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나온 음반 100만장 판매량. 그것은 DJ DOC만의 일은 아니었다. 그들과 함께 활동했던 때의 유명한 가수라면 한 해에 몇 명은 그렇게 진정한 골든디스크를 받을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니 그만큼 음반을 사주는 대중이 존재했다. 그때와는 달리 음원이 음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러모로 그 규모가 줄었음은 어림짐작으로 대충 셈이 나온다.
그런 아쉬움을 확인하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그보다 더 아련하게 다가온 것은 어쩌면 그들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은 모습이 있었다. 90년대를 풍미한 그룹치고는 이들은 결코 넉넉지 않은 생활을 해왔다는 사실은 익히 아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속고 이용당한 결과라 절대로 그 과정을 미화할 수 없지만 그래도 자신들은 ‘음악만 해야지 돈은 몰라야 한다’고 굳건히 지켰던 그들의 뮤지션으로서의 자존심은 이후 누구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까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90년대 나는 가요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들의 노래 몇 곡은 피하지 못하고 자주 입에서 흥얼거려야 했다. 개인적인 베트스 오브 베스트를 꼽으라면 단연코 <DOC와 춤을>이다.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사람들 눈 의식하지 말아요 이히”하는 가사와 경쾌하면서도 뭔가 저항적인 리듬은 화끈한 희열과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 노래가 아니었다면 내 기억 속 DJ DOC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노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삶도 그렇게 살았다. 자세한 그들의 일상은 알 수 없었지만 간간히 들려오는 단편적인 소식들만 꿰맞춰도 DJ DOC란 그룹은 단순한 날라리가 아니라 생각이 있고, 생각을 실천하는 한편으로는 무모한 사람들이었다. 그것은 그들의 노래만큼이나 매력적이었고 그 이후로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던 DJ DOC만의 아우라였다.
그랬던 사람들이라 그랬을 것이 분명하다. 몇 달 동안 생활 자체가 힘들어서 PC방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고비에서 그들을 기꺼이 도와준 사람도 있었다. 16년차 가수가 가장 고맙다고 밝힌 대상은 흔한 소속사나 방송계 누가 아니라 그때 그들의 둥지를 외상으로 제공해준 PC방 사장이었다. 참 폼 안 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아직도 20대 때의 그 객기와 순수함이 보인다.
물론 요즘에는 각종 예능에 출연해서 이빨 빠진 호랑이로 통하는 이하늘이지만 그의 대표적인 예능인 천하무적야구단을 보자면 그런 모습은 단지 예능적인 것일 뿐 그와 김창렬에게서는 다른 멤버들과 구분되는 진실함이 묻어 나옴을 알 수 있다. 사실 7년만의 음반은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더 높은 시도임에 분명하다. 그보다 더 분명한 것은 DJ DOC는 반드시 좋은 음악을 선사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연예기사보다 사회면에 더 많이 나왔다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그 악동 DJ DOC가 어느덧 40대에 들어선 중견가수들이 됐다. 그들의 생물학적인 연령은 어쩔 수 없겠지만 새 음반에서는 결코 나이 먹지 않을 그들의 정신과 혼을 다시 만나게 될 기대감에 놀러와를 보는 내내 작은 흥분상태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7년만에 기지개를 켜는 그들에게 꼭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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