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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법남녀’- 왜 항상 남주는 까칠천재에 여주는 민폐신입?[이주의 BEST&WORST] MBC <나 혼자 산다>, MBC <검법남녀>
이가온 / TV평론가 | 승인 2018.05.26 10:52
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의외의 반전, 솔직한 고백! <나 혼자 산다> (5월 25일 방송)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걸그룹 멤버 혹은 여배우의 일상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는 늘 ‘반전’이 있다. 실제로 극적인 반전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연출해서 뭐라도 반전을 꾀하려 한다. 그 반전은 늘 ‘깍쟁이인 줄 알았는데 털털한’ 매력이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다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솜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대중이 다솜에 대해 기대하는 이미지는 “여성스러움, 막내, 새침데기”다. 실제 그의 일상은 아침부터 손발이 저려서 셀프 안마를 하고, 각종 간식을 챙겨 북한산에 가서 정상에서 피자를 먹고, 하산 후 혼자 백숙을 먹는 모습이었다. 등산을 다녀와서는 친구와 주식 공부를 하고, 밤에는 위스키에 컵라면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박나래의 말처럼, “50대 CEO의 삶”이자 “기원까지 갔으면 완전 아저씨의 삶”이었다.

중요한 건, 거기서 보인 다솜의 태도였다. 하산 후 혼자 백숙을 먹던 다솜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근현대사 책을 추천받았다. 진보, 보수와 관련된 뉴스를 보다가 진보, 보수의 정확한 개념을 알고 싶어서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아는 척 하는 게 아니라, “18살에 데뷔해서 또래들처럼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서 솔직히 모르면 모른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배움의 시간을 갖고 싶어” 독서하는 모습이 용기 있게 다가왔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친구의 지인이 주식으로 대박 났다는 소식을 들은 다솜은 주식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막무가내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열성적으로 강의를 들으면서까지 재테크에 힘썼다. 진보-보수가 궁금해서 역사책을 읽고, 주식이 궁금해서 소액 투자로 직접 경험을 했다.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지만, 누구나 뭐든지 도전하는 건 아니다. 다솜은 씨스타라는 전성기를 지나,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대중이 기대하고 있는 일상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는 다솜. <나 혼자 산다>에 나오길 잘했어요! 

이 주의 Worst: 왜 항상 남주는 까칠천재, 여주는 민폐신입? <검법남녀> (5월 22일 방송)

까칠한 천재 법의관과 열정 넘치는 초임 검사. MBC <검법남녀>의 남녀 주인공이다. 장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재 남주와 민폐 여주 관계의 낌새가 보인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

<검법남녀>의 10년차 법의관 백범(정재영)은 부검에 있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천재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외골수에 인간관계도 꽝이다. 게다가 과거 의문의 사고로 인해 외과의에서 법의관으로 전향한 미스터리한 전적까지 갖추고 있다. 그에 비해 초임 검사 은솔(정유미)은 검사의 사건 해결과정을 ‘미드’로 배웠다. 열정 과잉, 감정 과잉, 의욕 과잉으로 매 사건에 임하고 있다. 

<검법남녀>는 에피소드 위주로 구성된 장르물인데, 사건마다 은솔이 얼마나 천방지축인지 보여주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첫 사건 현장에서 은솔은 현장 보존을 위한 비닐을 착용하지 않은 채 하이힐을 신고 현장을 활보하고 다녔다. 여성 사망 현장에서는 중요한 사건 단서가 될 수도 있는 ‘열린 속옷 서랍’을 ‘피해자 보호’라는 명목 하에 닫았다. 백범은 “수사하러 온 거야, 아님 피해자 동정하러 온 거야?”라고 다그쳤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

심지어 지난 22일 방송분에서는 은솔이 수사관이나 형사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서 피의자를 만났다가 봉변을 당하는 일까지 생겼다. 피의자 최화자를 만나기 직전, 백범은 은솔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 “최화자가 범인”이라고 말했지만, 이미 최화자와의 약속 장소에 도착한 은솔은 자신의 힘을 과대평가하며 혼자 피의자를 만나러 갔다. 예상은 비껴가지 않았다. 은솔은 최화자로부터 “심장에 맞으면 심정지가 올 수도 있는” 약물을 넣은 주사로 공격당했다. 덕분에 새로운 증거를 찾았다는 성과가 있긴 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은솔이 얼마나 독단적인지 보여주는 에피소드였다는 점이다. 

<검법남녀>는 은솔을 아마추어로 묘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약자’로 그려내기까지 했다. 은솔이 혼자 피의자를 만나 봉변을 당한 날, 부장 검사는 수석 검사이자 은솔의 대학 선배인 강현(박은석)을 불러 은솔의 경솔함을 꾸짖었다. 강현은 백범에게 전화를 걸어 “은솔 검사는 앞으로 제가 살필 테니까 신경 끄십시오”라고 경고했다. 

MBC 월화드라마 <검법남녀>

결국 은솔은 자신의 힘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주체가 아니라, 남자 선배 검사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철부지 존재로 그려졌다. 법의관이 범인을 밝혀내고 수사관과 형사가 은솔을 구출하고 선배 검사가 은솔의 오피스 보호자를 자처하는 사이, 은솔은 상황 파악하지 못하고 의욕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망나니 신입이 되었다. 왜 <검법남녀> 속 남자들은 모두 은솔의 보호자가 되지 못해서 안달 나거나, 혹은 은솔의 보호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꾸중을 들어야 하는 걸까. 

점차 의욕 대신 능력을 채워 넣으며 은솔이 성장했음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되묻고 싶다. 성장 스토리를 위해서는 꼭 ‘아마추어’, ‘약자’로 시작해야 하는지 말이다. 그것도 꼭 여자 주인공만. 

이가온 / TV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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