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오디션에 첫 참가자로 방송인 박슬기로 문을 열었을 때 만해도, 합창단에 대한 기대치는 크지 않았다. 남자격 팀원들과 친분이 있거나, 혹은 방송에 낯익은 사람들로 구성해, 합창단이란 컨셉안에 예능의 색깔을 지나치게 덧씌우려든 게 아닐까에 대한 우려였다.
그러나 박슬기의 뒤를 이은 신인가수 이아시를 비롯해,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이 오디션장에 러시했을 뿐 아니라, 합창단에 대한 좋았던 기억 혹은 멋진 추억을 만들고자 속속 찾아 든 낯선 사람들로 인해 기대감이 서서히 증폭됐고, 종합격투기 서두원선수의 반전에 가까운 피날레는 '남자의자격' 합창단이 품은 '진정성'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아무리 맛좋은 반찬도 자꾸 먹으면 손이 가질 않는다. <남자의자격>안에 오디션은 참신했지만 2주연속 지속되다보니 시간에 비례해 재미도 반감됐다. 84명을 심사하는 그들도 지치기 마련이지만, 방송을 통해 바라보는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분명 오디션에 참가한 사람들은 신선했다. <연예가중계> 리포터로 활약 중인 선우가 베르디의 '축배의 노래'를 부를 때까지만 해도 시원함이 몰려왔다. 그러나 이름 모를 신인가수들이 속속 등장해 같은 소몰이 창법을 구사하거나,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재차 들어야 했을 땐, 훌륭한 가창력마저 식상함이란 함정 속에 매몰되는 느낌이었다.
결정적으로 슈퍼스타K 출신의 서인국이 등장했을 때엔, <남자의자격>만의 색깔이 지워지고 졸지에 '슈퍼스타K'란 껍데기를 뒤짚어 쓴 오디션장으로 전락한 느낌마저 들었다. 차라리 윤형빈의 그녀 정경미나 남자격 멤버들을 흥분시킨 아나운서 박은영, 성대모사의 달인 김영철이 끌어 준 시간들이, <남자의자격>은 예능이란 사실을 인지시킨 최후의 보루와도 같았다.
방송은 익숙한 나열이 되어 선 곤란하다. 1,2,3 그리고 4를 예상하는 수열에선 재미를 느낄 수 없듯이, 2,3뒤에 4가 아닌 5가 나올 수 있어야 흥미를 갖고 새로운 법칙을 발견한다. 2주 연속 오디션으로 남자격판 수퍼스타K로 몰락할 무렵, 강렬한 한방이 나왔다. 바로 신인그룹 바닐라루시의 배다해. 제작진이 왜 오디션을 길게 끌었는지, 그녀의 목소리가 이유가 되었다.
배다해가 불렀던 뮤지컬 <오페라의유령> 크리스틴의 'Think of me'. 재미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순간에 그녀의 목소리가 한줄기 빗방울로 내렸다. 마치 영화 <쇼생크탈출>중 교도소에 흐르던 '피가로의결혼'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할까. 배다해의 목소리가 식상한 슈퍼스타K로 가라앉은 <남자의자격>을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음악을 위해 합창단원들이 하나로 조화를 이뤄가는 과정이다. 경쟁도 있고 마찰도 있을 수 있다. 또한 박칼린이 맡아야 할 몫이 있고, 이경규가 해야 할 몫이 있다. 예능으로 보면 진정성과 오락으로 바라볼 수 있다. 무엇보다 <남자의자격>안에 여자가 들어와, 어떠한 재미나고 유쾌한 하모니를 만들어 낼 지, 기대를 잔뜩 불어넣은 배다해의 목소리로 힘찬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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