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형제들(아래 뜨형)의 거침없는 질주가 멈출 줄을 모른다. 아바타 소개팅의 기나긴 장정의 마침표를 찍은 결승전은 일요예능의 승자자리를 예약하는 듯 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줄곧 끌어온 인기가 시청률로 바뀌는 약간의 시간 그리고 제작진의 더 독한 각오뿐이다. 무엇보다 결승전의 객원 아바타 투입은 대단히 적절했다. 다소 지루할 수 있었던 분위기를 새 얼굴로 커버했고, 고정멤버들에게 자극을 주는 계기를 마련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아바타가 소개팅녀보다 더 뜨거운 결과를 만들었다.

한편 아바타 소개팅은 소위 남자 편향적 예능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여성 입장에서는 아바타 소개팅 모습이 딱히 유쾌할 일이 없다. 그런데다가 아바타 소개팅은 자주 개그 콘서트의 남보원처럼 소개팅녀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말들이 담겨져 있어서 남자들에게 묘한 대리만족을 만끽하게 해준다. 그렇다보니 여성 시청자는 뜨형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식사 주문을 할 때 아바타 조정사 탁재훈과 박명수는 이구동성으로 공복으로 소개팅에 나오는 것을 공격했다. 급기야 탁재훈은 고영욱에게 “왜 여자들이 공복으로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고 박명수 또한 “공복으로 나오는 건 실례”라는 말을 서지석에게 하게 해서 소개팅녀 조기쁨을 당황케 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이후 음식이 나온 뒤에도 애드리브를 통해 공복이니 엑스라지 사이즈를 먹어야 한다는지, 각자 계산을 하자는 등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여성 입장에서는 그 한 끼라도 굶어서 좀 더 야위게 보이고 싶은 마음일 수는 있어도 결코 식사 욕심은 아니겠지만 그런 경향을 개그소재로 활용한 것이 웃음을 자극했다. 그렇지만 쿨하기에는 88만원세대의 고민은 안고 있는 요즘 남자들의 심정을 은근히 대변한 듯 후속반응은 꽤나 좋았다. 이런 공격적 성향이 제작진으로서는 고민되겠지만 어차피 뜨형처럼 자극성 강한 예능이 가진 피할 수 없는 특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객원 아바타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활약 혹시 교체 예고?

결승용 객원 아바타로 등장한 4명은 객원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바타 소개팅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 단지 이해만이 아니라 단지 한번만 출연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자신을 내던진 것이 위험해보일 정도로 열연(?)을 보였다. 개그맨인 김경진과 반 개그맨화 된 고영욱은 그렇다 하더라도 서지석과 이석훈의 적극적인 자세는 이들이 객원임을 잊게 해주는 동시에 결승전다운 웃음을 터뜨려주었다.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아바타 소개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정사와 아바타의 재능과 호흡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아바타끼리의 조합이다. 서지석이 워낙 발군의 활약을 보였지만 탁재훈이 조정한 고영욱 또한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 둘의 출연분량은 이석훈-김경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확보했다. 웃음강도 또한 높았음은 물론이다.

서지석은 분명 웃기는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말도 조용조용하고 얼굴 자체가 진지한 표정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뜨형에 출연하기 전까지의 얘기일 뿐이다. 아바타 트레이닝부터 서지석은 작정한 듯 완벽하게 망가지기 시작했다. 한 은행에서 서지석은 박명수, 쌈디의 조정을 받아 훈련을 시작했다. 총 3명의 고객(일반인은 아닐 것이다)을 맞아 엄청난 무리수를 던지며 맞춤형 아바타의 출현을 예고했다.

탁재훈 고영욱 조합은 아바타 길들이기에는 장소 선택이 적절치 않아 재미를 주진 못했다. 그러나 탁재훈의 애드리브가 폭발하면서 본게임에 들어와서는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아웃복싱 스타일로 간간히 큰 펀치를 날렸고, 결국 독자 우승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고영욱의 성씨과 맞아떨아진 114 애드리브는 환상이었다. 원래는 114 안내원과 사랑에 빠진다는 무리수였는데 고영욱의 이름을 고객님으로 바꾸는 재치로 상황을 뒤집어 놓았다.

SG워너비 이석훈 역시 박휘순을 만나 길들이기부터 폭탄발언을 서슴지 않고 해대는 등 온몸을 던지는 열의를 보였으나 김경진과의 조합이 집중도를 떨어뜨렸고, 이들을 조정한 박휘순 한상진은 아무래도 탁재훈 박명수에게 많이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그렇지만 기존 조합보다는 분명 웃음을 주었고 새 얼굴이라는 점만으로도 신선했다. 그러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기존 멤버의 교체가 있지 않겠냐는 예상 반 기대 반의 말이 무성해질 수밖에 없었다.

뜨거운 형제들은 이슈만으로는 현재 모든 예능 중 으뜸이다. 단지 그것이 시청률로 환산될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때마침 KBS 파업으로 인한 해피선데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고, 새로 시작한 유재석의 런닝맨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밤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고 그것을 뜨형이 집요하게 끌어당기고 있다. 또 이 현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멤버교체라는 아픈 결정도 필요하다면 단행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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