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여우누이뎐> 5회는, 괴한들에게 쫓기는 연이(김유정)의 질주로 시작됐다. 연이를 살해하라는 양부인(김정난)의 지시가 있었고, 오서방(김규철)이 청부업자를 고용했던 것. 그러나 박수무당 만신(천호진)의 비방전을 입수한 양부인은, 연이가 초옥(서신애)을 살린 유일한 희망임을 알고 경악한다.

양부인의 손에서 나온 비방전을 접수한 구산댁(한은정)은, 연이가 위기에 빠졌음을 직감하고 연이 찾아 삼만리에 나서고, 윤두수(장현성) 역시 연이 행방을 쫓기 위해 말발굽을 재촉한다. 그러나 혼자인 연이가 믿을 건 자신의 두 다리뿐. 연사인볼트가 되어 질주본능을 과시하나, 성인남자 다섯명의 추격을 따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노비 쫓는 추노가 아닌 연이 쫓는 '추연'은, 약 25분간에 걸쳐 긴박감 넘치게 전개됐고, 퇴마사(박수현)까지 얽혀 죽을 고비를 몇 차례 넘긴 연이는, 뒤늦게 나타난 윤두수와 천우(서준영)덕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구미호 여우누이뎐, 한은정-키스보다 짜릿한 욕바가지!

장시간에 걸친 추격전이 자칫 지루함을 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괴한에게 잡힌 연이가 물속에 빠졌을 땐 여우본능으로 기사회생했고, 다시 괴한들에게 잡혔을 땐 윤두수가 아닌 퇴마사가 괴한들을 처리한다. 이어 퇴마사가 서슬퍼런 칼로 연이의 목을 베어버릴 찰나, 구산댁이 아닌 윤두수 그리고 천우가 등장해 연이의 목숨이 오간 추격전의 마침표를 찍었다는 게 좋았다.

숨가뿐 추격속에서도 장면마다 예상을 비켜 간 인물들의 투입은,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켜 주었다. 또한 인물들의 활약은, 그들의 캐릭터를 보완 확장시키고, 앞으로의 전개에 개연성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격이다. 특히 윤두수가 연이를 대신해 퇴마사의 칼날에 베었던 상처는, 이후 구산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이가 초옥의 수의(연이가 입게 될)를 만드는 상황으로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었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추격전 이후 거품처럼 가라앉을 듯 했던 긴장감이, 연이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든 비방전으로 폭발직전에 이른 구미호 구산댁과 여우보다 더 여우스러운 탈을 쓴 양부인의 이중적인 태도로 인해, 오히려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수상한삼형제>의 태연희를 능가하는 양부인의 밉상연기가, 구산댁 뿐 아니라 시청자마저 분노케 만들기에 충분했다.

<구미호여우누이뎐>이 매력적인 이유는, 시청자를 쥐고 흔드는 데 탁월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구산댁의 캐릭터는 시청자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도 하지만, 한편으론 가장 단호하고 속 시원한 행동을 해 나감으로써, 시청자와 마음과 함께 움직일 줄 안다는 점이다. 특히 안방마님 양부인의 면전에 날린 속 시원한 욕바가지 세례는, 막혔던 속을 뚫어주는 명대사였다.

"이 천벌받을 년! 내 당장이라도 니 년을 죽이고 싶지만, 내 딸 연이를 살려 준 나으리를 봐서라도 이번 한번만은 살려주마."

조신하고 청순한 구산댁 한은정이, 변신한 구미호보다 무섭게 양부인을 쏘아보며 날린, '천벌받을 년!'은 시청하며 올랐던 혈압이 내려앉게 한 영양제 한방이랄까. 무소불위의 안방마님에 맞서, '이번만은 넘어가겠습니다.'가 아니라 '니 년을 죽이고 싶지만'이라니, 얼마나 통쾌한가. 양부인도 구산댁의 기에 눌려, 신분이고 뭐고 순간적으로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구산댁과 윤두수의 불타는 키스가 이어졌지만, 그다지 감흥이 오질 않았다. 더군다나 초옥이 생사를 오가는 와중이라, 키스타이밍으로 적절했는지 의문스러웠다. 짜릿했어야 할 키스신보다, 오히려 구산댁의 모성애가 진하게 담긴 욕설본능에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눈 돌릴 틈 없이 긴장과 갈등을 놓치지 않았던 <구미호여우누이뎐> 5회는, 연이 앞에 나타난 능글맞은 만신덕분에, 긴장감을 최고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끝을 맺었고, 6회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더군다나 초옥이 연이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은 두 사람의 갈등이 서서히 마무리됨을 의미하는 동시에 새로운 갈등, 바로 연이의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경고하는 메세지와 같아, 극적 재미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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