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고 노력하는 자에게는 길이 있다고 했습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을 지녔다고 할지라도 노력하는 자세가 없다면 결코 최고가 될 수 없겠지요. 우리가 부르는 스타들은 대부분 힘든 고난의 시기를 겪고 그런 가운데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목표했던 꿈과 목표가 흔들리지 않았기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 시대에 축구 영웅 하면 박지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클럽에 입성해 당당히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아시아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드높이고 있는 박지성은 분명 오늘날 우리의 자랑입니다. 그랬던 박지성이 후진 양성을 위해 자신의 추억이 남아있는 경기도 수원에 '박지성축구센터(JSFC)'를 지어 24일 개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옛 경기도 농업기술원 부지에 지어진 축구센터는 박지성이 자서전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에서 언급했듯 '우수한 종자를 키워내던 이곳에서 한국 축구의 우량주들을 길러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뿌듯한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박지성의 또다른 꿈과 한국 축구의 미래가 담겨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곳을 제가 지난 14일, 삼성 두근두근 블로그에서 선정한 네티즌 MVP 시상식을 통해 가봤습니다. 월드컵에서 활약한 태극전사 가운데서 네티즌들이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박지성이 선정돼 블로거 대표로서 이 행사에 참석, 자리를 빛냈는데요(?). 아직 부분적인 공사가 진행중이기는 했지만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이 싹틔워 오를 곳이라서 그런지 뭔가 대단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인터뷰 도중 활짝 웃는 박지성 (사진-김지한)
▲ 24일에 개관할 박지성 축구 센터
▲ 네티즌 MVP 트로피를 네티즌 대표로부터 받은 뒤 들어보이는 박지성
어린 선수들이 마음껏 뛸 그라운드, 그리고 교육실 등 다양한 시설들이 갖춰진 가운데서 유독 눈에 띈 곳은 바로 박지성의 모든 축구 인생이 담겨있는 '박지성 기념관'이었습니다. 박지성이 초등학교 선수 생활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수상했던 기록들, 유니폼 등 각종 전시물들이 전시돼 있어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서, 그리고 박지성이란 선수가 한 시대를 대표했던 선수로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 박지성이 경기 후 유니폼 교환을 통해 얻은 각 국, 클럽 유니폼들 자세히 보면 이청용의 볼튼 유니폼, 그리고 박지성을 쫓아가 맞교환해 화제가 됐던 우루과이 루이스 수아레즈 유니폼도 볼 수 있었다.
▲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입은 유니폼과 각종 트로피들
▲ 3차례 월드컵에 출전해 입었던 유니폼과 축구화
▲ PSV 에인트호벤 시절이었던 2004-05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 당시 입었던 유니폼당시 박지성은 2차전 홈경기에서 골을 집어넣어 주목을 받았고, 이 골을 계기로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할 수 있었다.
▲ 2008-09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그라운드를 밟았을 당시 입었던 유니폼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
▲ 박지성이 유럽 무대 활약을 통해 따낸 각종 메달들 오늘의 선수(Man of the Match)를 수상한 뒤 얻은 샴페인도 눈에 띄었다.
▲ 맨유의 수문장, 에드윈 판 데르 사르의 골키퍼 장갑. 몇몇 동료 선수들의 기증품도 눈에 띄었다.
▲ 팬이 보내준 각종 편지, 선물들을 버리지 않고 이렇게 기념관에서 함께 기념한 공간도 볼 수 있었다. 팬들의 성원 없이 지금의 박지성이 없었다는 마음을 잘 표현해 낸 듯 했다.
▲ 2008-09 프리미어리그 우승 후 찍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의 기념 사진
그 가운데서도 또 눈길이 갔던 것은 바로 박지성이 초등학교 시절 쓴 일기장이었습니다. 박지성이 어렸을 때 어떻게 선수생활을 했는지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 있었고, 아주 솔직하고 꾸밈이 없는 기록으로서 꽤 흥미로운 전시물로 여겼던 것이 바로 일기장이었는데요. 이미 언론을 통해 부분적으로 보도가 되긴 했지만 알려진 것 외에도 박지성이 어렸을 때부터 정말 꿈 많고 노력하는 선수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진솔한 이야기들을 많이 볼 수 있어 꽤 흥미로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전술, 움직임에 대한 것을 일기장에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기본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슴피 이야기'였습니다. 몸이 약해서 부모님이 사슴피를 달여 먹었는데 돈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안 박지성이 일기장에 "엄마와 아빠에게 보답으로 축구로 성공을 하여야 겠다"면서 효성 지극한 마음을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이 때의 다짐이 10여년이 지난 지금, 성공한 축구 선수가 되는 비결이 됐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쉬운 길'이 아닌 '어렵지만 꿈을 향해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길'을 택했다는 점입니다. 힘든 고난 속에서도 오늘날의 박지성이 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어린 시절에 가졌던 굳은 마음가짐이 변치 않았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 박지성의 일기장
▲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은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겠다'는 것이었다 ^^
▲ 그림을 그려가면서 전술에 대한 이해, 자신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리한 것이 눈에 띄었다.
▲ '전국대회 우승', '축구로 성공해야겠다'는 굳은 다짐이 눈길을 끈다.
▲ 천삼백원을 택시비, 음료수 비용으로 쓰겠다며 금전 소지를 선생님께 승낙받는 내용이 재미있다.(좌측 상단)
박지성은 아직 부족한 면이 있지만 축구센터 건립에 만족을 표시하면서 자신보다 더 나은 어린 선수들이 마음 놓고 축구할 수 있는 공간이 이 곳이 되기를 꿈꿨습니다. 자서전을 통해서, 또 여러 경로를 통해서 언급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서른 줄에 막 접어들 박지성의 또 다른 꿈이 이제 막 시작되는 듯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직 선수로서 목표한 것도 실현해내겠다는 의지가 강한 가운데서 어렸을 때 '축구로 성공을 해야겠다'는 꿈이 더욱 크게 실현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물씬 풍겼습니다. 나아가 박지성이 꿈꾸는 또 다른 꿈이 한국 축구가 진정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높이게 한다는 면에서도 분명히 남다른 의미를 갖게 했습니다. 박지성의 꿈을, 그리고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점에서 박지성축구센터 정문을 나서면서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 유독 활짝 웃는 모습이 많았던 박지성. 앞으로 더 많이 웃는 박지성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 자서전에 싸인하는 박지성
▲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한 마디가 될 '꿈은 이루어진다' 정말로 박지성의 꿈대로 한국 축구의 꿈이 이루어지는 터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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