재돼 있는 한 씨의 누나 한 모 씨의 계좌에서 김성훈 대표의 변호사 비용이 빠져나갔다. 빠져나간 금액만 지난해 3월 10일을 시작으로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변호사 비용을 냈다는 점, 본인의 신상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김성훈 대표의 변호사 비용을 냈다는 점 등은 이 돈의 출처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 씨는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다른 사기 사건과 관련해 출소 후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씨는 출소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해 4월 7일 피해자 3명에게 1억7000만 원, 1억5000만 원, 8000만 원 등 총 4억 원을 돌려주고, 합의서를 받아냈다. 이 부분 역시 1억 원이 없어 합의를 보지 못했던 범죄자의 행보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알텀캡의 자본금 약 2억 원, 김성훈 대표의 변호사 비용 10억 원, 한 씨가 자신의 합의에 사용한 금액 5억 원, 증권계좌에 들어있던 50억 원, A건설·B엔터테인먼트 등을 인수하는 데 사용한 4억 원, 한 씨의 누나가 현금으로 들고 온 20억 원 등의 자금 출처가 김성훈 대표일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검찰 수사로 밝혀지지 않은 약 1200억 원의 용도에 대해 "용처를 밝힐 수 없는 돈도 있는 법"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한편 가짜 변제안을 만드는 데 공모한 김 모 씨의 형이 IDS홀딩스 해외법인인 홍콩 IDS FOREX의 책임자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훈 대표와 한 씨의 유착관계가 의혹을 더하는 대목이다. 한 씨의 재판은 다음달 1일부터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다.

▲웅산홀딩스 회장 한 씨가 지난해 6월 김성훈 대표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한 영수증 일부.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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