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외에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관심 재판들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이 담긴 문건들이 나왔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문건에는 '협조 사례'로 KTX 승무원 해고 사태가 포함됐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장은 승소했던 1·2심 판결과는 다르게 이례적으로 대법원 판결이 뒤바꼈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승하 지부장은 29일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해고 무효 소송 당시 대법원 판결을 '정치적 판결'로 의심했었다고 회상했다. 김 지부장은 "1·2심에서 '승무원들이 철도공사 직원이 맞다'는 근로자 지위를 확인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에서 안전 업무가 승무원의 업무가 아니다라고 써놓았다"고 설명했다.

2015년 2월 26일 대법원은 KTX 여승무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취지의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김승하 철도노조 KTX승무지부장이 언론에 입장을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지부장은 "일반인 상식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나왔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며 "누구나 다 (대법원 판결을 의심)했다. 대법원이 1·2심 판결의 쟁점은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그냥 패소 판결을 내린 것 자체가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때문에 '정치적 판결'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대법원 판결 나고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나는 일이 있었다. 저희가 받았던 임금은 다 부당 이득이 돼버렸고, 대법 판결이 저희의 지난 세월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KTX 승무원 해고 사태는 2006년 철도유통의 승무사업 위탁관리를 반납받은 코레일이 당시 KTX관광레저(코레일관광개발)에 승무사업을 재위탁하며 불거졌다. KTX 승무원들은 코레일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지만 코레일은 자회사 이적을 거부한 280명의 승무원을 정리해고했다. 승무원들은 해고 무효 소송에서 1·2심 모두 승소했지만 돌연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1·2심 재판 승소에 따라 승무원들은 회사로부터 월급을 지급받았으나 대법원 판결로 받은 임금을 토해내야 했다. 게다가 대법원 판결로 근로자 지위까지 박탈당하면서 결국 한 승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게 김 지부장의 설명이다.

김 지부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경 수사를 촉구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현재 대법 특조단의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특조단은 관련자들의 뚜렷한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 않아 형사 고발을 하지 않겠다는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은 해당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 가능성을 열어뒀고, 검찰은 대법원 고발이 들어온다면 적극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지부장은 "양승태 대법원에서 했다. 당시 대법원장이라는 사람이 혼자 모르고 알아서 아랫사람이 알아서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분조차 구속 수사를 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슨 사법정의를 바로잡겠다고 하는 것인지 그 진정성도 의심스럽다"고 특조단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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