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삼성은 투수력, 특히 불펜이 강한 팀입니다. 삼성전에서 기회는 자주 오지 않으며, 초반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경우 후반 역전을 도모하기 어렵습니다.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무패라는 놀라운 기록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3회초 LG가 무사 만루의 기회를 얻을 때까지 삼성은 3개의 실책성 플레이를 연이어 범했습니다. 2회말 무사 1, 2루에서 신명철의 뜬공에 채태인이 오버런으로 아웃되었고, 3회초 조동찬의 야수 선택과 진갑용의 실책으로 흐름이 LG로 넘어 온 상황이었습니다. 2득점 정도만 했다면 경기 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LG는 상대가 차려놓은 밥상을 걷어찼습니다.

▲ 이대형 ⓒ연합뉴스
무사 만루에서 첫 타자의 역할에 따라 대량 득점할 수도 있고, 무득점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차우찬의 힘 있는 투구에 희생 플라이를 얻어내기 힘드니, 이대형은 억지로 타구를 퍼 올리는 것이 아니라 땅볼 타구를 노렸어야 합니다. 내야수들이 전진하고 있었지만, 타구가 빠르면 내야를 꿰뚫는 적시타가 될 수 있었고, 느린 땅볼을 굴릴 경우 선취 득점과 함께 1사 2, 3루의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이대형의 발이 빠르기 때문에 병살타로 연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대형은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이대형이 타점을 올리지 못하자 부담을 느낀 정성훈은 병살타로 이닝을 종료시켰습니다. 이대형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타격을 시도했어야 하는데, 가장 어려운 것을 시도하여 실패했습니다. 3회초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패인입니다.

1:0으로 뒤진 6회초에는 LG가 과연 야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일 정도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무사 1루에서 이대형과 정성훈이 확연히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볼에 방망이를 내며 포수 파울 플라이와 병살타로 물러났습니다. 정성훈은 8회초 2사 1, 2루의 기회에서도 볼을 휘둘러 3루 땅볼로 물러나며 기회를 날렸습니다. 볼을 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리틀 야구 선수도 알고 있는 것인데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 야구 선수가 이를 실천하지 못하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단순히 던지고 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야구란 근본적으로 무엇인가’라는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한데, LG 야구에는 이것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대단치 않은 듯하지만, 1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볼카운트 0-2에서 볼에 기습 번트를 시도하다 실패한 후 범타로 물러난 박용택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볼에 번트를 시도하다 파울로 볼 카운트가 불리해지는 것도 그렇지만, 타격감이 활황세인데 왜 기습 번트를 시도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현재 LG가 5위, 삼성이 2위를 달리는 요인은 마운드의 차이가 근본적인 것이지만, 팀 타율은 LG가 삼성보다 우월함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LG보다 팀 볼넷의 개수에서 100개 이상 앞서기 때문입니다. 볼넷이 많으면 상대 투수의 투구수와 야수들의 수비 시간을 늘려 체력을 소진시키며, 주자를 모아 놓고 안타나 희생타 한 방에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삼성의 집중력 있는 효율적인 야구입니다. 오늘도 볼넷 개수가 승부를 갈랐습니다. 안타는 7개로 동일했지만, 볼넷의 차이가 7:0의 일방적인 점수차로 귀결되었습니다. 7월 15일 기아전 7회말 조인성의 3점 홈런 이후 LG는 23이닝 째 적시타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으며 12이닝 째 무득점입니다.

선수들만이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벤치의 교체와 작전 지시는 오늘도 미심쩍었습니다. 6회말 2:0이 된 후 2사 3루에서 조동찬에게 고의 사구를 지시하고 채태인과 승부를 걸었지만, 이상열이 볼넷을 허용한 후, 신명철에게 싹쓸이 2루타를 허용하면서 승부가 완전히 갈렸습니다. 아무리 ‘좌좌우우’라지만, 조동찬을 거르고 채태인과 승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6회말 이대형과 이병규의 수비 또한 실망스러웠습니다. 외야수가 전진하다 타구를 옆으로 빠뜨려 1베이스 이상을 더 허용하는 것은 실질적인 실책입니다.

승부가 갈린 8회말 2사 후 6:0에서 심수창을 내리고 류택현과 한희를 올린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교체였습니다. 승부가 갈린 뒤 아웃 카운트를 하나 남긴 상황에서 두 명의 투수가 올라와 각각 한 타자 씩 상대하도록 하는 것은, 상대팀과 관중에 대한 매너도 아니며, 수비를 하는 야수들의 피로를 누적시키는 이상한 교체입니다. 심수창의 투구 수는 24개에 불과했고, ‘좌좌우우’를 바탕으로 류택현을 올리기에는 승부가 갈려 있었으며, 한희에게 경기 감각을 회복시켜주기에는 상대 타자가 고작 한 명이었기에 무의미했습니다.

강철민이 4이닝 1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1501일만의 등판치고는 외형적으로는 호투한 듯 보이지만, 제구가 불안해 상대팀의 전력 분석이 이루어진 뒤 다음 등판에는 어떨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오늘 패배로 LG는 1경기가 취소된 2연전 시리즈를 전승 혹은 전패하는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시즌 8번째 완봉패로 7월 첫째 주 이후 일요일 경기 7연패를 이어 나갔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