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한국시간으로 24일 밤 안타까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것이다. 북미 회담 취소 소식에 청와대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고 언론은 앞다퉈 미국의 속내를 분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조선일보는 북미 정상회담 무산 소식에 '안포팔이'에 나섰다.

▲25일자 조선일보 사설.

25일 조선일보는 <트럼프 미·북회담 전격 취소, 비상한 안보 상황이다>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적대적 태도를 문제 삼았지만 실제는 비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북 간 접촉에서 북핵 폐기를 둘러싼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인 비핵화를 부분적으로 수용할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이 과거 25년간 해온 대로 단계별로 대가를 챙기는 방식을 고집했을 경우 이 상태로 정상회담을 갖기는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가 핵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던 온 국민의 기대는 일단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추후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은 만큼 기회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깨끗하게 핵을 버리고 남북 공영의 길로 나오기를 바랄 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더 강력한 대북 제재와 미국의 군사 압박 밖에 없다. 최근 보인 북의 이상행동들은 도저히 핵 포기를 결단한 것으로 볼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당장 시급한 것은 한·미 간의 굳건한 공조"라며 "앞으로 김정은이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크게 흐트러진 안보 태세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핫라인으로 김정은에게 다시 한 번 핵 포기 결단을 촉구할 필요도 있다. 북 비위만 맞춰서 될 일이 아니다. 비상한 안보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북미 정상회담이 틀어진 만큼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안보태세의 철저한 점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안보태세가 조선일보의 주장대로 '흐트러졌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외교는 외교대로 국방은 국방대로 유지하는 게 당연한 정부의 역할이다. 결국 조선일보의 이런 식의 발언은 안보 불안을 키우는 목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현재 북미의 상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도 추후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고, 북한도 대화의 용의가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후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며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했다.

북미 양국이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도 북미 정상회담의 재성사를 위해 중재자 역할을 다시 해야 하는 중대한 외교 시험대에 올랐다. 이러한 중차대한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안보팔이를 들고 나온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4일에는 조선일보 계열사인 TV조선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를 폭파하지 않았다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이 역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조선일보가 1등 보수언론이라면 보수답게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국익에 반하는 행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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