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가희 루저"를 보고 뭔 일인가 싶었다. 별 시답잖은 이야기겠지 하고 그냥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연예 기사에 뜬 가희 루저 논란을 보게 되었다. 기사를 보고는 어이를 상실하고 말았다. 세바퀴에 나온 가희가 183cm이하는 루저라고 했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세바퀴를 재미있게 보았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떤 부분에서 가희가 루저 이야기를 꺼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았지만, 가희가 루저라고 한 부분은 없었다.

기자가 언급한 부분은 가희의 이상형을 묻는 부분에서 키는 좀 컸으면 좋겠다며 183cm이상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부분을 호도한 것이었다. 실제로 방송을 보았다면 절대로 그 부분을 루저 논란으로 불거지게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이야기를 보고 대충 어림잡아 쓴 기사임이 틀림없었다.

이런 식으로 마녀사냥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세바퀴에서 가희의 발언은 자신의 이상형을 말한 것에 불과했고, 그 이하는 루저이니 뭐니하는 뉘앙스는 전혀 없었다. 이는 예전에 미녀들의 수다에서 180cm이하의 남자는 모두 루저라는 발언이 이슈가 되자 같은 분위기로 몰고 가려는 이슈 터트리기에 골머리를 앓는 기자의 못된 심보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미녀들의 수다에서 나온 발언은 "루저"라는 표현이 비하하는 뉘앙스가 있었기에 문제가 되었고 이슈화 되었었다.

하지만 이번 세바퀴의 경우 누구를 비하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자신의 이상형을 말했을 뿐이었고, 방송의 흐름상으로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가희가 183cm이상이 이상형이라하자 MC들이 줄리엔 강과 같이 서 보기를 요청하였고, 원래 가희의 팬이었던 조형기가 그 옆에 서고, 줄리엔 강과 가희의 그림을 맞춰주기 위해 김구라가 옆에 선 것 뿐이다.

이것을 가지고 가희에게 루저 논란의 장본인으로 만들어 마녀사냥을 하는 것은 얼토당토하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방송을 보지 않고 기사만 본 사람들은 충분히 오해할만하고 예전의 안 좋은 루저 논란을 기억하며 가희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루저 이야긴 하나도 없었고, 누구를 비하하는 내용도 아니었는데 곡해되어 이야기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기사를 보고 가희에게 돌을 던지기 전에 방송을 다시 한 번 보기를 권하고 싶다. 방송을 본다면 누구도 그런 댓글을 달지 못할 테니 말이다.

방송을 보지 않고 글을 쓰지 말자.

방송, 연예 블로거들이 많은 트래픽을 얻으며 인기를 끌어오고 있다. 왜 그럴까? 방송, 연예 블로거로 2년 반이 넘게 활동해온 나의 경험을 비춰보면 초창기 방송, 연예 블로거들은 획기적이었다. 연예 기자들이 그저 보도자료만 보고 글을 뽑아내던 시절, 방송, 연예 블로거들은 실제로 방송을 보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때문에 신선했고, 차별적이었다.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 글을 쓰기 전에 소재를 미리 경험하고 그 경험에 대해 주관적인 의견을 쓴 것 뿐이다. 기자들은 객관적인 의견을 쓰려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다량의 글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방송을 일일이 시청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저 보도자료만을 뿌려댈 뿐이었다.

보도자료는 방송사의 취향에 맞게 나온 띄워주기 식 자료였기에 실제로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었고, 그런 부분을 시청자들이 직접 글로 쓰기 시작하면서 방송, 연예 블로거들이 지금까지 인기를 누려오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글을 쓸 때 철칙이 시청하지 않은 방송에 대해서는 절대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쓸 수도 없다.

방송을 보고 느끼는 것은 제각각일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을 보지도 않고 시청자 게시판이나 댓글만 보고 글을 쓰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보지 않고 본 것처럼 거짓말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을 주관적으로 펼쳐내는 것이 더 균형 잡힌 글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천편일률적인 기사만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있는 블로거의 글을 보고 싶어 하니 말이다.

이번 가희 루저 논란 역시 방송을 시청하지 않고 이슈가 될 만하자 시청자 게시판을 보고 글을 써 내려간 기자의 태업이 근본이 되었다. 해당 프로그램을 보고 글을 썼다면 시청자 게시판에 돌고 있는 가희에 대한 마녀사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며 균형을 잡아주고,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했을 텐데 말이다. 개인 일기장에 불과한 블로그보다 못한 기사를 뽑아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세바퀴의 대처법

MBC홈페이지 화면캡쳐
세바퀴에 나온 가희의 춤이나 그를 두고 오버해서 앞에 나와 본 조형기의 모습이 지적될 줄 알았다. 세바퀴의 방송 시간이 심야 시간이라 그 정도 수위는 그간 세바퀴의 컨셉상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현재 이슈가 생긴 상황에서 다른 이슈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것 같다. 당분간 수위를 낮추고, 색다른 코너를 개설하여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나간다면 지금의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가희 루저 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정확하게 짚어주어 오해하지 않도록 해 준다면 어이없이 실추된 세바퀴에 대한 이미지 역시 회복될 것 같다.

가희의 루저 논란. 그 안에 루저 이야기는 없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