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은 지난 25일 금요일, 죄는 지었지만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삼권분립을 스스로 무너트린 희대의 사건에 특조위가 내린 결론이다. 주말 내내 특조위 발표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사법 정의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특조위의 행태만 봐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사법부 개혁 시작도 못했다;
삼권분립 파괴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수사가 개혁의 시작이다

상고법원이라는 사법부 이익을 위해 권력과 거래를 한 대법원은 이에 연루된 모든 자들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박근혜 정권을 위해 사법부를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든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당장 구속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

법 앞에 모든 이들은 평등해야 한다. 전 대법원장이라는 이유로 특조위 조사도 거부하고, 그런 자에게 제대로 된 질문조차 하지 못하는 사법부는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 셀프 수사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한 자들에게 사법 개혁을 요구할 수 없음은 명확해졌다. 공수처가 만들어져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자들을 견제할 수 없다면 사회 개혁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음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 행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문건(CG) [연합뉴스TV 제공]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과 사법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삼권분립을 스스로 무너트린 자에 대해 대법원장이었다는 이유로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조직 문화는 국민의 저항에 부딪쳤다.

촛불 혁명을 거치며 국민은 달라졌다. 이명박근혜 시절처럼 침묵으로 일관하는 국민은 아니다. 부당한 권력에 더는 침묵하지 않는 국민이 되었다는 사실을 여전히 그들은 모른다. 아니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만나 무슨 논의를 했는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정치적 세력이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된다면 어렵사리 이뤄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할 것이다. 법관독립의 원칙은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고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제도로서, 법관에게는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재판의 독립을 지켜야 할 헌법적인 의무와 책임만 있다"

2017년 9월 22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퇴임사에서 한 말이다. 이 말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는 없다. 사법부 독립은 어렵게 쟁취된 것이고, 이를 지켜나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문제는 이런 발언을 하면서 스스로 사법부 독립을 망쳤다는 사실을 부정했다는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누구인가? 수많은 간첩조작 사건의 1심 재판관으로 명성을 떨쳤던 인물 아니던가? 박정희 독재 시절 김기춘이 전면에 나서 벌인 간첩 조작 사건. 그 수많은 조작 사건의 1심 재판관으로 억울한 희생자를 양산한 자가 바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다.

이명박 시절 대법원장이 되어 그가 한 일은 무죄가 선고된 조작사건들에 대해 국가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배상을 하다 국가가 망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자가 대법원장인 시절 정상적인 법집행이 될 것이라 믿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기한을 말도 안 되게 축소하고, 지급했던 배상금까지 빼앗아간 사법부가 바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이다.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통제해왔던 양승태. 통진당 해산 역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 거래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만든다.

박근혜 정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찾아 거래를 시도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 공고하게 하려 했던 정치 법조인은 그렇게 사악한 방식으로 삼권분립을 파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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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9호는 위헌이지만, 긴급조치 발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

지난 2015년 3월 대법원에서 내려진 판결이다. 과거 전두환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과 유사한 흐름이다. 위헌이지만 국가가 배상할 이유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결국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어떤 인물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권 시절 박정희의 유산인 긴급조치 등 과거사 국가배상에 면죄부를 주는 일련의 판결을 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행태는 결코 용서될 수 없는 범죄다.

'콜텍 정리해고 사건' '코레일 노조 파업 사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KTX 여승무원 사건'등 노동 관련 사건들에 대해 대법원은 2014년과 2015년 원심 판결을 뒤집고 사측을 위한 판결을 내렸다. 이를 두고 양승태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분쟁 갈등 상황을 종식했다"고 평가했다.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무시하고 원심이 내린 판결까지 뒤집으며 사측에 유리한 판결을 한 대법원에서 모든 갈등이 종식되었다고 평가한 것은 그들이 노동자를 어떻게 봐왔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 거래가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이어져왔는지 철저한 조사가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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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공무원인 교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2012년 4월 유죄를 선고한 대법원은 2015년 3월 '전교조는 법외노조 맞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법으로 인정한 전교조를 한순간에 법외노조로 만들어 탄압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철저하게 짓밟고 고용주의 편에 선 사법부. 그게 바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의 풍경이었다. 스스로 간첩 조작사건의 1심 판결을 하며 수많은 희생자를 양산해왔던 자가 대법원장의 지위까지 오른 것 자체가 사법부의 수치다.

그런 자들을 조사한다고 나서 죄는 있지만 처벌은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낸 그들에게 사법부 개혁을 맡길 수는 없다. 삼권분리를 파괴하고, 법관으로서 양심마저 저버린 자들에게 어떻게 판결을 맡길 수 있다는 말인가? 사법부 판결을 믿지 못하게 만든 그들은 이제 외부에 의해 철저하게 수사를 받아야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즉시 구속 수사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로 만든 핵심 인물들에 대한 수사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적폐 청산을 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공정한 판사들까지 적폐 판사로 손가락질 받을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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